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가 최대 20%까지 오른다?
한국에서 실손보험은 각 가정마다 1-2개씩은 보유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실손보험이 올해 최대 20%까지 오른다고 합니다.
(출처: KPI 코리아)
실손보험도 2021년 4세대까지 나왔고 이번에 5세대 출시 관련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손보험료가 오르는 건데요.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이렇게 버전별로 출시된 보험이 죄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자를 따지는 단어가 ‘손해율’ 입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100원의 보험료를 받는다고 할 때 100원 이상으로 보험금을 내어주게 되면 적자가 되는 건데요. 예를 들어 이번에 2024년 하반기 기준 전 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18.5%였거든요. 이게 100원 보험료 받아서 118.5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현재 1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10.5%, 2세대는 92.5%, 3세대는 137.2%이고 4세대는 113.8% 입니다. 보니까 2세대 외에 죄다 보험사 수익을 갉아먹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3세대 보험의 손해율이 심각한 수준인데요.
3세대 보험은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축소하거나 제한하고 이전에 0%에 가까웠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20-30%로 설정했는데요. 보장범위를 줄이면서 본인 부담금을 높이면 보험사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요. 이 상품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매력적이 된 겁니다. 게다가 상품 출시 이후 5년동안 보험료가 갱신 조정되지 않다보니 적절한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거죠.
결국 이렇게 손해율이 높아지다보니, 이번에 전체적으로 보험료가 오른다고 합니다. 올해 1세대 실손보험은 2% 보험료가 오를 예정이고요. 2세대는 6%, 3세대는 20%, 4세대는 13% 정도 상승할 예정입니다.
보험료가 오르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지속적인 보험사의 손해율이 악화되는 원인도 있고요. 비급여 항목의 증가와 의료 이용량 불균형도 영향이 있습니다.
의료기술 발달로 비급여 항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비급여 항목 증가는 결국 보험금 지급 증가로 이어지니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죠.
(출처: 캔바)
더불어 실손 가입자들 중 일부가 의료 쇼핑을 무분별하게 하다보니 전체 손해율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가입자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가져가고 있어요. 즉 모두가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일부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니 얼마나 심각하게 소수가 과다하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명 중 62%는 한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한 1313만명 중 131만명(10%)는 6조 7천억원을 수령했습니다. 1인당 평균 514만원을 가져간 거죠. 그리고 72만명(2.2%)은 연간 보험금만 1천만원 이상 수령해 갔습니다. 문제는 보험의 성격이 모두가 십시일반 내서 전체 보험금을 보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전체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요.
사실 저도 한 때는 실손보험을 몇 년 이상 가입을 했는데 막상 보험금을 타는 것도 귀찮고, 무분별한 소수의 과다 사용자에게 기부하는 느낌이 들어 보험을 해지한 적도 있었죠.
(출처: 조선일보)
주변에 실손보험을 자주 이용하면서 링거를 맞고 도수치료 자주 다니러 가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 사람을 보면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보험료를 누군가가 착실히 내고, 저 사람은 열심히 타 먹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사람은 그렇게 보험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야무진 행동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수의 선한 사람에게 보험료가 전가되어 전반적인 보험상품의 질이 낮아진다면 그건 오히려 소수의 횡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2021년 등장한 4세대 실손보험은 차등 부과하는 방식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의 등장과 변화, 가능했을까?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2021년 7월 이후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차등제를 진행한다고 했죠. 작년 7월부터 이 제도가 실시되었는데요.
보험료 차등제란 직전 1년 간의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대해 보험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보험 구조 때문인데요. 4세대 실손 보험은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을 분리해 운영되기 때문에 비급여 보험료 부분을 차등 조정이 가능한 구조죠.
사실 내가 쓴 만큼 적게 보험료를 인상받게 되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현재 4세대 실손 보험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10.5% 정도 수준이고요. 할증 대상자는 그 중에서 1.3% 정도일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 입장에서 내가 만약 비급여 의료 이용이 적다면 4세대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긴 합니다. 왜냐면 4세대 실손 보험은 기존 상품 대비 10-70% 정도 저렴한 편이거든요. 구체적으로 1세대 대비 약 70%, 2세대 대비 약 50%, 3세대 대비 약 10% 정도 낮은 보험료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근데 중요한 점은 보험료가 낮고 좋다고 해도 현재 보험금을 수령하는 상위 10%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 50% 이상을 수령해 가니, 이 사람들이 4세대 등 차등 보험상품에 가입 전환을 해줘야 하는데요, 이게 쉽게 될까요?
(출처: 캔바)
현재 전환을 하는데에 있어 기존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할 경우 한시적으로 보험료 50% 감면 혜택을 제공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기존 상품이 충분히 매력적이면 가입 해지를 할 동기부여가 전혀 안되죠. 오히려 나는 그대로 남아서 기존 혜택 그대로 다 받아야지, 라는 생각을 우선으로 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최근 기사를 보니 현재의 상황을 반영해 5세대 실손보험을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과잉 진료는 줄이면서 중증 보장을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기존 비중증, 경증, 비급여 치료에 대해 본인 부담률을 현재 20% 수준에서 90% 수준까지 대폭 인상 하겠다고 합니다.
보장한도도 현재 5천만원 수준인데 1천만원 수준으로 낮춘다고 하고요. 일일 20만원까지만 보장하겠다고 합니다. 이게 20만원으로 책정한 이유가 실손 가입자가 하루에 여러 병원을 돌면서 3-4개 통증치료 등을 받는 등 비급여 쇼핑을 하면 보험금이 엄청 나오는데, 그걸 막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존 고가의 과잉 비급여 치료, 예를 들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통증완화주사) 등을 통일된 가격으로 정할 거라고 합니다. 만약 관리 급여 항목에 이 리스트들이 편입될 경우 병원에서는 가격이 낮아 치료를 권할 유인도 낮아지게 되는 겁니다.
추가적으로 급여, 비급여 병행으로 치료할 때에는 급여항목까지 100% 본인 부담으로 개편할 거라고 해요. 예를 들어 물리치료를 급여로 받고, 도수치료를 섞어 비급여로 받을 경우 이제는 물리치료비까지 100% 본인 부담으로 변경하겠다는 거죠.
(출처: 뉴시스)
경증환자가 자주 응급실에 오는 부분 역시 중증 환자를 위해 개편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는 응급실 이용비가 하루 100만원이 나온다고 할 경우 건강보험이 병원에 10만원을 지급하고 개인이 9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인데요. 기존에는 실손보험을 이용하면 개인이 18만원 내고, 72만원 (90만원의 80%)을 실손보험사가 지불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90만원 중 환자가 81만원( 90만원의 90%)을 지불하는 구조로 바꾼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꾸면 실손보험에서 상위 10% 고객이 전체 보험금 56.8%를 타가는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요?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선에서 이야기해본다면, 블랙컨슈머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좀더 넓은 범위의 의료시스템 개선과 연결되어야 궁극적인 해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5세대 실손 보험과 자기 부담률을 높이는 것 자체는 직접적으로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결국 어떠한 재화 서비스 관련 비즈니스에서 블랙컨슈머는 항상 있거든요. 제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평가를 하거나, 틈만나면 교환 환불을 요구하거나, 혹은 제품을 사용한 후 환불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블랙 컨슈머가 있어요. 그들을 상대하다보면 어떨때는 정말 화가 많이 납니다. 이렇게 악의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다니.. 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저도 B2C 비즈니스를 하면서 화장품, 식품, 공산품을 제조 판매를 하다보면서 답답했던 적도 참 많았는데요. 이게 전체적으로 보면 어느 비즈니스, 사회에나 있다고 가정하면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출처: 지디넷코리아)
블랙 컨슈머를 품을 수는 없으나, 어떻게 하면 선의의 고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거든요.
보험의 경우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수의 고객이 대부분의 보험금을 타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기존 의료 시스템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조사했더니 어떤 전문가들은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서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진료 의뢰서 없이 3차 병원 이용을 할 경우 높은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에서부터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을 해야 한다, 의료보험 재정 공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현재 사회에서 많은 논의가 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진지하게 의료시스템의 종합적인 개선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실손 보험료 인상과 보장 범위 축소, 자기 부담률 증가 관련하여 네티즌들의 날선 비판들도 있습니다. 실손보험사들이 팔려고 만든 보험이 손해보니 정부에서 그것을 해결해 주는지에서부터 사적 계약에 정부가 왜 개입하는지, 보험사가 정한 약관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말을 바꾸냐, 혹은 외국인들 의료쇼핑을 막으라는 등 정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긴 합니다.
그래서 더욱 현재의 의료 시스템, 보장범위, 건강보험 재정, 현재의 의료 시스템 및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럴해저드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4대보험을 매월 내면서 건강보험, 국민연금 재정 악화, 고갈 시점 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내가 나이 들어 올곧이 내가 낸 것만큼 혜택은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러한 걱정들이 사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사회에 큰 현안들이 쌓여만 가는데 정치적 불안정, 당파 싸움으로 중요한 결정들이 미루어지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있어 요즘은 한국에서 계속 살만한가, 라는 걱정을 할 정도입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경제가 다시 뜨겁게 타올라야 하는데 제로 성장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되다 보면 결국 경제도 쪼그라들고 차지하려는 밥그릇도 작아질 겁니다. 아무쪼록 치열하지만 냉정하게 합리적인 결과를 위한 공정한 과정이 필요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