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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N 성수, 한번 다녀왔습니다

기묘한

2024.11.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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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4년 11월 2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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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올리브영이 아닙니다

올리브영 최초의 혁신 매장, 올리브영N 성수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성수역 4번 출구 바로 앞 팩토리얼 성수 건물 1층부터 5층까지 자리 잡은 이 매장은 확실히 특별한데요. 1층부터 3층까지는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4층은 VIP 회원과 입점 브랜드를 위한 프라이빗 공간, 5층은 내부 임직원 전용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일반 고객이 이용 가능한 매장 면적만 무려 840평에 달합니다. 이는 기존 올리브영 플래그십 스토어에 해당하는 '타운 매장'의 평균 면적보다 8.6배나 큰 규모로, 기존 최대 매장이었던 명동 타운(350평)보다도 2배 이상의 몸집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올리브영N 성수는 단순히 규모만 다른 게 아닙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올리브영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요. 매장의 전체 컨셉은 '빌리지'로, 1층은 마치 광장처럼 팝업 쇼룸, 매거진 공간, 기념품 샵, 작은 카페 등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화장품은 2층에 올라가야 볼 수 있죠.

올리브영N 성수는 공간에서 풍기는 쾌적한 인상부터가 기존 매장들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2층 역시 기존 매장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빽빽한 상품 진열 대신 곳곳에 체험 공간과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리브영N 성수는 12개 전문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700여 개 브랜드의 9,500여 가지 상품(SKU)을 판매 중입니다. 이는 970여 개 브랜드, 11,300여 가지 SKU를 보유한 명동 타운 매장보다 오히려 상품 수가 적은데요. 공간은 2배 이상 넓지만 상품 수는 약간 줄어든 덕분에 고객들이 더욱 편안하게 매장을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올리브영N 성수의 하이라이트는 3층 'SKIN&WELLNESS'라고 봅니다. 여기서는 스킨케어 제품은 물론 수면 관련 용품, 식품, 주류 등 기존 올리브영 매장이나 온라인샵에서는 보기 힘든 상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다른 올리브영 매장에는 없고, 오직 여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상품 종류 만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올리브영N 성수는 말 그대로 올리브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해 나갈지 미리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몰려든 인파에서 저력이 드러납니다

다만 아무리 멋지게 꾸며진 매장이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죠. 그런 면에서 오픈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던 올리브영N 성수의 출발은 꽤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수역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 만큼 커다란 매장은 그것 만으로 확실히 특별한 느낌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니까요. 올리브영N 성수가 오픈 직후부터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결국 올리브영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가진 힘 덕분이었습니다.

오픈런이 일어날 정도로 사람이 몰린 것에 비해, 특별한 집객 요소는 올리브영 그 자체 말고는 없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대형 리테일 매장이 오픈하면, 집객과 매출을 위한 콘텐츠, 프로모션, 홍보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곤 합니다. 최근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더현대 서울만 봐도 그렇죠. 아르켓 국내 1호점, 번개장터의 첫 오프라인 매장 등 상징적인 키 테넌트*를 유치했고, 오픈 첫 주에 가전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가수 자이언티가 참여한 음원을 곁들인 대대적인 홍보도 오픈 한 달 전부터 진행했죠. 덕분에 더현대 서울은 사전 개관일을 포함해 단 6일 만에 매출 370억 원을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키 테넌트: 상업 시설에서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핵심 점포, 브랜드를 뜻하는 용어

그렇다면 올리브영N 성수는 어땠을까요? 우선 콘텐츠 면에서, 올리브영은 '올리브영N'이라는 이름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오픈을 위해 특별히 '모셔온' 콘텐츠는 딱히 눈에 띄지 않았고, 올리브영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전면에 나섰습니다. 프로모션 역시 대대적이지는 않았는데요. 일정 구매 금액을 달성하면 한정판 파우치와 에코백을 증정하는 정도의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매장 내에서도 크게 강조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특가나 선착순 특가 혜택도 있었지만 역시나 소소한 수준이었고요. 물론 인근에 다른 올리브영 매장들이 있어 별도의 큰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점도 고려되었을 겁니다만, 어차피 이곳은 판매보다도 고객 체험에 초점을 맞춘 매장이기 때문에 매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도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홍보 역시 특별히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진 않았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매장 오픈 시 흔히 하는 지하철 광고조차 없었는데요. 성수역이라는 핫플레이스에 올리브영 최대 규모의 매장이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드러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오픈 직후부터 몰려든 인파와 붐비는 매장은 올리브영의 이러한 자신감이 괜한 게 아니었음을 보여줬습니다.


고객과 브랜드, 그리고 성수

또한 매장 내 공간과 상품 구성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올리브영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우선, 4층 전체를 VIP 고객과 입점사를 위한 공간으로 할애했다는 점에서, 올리브영이 이들과의 관계를 더 깊이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올리브영은 올리브 멤버스라는 고객 등급 제도를 운영하였지만, 높은 등급이라고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VIP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백화점과 달리, 상위 고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일 텐데요. 아예 별도 라운지를 오픈하면서까지 앞으로는 이러한 충성 고객들을 제도적으로 더 락인(lock-in)시키겠다는 걸 밝힌 거죠. 특히 최근에는 현대카드와 손잡고 PLCC 카드*도 출시하는 등 앞으로 경쟁이 더 격화될 뷰티 시장에서 고객들이 떠나지 않도록 여러 장치들을 마련 중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입점사를 위한 공간을 별도 마련한 것도, 앞으로 이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더욱더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걸로 읽히기도 하고요.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카드: 특정 브랜드와 카드사가 파트너십을 맺어 만드는 카드로, 해당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

뷰티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올리브영은 적극적으로 집토끼 지키기에 나선 듯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번 매장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하려는 전략이 내부 콘텐츠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성수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포인트 오브 뷰'를 샵인샵 형태로 들여왔고, 역시 성수를 기반으로 한 '오롤리데이'와 협력해 기념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올리브영은 성수를 단지 유동 인구가 많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자신들의 브랜드를 강화하려는 전략적인 움직임의 일환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형 점포는 처음이라서

하지만 올리브영N 성수가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아쉬운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는데요. 대형 리테일 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여러 디테일에서 드러났습니다. 특히 매장이 클수록 고객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복잡한 구조는 고객 경험을 해칠 수 있거든요.

이와 관련해 좋은 예가 '스타필드 코엑스몰'입니다. 원래도 복잡하기로 악명 높았던 코엑스몰은 대대적인 리뉴얼 후에도 고객 동선 문제가 계속됐고, 결국 운영권이 신세계로 넘어갔습니다. 신세계는 '별마당 도서관'을 설치해 이를 해결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기준점으로 삼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된 거죠. 이후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좋은 실적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물론 올리브영N 성수가 그 정도로 대형 매장은 아니지만, 기존의 올리브영 매장들처럼 한눈에 구조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유별난 사이즈이긴 합니다. 그러나 매장 내 안내는 상당히 불친절했는데요. 심지어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있어야 할 층별 안내 표지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실제로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계산대 위치를 찾지 못해 당황하는 고객들도 볼 수 있었고요.

불친절한 정보 전달 때문에, 올리브영N 성수가 가진 매력이 제한적으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또한, NFC 기능을 통해 올리브영 온라인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 가격표나 다양한 체험 시설 예약 기능 등 유용한 기능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안내 역시 전반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이처럼 층별 안내, 서비스 체험 안내, 전자 가격표 등 대부분의 정보가 소수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그것도 계속 뒤바뀌며 전달되는 것이 전부였기에, 빠르게 추가적인 매장 안내물 설치가 시급해 보였습니다.

더불어 매장 내 향기를 별도로 개발하는 등 브랜딩과 관련된 세심한 디테일들도 많았지만, 정작 고객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안 그래도 새로운 포맷의 매장이라 낯설 텐데, 고객들에게 이를 잘 알리지 못해 준비된 것들을 100% 전달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올리브영 직원들의 개인기가 메워주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올리브영은 전국 천여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해 온 경험을 살려, 이번 오픈을 위해 각 매장의 에이스들을 모아 준비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 보면 직원들의 표정과 친절함이 남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수많은 고객들이 몰렸음에도 매장 운영 자체는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건

이렇게 장점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올리브영N 성수의 첫 주말 성적은 어땠을까요? 올리브영 측에 직접 문의했지만, 매출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추정해 보자면, 매출 규모가 홍보할 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올리브영N 성수의 방향성이 매출보다는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인한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었고요.

또한 올리브영N 성수가 성수에 집중한 이유 중 하나였던 글로벌 확장 측면에서도 초기 성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올리브영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으며, 매장을 돌아다니면서도 관광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외국인 고객을 위한 특화 콘텐츠는 앞으로 더 보강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처럼 올리브영N 성수는 이제 막 오픈했으며, 팝업 전용 공간 등 변화와 확장을 위한 여유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매장입니다. 부족한 디테일들은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고, 성수라는 지역이 가진 잠재력 또한 아직 무궁무진하죠. 특히 내년에 들어설 무신사의 초대형 매장과의 경쟁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두 매장 중 누가 성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올리브영이 이번 성수 매장 오픈을 계기로 글로벌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며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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