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는 1870년에 설립된 침대,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야. 무려 1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면서 그동안 '고품질 침대'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쌓아왔지. 그런데 오래된 브랜드라면 피할 수 없는 고민이 있잖아? 바로 올드해 보일 수 있다는 거야. 거기에 고가의 단일 품목만 판매한다는 점도 마케팅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시몬스가 2023년에 어떤 기록을 세웠는지 알아?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함과 동시에 ‘에이스 침대’를 넘어 침대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어. 더 놀라운 건 고관여 제품이라 구매 주기가 길고, 주로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들이 찾는 침대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이야.
도대체 비결이 뭘까? 바로 '침대 없는 침대 마케팅'을 시작하면서부터였지. "침대 브랜드인데 침대가 없다?" 이 의문에서 시작된 시몬스의 마케팅 스토리, 지금부터 하나씩 파헤쳐 보자!
*해당 아티클은 광고 콘텐츠가 아닌, 에디터가 관심 있게 보는 브랜드를 골라 리뷰하는 내돈내산 (법카도 아님) 콘텐츠입니다.
💭 침대 브랜드의 ‘침대 없는 침대 마케팅?’ 대체 시몬스가 추구하는 게 뭐길래?
‘시몬스’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게 바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카피잖아? 이 한 줄은 오랜 시간 우수한 기능과 품질을 가진 시몬스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문구였지.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단순히 좋은 침대만 판매하는 브랜드로 보긴 어려워졌어. 시몬스는 2015년,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부터 단순히 제품의 기능과 품질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브랜드 철학과 감성을 전달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거든.
💭 굳이 왜? 시몬스는 이미 품질과 기능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 브랜드였는데 말이야.
시몬스는 그동안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소통해 왔어.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다소 무겁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 또 침대는 고가의 고관여 제품이라 구매 주기가 길고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MZ 세대 고객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어. 당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던 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은 이를 위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식부터 바꿔 나갔지.
💭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전략이 있었던 거야?
시몬스는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비주얼(광고), 공간(팝업, 매장)까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으로 끌어왔어. TV 광고 맛집으로 유명했던 시몬스는 기존의 기능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좋다’ 혹은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했어. 이는 단순히 브랜드 노출(impression)을 위한 광고가 아닌,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브랜드를 특정 대상으로 인식(perception)할 수 있도록 만든 전략이었지.
또 시몬스는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굿즈 소비와 문화 예술 경험을 제공해 긍정적인 브랜드 인식을 형성하는 데 더 집중했어. 이렇게 형성된 호감은 MZ 혹은 잘파(Z + Alpah)세대 소비자가 나중에 실제로 침대를 구매해야 할 때 시몬스를 1순위로 떠올리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 그렇구나. TV 광고로 유명했던 시몬스다 보니까 앞서 말했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먼저 들어보고 싶어!
먼저 첫 번째 사례는 혼네 음악 광고로 유명한 ‘당신의 숙면이 흔들리지 않도록’ 캠페인이야. 이 캠페인은 TV 광고에 피로감을 느끼던 소비자를 겨냥해 정보 전달형이 아닌 편안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획됐어. 수많은 소음이 넘치는 TV광고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고요한 영상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음악, 모델, 소품까지 모두 어우러져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좋다’ 혹은 ‘편안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해.
두 번째 사례는 2022년 1월에 공개된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야. 당시 팬데믹이 절정에 달해있던 시기로 모두가 끝을 알 수 없는 피로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었지. 시몬스는 이를 바라보고 1960년대 미국에서 형성된 ‘멘탈 헬스’라는 키워드를 짚어 코로나 시대에 맞는 광고 기획에 반영했어. 그렇게 만들어진 광고 영상에선 2분 동안 침대가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았지. 그저 수영장에 줄지어 걸터앉은 사람들이 느리게 발장구를 치거나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었어. 그렇게 반복되는 동작이나 장면들이 묘한 편안함과 쾌감을 주는 영상이었지. 해당 영상은 공개 한 달 만에 2,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반응을 얻었어. 시몬스는 이렇게 광고를 스타일링 개념으로 만들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편안함이란 키워드를 브랜드와 연결시켰어.
💭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 아닌 브랜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정을 전달한 거구나. 이어서 공간 커뮤니케이션의 구체적인 사례도 설명해 줄 수 있어?
시몬스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침대를 과감히 배제하고, 소비자 경험을 창출하는 요소로 적극 활용해 왔어. 먼저 시몬스의 복합문화공간인 ‘시몬스 테라스’에서는 파머스 마켓을 개최해 지역 농가의 상품을 직접 선보이거나 크리스마스트리와 일루미네이션 점등 행사를 열어 연말마다 지역의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해 줬어. 또, 주말마다 열린 다양한 공연과 전시에서는 ‘장 줄리앙’ 등 인기 전시를 이어가며 문화 불모지였던 지역에 온기를 불어넣었지. 이로써 처음으로 ’로컬(local, 지역)’의 트렌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어.
시몬스 테라스 파머스 마켓 ⓒ시몬스
두 번째는 창립 150주년을 맞아 팝업 스토어로 열렸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야. 말 그대로 철물점 같은 공간이었지. 시몬스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톤 앤 매너로 브랜드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 노골적인 ‘자축’을 지양했어. 대신, 시몬스를 상징하는 ‘침대’ 이미지를 ‘하드웨어’로 확장한 시도로, 말 그대로 철물점 같은 공간을 열게 된 거야. 그 안에서는 실제로 작업복, 안전모, 목장갑부터 각종 공구와 문구까지 콘셉추얼한 굿즈를 판매했다고 해. 그리고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시몬스의 정체성을 은근하게 전달했지. 20세기 초중반에 쓰였던 광고 카피와 포스터, 배송 기사들이 실제로 착용했던 헬멧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브랜드 역사를 소개했던 거야. 시몬스는 이를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에 더 쉽게 접근하고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어.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운영됐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시몬스
마지막은, 지역과 사람을 잇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로 시작된 공간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야. 3년 전 부산에서 처음 시작된 이 공간은 시몬스 테라스가 위치한 이천의 특산물을 리브랜딩 한 굿즈와, 해리단길의 특색 있는 F&B 매장에서 영감을 얻은 햄버거 등을 판매했어. 또, 지역 브랜드인 ‘버거샵’과 ‘발란사’와 협업해 한정판 굿즈를 출시하며 MZ 세대 소비자의 열띤 반응을 얻었지. 그렇게 이천과 해운대의 로컬 컬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시몬스
시몬스는 네모난 매트리스 대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힙한 문화와 경험을 채워 넣고 사람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어. 이러한 요소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단순한 제품을 넘어 문화적 가치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온 셈이지.
💭 시몬스가 잘 된 이유를 이제 알겠어. 그런데 모든 브랜드가 시몬스와 똑같은 전략을 따를 수는 없잖아. 그러면 결국 브랜드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뭐라고 생각 해?
김성준 부문장은 오늘날 브랜드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어. 요즘처럼 알리, 테무, 쿠팡 같은 메가 플랫폼이 성행하는 시대에, 단순히 저렴한 가격과 리뷰수로 소비자에게 노출돼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거든. 결국 중요한 건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보고, 느끼고, 정의하는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내 브랜드명을 검색해 찾아오도록 유도할 수 있는가 하는 거야.
💭 그 과정을 설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예시로 들 수 있는 브랜드가 있을까?
먼저, 소비자가 원하는 뚜렷한 구매 동기가 브랜딩에 철저히 녹아있어야 해. 그 사례 중 하나가 요즘 가장 대두되는 ESG고, 파타고니아나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를 좋은 예시로 들 수 있지. 그들은 단순히 제품 가격이나 기능으로 소비되는 브랜드가 아니잖아. 사람들이 검색창에 ‘옷’, ‘가방’이 아니라 정확히 ‘파타고니아’, ‘프라이탁’을 검색해 구매하게 되는 브랜드지. 이유인즉슨, 그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야. 또, 이런 브랜드를 소비하는 모습이 시류에 맞는 쿨한 인식을 주기 때문이지. 이게 바로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선택받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
💭 하지만 ESG를 강조한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선택받는 건 아니잖아?
맞아, ESG를 강조한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선택받는 건 아니지. MZ와 잘파 세대에게 소비는 단순히 제품을 사는 과정이 아니라, 기업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거든. 이 세대에게 중요한 건 ESG 자체보다 '나의 소비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라는 동기부여인 거야. 즉 영향력인 셈이지. 그게 ESG가 될 수도 있고 다른 게 될 수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구매 동기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해.
💭 이해했어! 그럼 결국 트렌드를 잘 반영해야 한다는 거구나?
음, 김성준 부문장은 트렌드보다 ‘소셜 비헤이비어’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고 말했어. 여기서 말하는 소셜 비헤이비어는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과 그의 행동을 관찰하고 예측하는 개념이야. 소비자가 행동으로 나타내는 신호를 읽고 브랜드가 그의 기대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거지.
트렌드만 급급하게 좇는 브랜드는 한 치 앞도 못 보는 경우가 많지만, 오래가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진심을 표현하기 마련이거든. 무엇보다 중요한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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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우 객원 에디터
이미지 시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