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마케터의 시선

닥터나우, 불법과 혁신의 어느 지점에 놓이다

이은영

2024.12.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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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나우는 지금 


비대면진료앱 하면 아마 많은 분들이 닥터나우를 떠올릴 겁니다. 

현재 닥터나우는 365일 24시간 소아과, 피부과, 신경과, 내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문의를 선택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죠. 진료를 하고 나서는 처방전을 앱으로 받고, 바로 약국에 접수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비대면 진료앱으로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프면 대충 약국에서 약을 타서 먹었거든요. 그러다보니 병원 앱이 이렇게 진화 발전된 줄 몰랐습니다. 작년에 목이 파아서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일찍 갔음에도 2시간이나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이제는 카카오택시처럼 호출을 기본으로 택시를 탑승하듯, 앱으로 진료 예약을 하지 않으면 서비스에서 밀리는구나. 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죠. 


(출처: 닥터나우)  


닥터나우 역시 기본적으로 환자의 대면 진료의 불편함에서 비롯된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어마어마한 진료 대란이 있었을 때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었거든요. 이후 2023년 6월 1일부터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종료되고, 제한적 범위의 진료 시범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2월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대상이 확대되었죠. 이 때부터 6개월 이내 동일한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질환에 관계없이 재진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렸습니다. 2024년 2월 23일부터는 의원과 병원 등 희망하는 모든 의료 기관에서 초진, 재진에 상관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허용이 되었죠. 이러한 흐름을 거쳐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닥터나우는 이러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허용 등의 수혜로 올해 상당히 많은 진료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11월까지 누적 진료 건수가 62만건이고, 7-10월 4개월 동안 34만건의 진료 건수를 기록했거든요. 현재 닥터나우는 월 10만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앱을 다운받아 살펴보니, 서비스가 굉장히 깔끔하고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더라고요. 증상에 따라 혹은 과목에 따라 어떠한 질병인지, 어떠한 분야의 진료가 필요한지를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의사와 바로 상담 혹은 예약 상담이 가능합니다.


만약 특정 증상을 선택(예: 탈모, 피부질환)할 경우에는 어떤 약을 처방 받는지에 대한 사전 선택지도 주어지더라고요. 아무래도 비대면 진료의 경우 처방받을 약, 처방 받고 있는 약의 사전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좋긴 하죠. 

 


 

 

이렇게 서비스를 편리하게 구성하다보니 사용자도 꽤 많이 모으고, 투자도 상당히 받았습니다. 닥터나우는 2022년에 시리즈B 규모로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요. 누적 500억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포브스 선정 아시아 100대 유망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고, 2023년 CES에서는 디지털 헬스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현재 닥터나우의 기업 가치는 2천억원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좋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 구석을 찾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의료법에서 의료 행위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가 불법이거든요. 그래서 증상, 과목별로 환자들이 전문의를 앱 내에서 선택하고 진료를 받는 행위 사이에 수익구조를 넣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 앱은 광고료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는데 사실 앱이 광고만으로 의존하는 건 버거워요. 왜냐하면 지속적인 환자들의 앱 사용, 트래픽이 기반이 되어야 광고를 유치할 수 있게 되고, 환자들을 불러오기 위해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수익구조 다각화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회사를 경영해야 하니 받았던 투자금으로 운영자금을 써 왔습니다. 그리고 운영자금이 고갈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도 겪었죠.  


닥터나우는 한 때 직원 복지, 채용 복지도 A급이라 주목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사업을 했던 제 입장에서는 좀 과하다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요. 


이를테면 입사 축하금을 200만원을 주거나, 최대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제공, 전직장 대비 최대 150% 연봉 인상, 자율 출퇴근과 별도 승인이 필요없는 연차제도, 자기계발비 제공, 점심 및 저녁 식사비 제공은 어떻게 보면 수익구조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금을 사용해 복지로 퍼주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이게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과한 복지는 결국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부메랑으로 다가오거든요. 


저 역시 사업을 하면서 복지를 펼쳐놨다가 경영 악화로 복지를 접었을 때 오히려 직원들이 준 것 뺏는다고 박탈감, 불만이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복지의 경우 우리가 노력해서 성취하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있어야 했는데, 닥터나우의 복지혜택을 보니 조금 과한 측면이 있네요. 좌우간 그 때문인지, 닥터나우는 전 직군 인력을 엄청나게 뽑다가 50%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공동 창업자가 나가기도 했습니다. 

 


(출처: 인크루트)

 

 

닥터나우는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2021년 매출 0.59억원이었다가 2022년 매출 26.5억원을 합니다. 그러나 동기간 영업 손실이 148.7억원이었습니다.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한 의약품 도매업 진출


 닥터나우는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한 조처로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선언했을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플랫폼 내에서의 수익구조가 중개 수수료가 없고 광고 수수료만 존재할 경우 플랫폼 지속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진료 후 약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찾자는 결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닥터나우는 2024년 3월 비진 약품이라고 자회사를 설립해 의약품을 유통하기 시작하죠. 닥터나우에 제휴한 약국에게 29개 품목으로 구성된 100만원 상당의 필수 패키지 의약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는데요. 이 제품이 공급된 약국들의 경우 닥터 나우 재고 관리 시스템과 연결이 되면서, 약국이 처방약을 보유한 경우 ‘조제 확실’ 이라는 화면이 나오면서 환자들이 ‘확실한 곳에서 처방약 받아야겠다’ 는 의사결정을 돕게 됩니다. 


(출차: 닥터나우) 


물론 비진약품을 통해 해당 약품을 구매하지 않고 재고관리 연동을 하지 않아도 ‘일반 제휴’로 약국은 노출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대한약사회와 닥터나우는 갈등이 발생하죠. 


일단 대한약사회에서는 이렇게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 자회사를 차려서 하는 영업 방식이 약국의 독립성을 해치고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나우약국 서비스가 의약품 판매 강요와 대체 조제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제기했죠. 왜냐하면 ‘제조확실’ 이라는 단어가 노출되는 약국들을 우선 노출해주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 속에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은 닥터나우가 비진 약품의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의 노출을 우선으로 하고 특정 의약품 판매를 사실상 유도한다고 지적해서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한다고 판단,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그러나 조준 대상이 거의 명확히 한곳이기 때문에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닥터나우 방지법은 한마디로 플랫폼 기업이 의약품 도매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죠. 그 외에도 플랫폼에 약국 개설자의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환자에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보 제공을 통한 특정 약국으로의 환자 유인 금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출처: 투데이신문) 

 

이에 대해 닥터나우도 할말이 많습니다. 


일단 닥터나우 앱을 이용하는 전체 환자 중 30% 정도는 처방약을 받기 위해 10곳 넘게 약국 전화를 돌리다가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파악했어요. 그래서 약국별 의약품 재고를 환자가 확인하지 못하다보니, 여러 약국을 전전해야 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 현상이 있다고 본거죠. 그래서 의약품 도매업 진출에 대해 약국과 환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필수 의약품 29개 구성과 관련해서는 비대면 처방의 40%를 차지하는 다빈도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고요. 기존 공정 거래를 훼손한다고 지적을 받은 약국 재고 관련 부분은 약국에서 직접 재고 현황을 등록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한다고 했죠. 

 



 

마케터의 시선


(출처: 닥터나우)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선에서 살펴본다면 이게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양 사이드의 의견이 모두 각각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혁신과 불법 사이를 두고 어느 편이 완벽하게 우월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닥터나우 방지법의 경우 일단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혁신과 경쟁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법안의 경우 환자가 다양한 약국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고, 플랫폼을 통해 편리한 약국 정보 제공이 제한돼 환자의 의약품 접근이 저하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을 이끌어가는 스타트업에게 추가적인 규제를 가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위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존 이권과의 갈등을 보면 대체로 이러한 혁신과 기존 업계 보호 사이의 갈등이 있어왔습니다.


성형 정보 플랫폼 업체인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갈등했고요. 법률 서비스인 로톡은 대한 변호사협회, 직방은 공인중개사협회와, 삼쩜삼은 세무사회와 대립해왔습니다. 타다의 경우 타다 금지법으로 직격탄을 맞고 서비스를 철수해야 했죠. 


이처럼 혁신과 불법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규제를 받는 상황 속에는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온전히 커나갈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반면, 다른 목소리도 물론 있어요. 앞서 이야기한 의료, 법률, 세무, 부동산 서비스의 경우 사적인 영역이지만 공공 서비스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다보니 민간 플랫폼에 서비스가 종속되는 걸 우려하는 겁니다.  

 

(출처: 캔바) 


아울러 닥터나우의 경우 여러 곳에서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보니 불필요한 의료 쇼핑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요. 비대면 진료가 정식으로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에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조금 정리해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 아니다 편의성 제고가 중요하다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보이지만 까보면 약사 단체와 스타트업 간의 힘싸움이거든요. 그런데 양 쪽나 논리가 단단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과 기존 단체 모두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비스의 혁신으로 정말 괜찮다 싶은게 있는데 기존 단체들의 권익 보호로 서비스가 진전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혁신의 속도를 얼마나 줄이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한국이 예전에는 뾰족한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전세계를 무대로 1-2위를 다투던 영역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힘이 빠져 있거든요. 그래서 좀더 공격적으로 혁신을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의 질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좀더 촘촘히 의견을 나누어 충분히 공감을 이루는 방향으로의 결정도 중요하겠죠. 닥터나우와 기존의 약사 단체와는 어떠한 결론으로 나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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