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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 '한국 콘텐츠 산업'의 골든아워

기묘한

2025.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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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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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1월 2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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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중증외상센터'라는 작품으로 콘텐츠 비즈니스 관점으로 분석한 것으로, 드라마 또는 원작 웹소설/웹툰에 대한 스포일러는 전혀 없으니 편하게 보셔도 됩니다.

네이버가 키웠습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공개 직후 '솔로지옥 4'를 제치고 국내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해외 반응도 심상치 않은데요.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에서 5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초기 반응이 좋아 순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고요.

사실 '중증외상센터'는 이외에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최초의 메디컬 시리즈라는 점도 그렇고요. 옆동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이 여러 이슈로 인해 공개가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한 넷플릭스의 과감함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작 팬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현직 의사가 직접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타 작품들보다 고증 논란이 적고,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는 최근 드라마 제작의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미스 함무라비, 악마판사)와 변호사 출신 최유나 작가(굿파트너)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필한 사례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다만, 필명 '한산이가'로 활동하는 이낙준 작가는 이들과는 조금 다른 과정을 거쳤습니다. 문유석 작가는 언론 기고 글이 알려지며 정식 출간과 함께 작가로 데뷔했고, 최유나 작가는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계기로 극본을 쓰게 된 뒤 책과 드라마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중증외상센터'는 네이버 플랫폼의 체계적인 육성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네이버의 콘텐츠 IP 육성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죠.

 
먼저 검증하여 확률을 높입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원작,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는 처음부터 네이버 시리즈 독점 연재로 시작했습니다. 이는 네이버 시리즈라는 플랫폼에서 단독으로 공개되는 대신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는 형태였는데요. 그만큼 네이버가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후 네이버 웹툰 연재로 이어졌고, 글로벌 누적 조회 수 4억 뷰를 넘게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이를 제작한 곳 역시 네이버 웹툰의 자회사 스튜디오N이었습니다.

십수 년 전,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전성기를 맞이하면서도 "독창적인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웹소설과 웹툰이라는 무기로 극복해내고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웹소설을 시작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콘텐츠를 웹툰과 영상으로 확장하며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특히, 작년에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 '선재 업고 튀어'와 같은 성공 사례들이 주목받으며 좋은 롤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중증외상센터'까지 이어진 거죠.

단계적인 IP 확장 전략은 흥행 여부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은 흥행 산업입니다. 성공했을 때 얻는 것은 크지만, 실패하면 손실 역시 막대하죠. 그래서 대중에게 인정받은 원작이 든든한 기반이 됩니다. 빠른 호흡의 웹소설은 진입 장벽이 낮지만, 확장성은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그림 기반의 웹툰으로 옮기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열 수 있지만, 여전히 주류 시장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영상화까지 이르게 되면,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동시에 이미 적은 비용 투자 만으로 제작이 가능한 웹소설로 검증하여, 리스크는 낮출 수 있고요.

 

주도권을 가져와야 합니다

현재 이러한 전략의 선두에 선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입니다. 이들은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같은 플랫폼과 제작사를 모두 보유하며,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 산업에 긍정적인 점은 두 기업 모두 강력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넷플릭스의 존재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수년간의 경쟁 끝에 OTT 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이제 넷플릭스를 거치지 않고는 글로벌 흥행 작품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이로 인해 영상 콘텐츠 시장 내 대부분의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요. 때문에 한국 콘텐츠 산업이 아무리 좋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도 결국 종속되는 결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중증외상센터'와 같은 기획 작품들의 성과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우선 웹소설-웹툰을 거친 스토리의 매력을 연속된 흥행으로 증명해야 하고요.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영상을 본 팬들이 웹툰과 웹소설 소비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영상 시장에서 영향력은 유지하면서, 다른 영역에서 수익 기반을 마련하여 대등한 협상력을 가져가는 건데요. 이런 방식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미래에도 최소한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아워처럼, 지금은 한국 콘텐츠 산업이 시장의 기회를 잡아야 할 때인 거죠. 소수의 IP에 의존하는 시장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체 산업이 자생력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좋은 소식들이 이어지며, 한국 콘텐츠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다지기를 기대합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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