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처음 로컬리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브랜드의 어떤 고민이나 가치관에서 출발했나요?
먼저, 에피그램(epigram)의 사전적 의미를 짚고 간다면 ‘경구(警句)’로 직역할 수 있고 ‘삶을 통한 깨달음이나 느낌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말'을 의미합니다. 에피그램은 이 의미를 확장해, 각자의 일상이 품고 있는 다양한 에피그램들을 지역이라는 맥락 안에서 더욱 깊이 다루고자 했습니다.
브랜드를 통해 단순히 제품만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습니다.특정 장소에서만 가능한 고유한 삶의 방식, 즉 '로컬리티'에 주목하게 되었고, 성실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로컬 사람들의 태도에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발견이 자연스럽게 로컬리티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3. 로컬리티 프로젝트에서 지역 선정 시 중요하게 보는 가치나 요소가 있다면요?
예를 들어 사람, 자연, 지역 문화 등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로컬리티 프로젝트 지역 선정 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만, 특히 '소멸위험지수'를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 소멸위험지수: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수치.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
이 지표를 참고해 에피그램의 시선으로 다루고 싶은 지역을 선정한 후, 직접 답사를 통해 지역의 환경, 사람, 문화 등을 체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지역은 1년 단위로 테마를 정해 소개하고 있고, 현재는 익산을 주제로 24FW/25SS 시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4. 최근에 새로운 스테이로 에피그램 강진 스테이를 선보이셨어요. 강진을 선택하게 된 이유나, 이 공간만의 특별한 포인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에피그램 스테이 강진은 고창, 청송, 하동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인 공간입니다. 스테이는 로컬리티를 더욱 깊게 체험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프로젝트로, 초기 기획 대비 활성화되지 못한 지역 공간을 브랜드 시각으로 재해석해 운영한 뒤,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정갈함과 자연이 어우러진 에피그램 강진 스테이
강진은 남도 특유의 느긋한 정서와 삶의 여백이 돋보이는 곳으로, 에피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머무름의 경험’과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역사와 문화,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강진의 특성을 살려 ‘강진산책’을 테마로, 객실에는 당시 22SS 로컬 컬러로 선정한 ‘강진청자비색’이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되어 디자인적인 멋을 더했습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숙소를 넘어, 전반적인 브랜드 경험을 깊게 할 수 있는 체험형 쇼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5. 로컬리티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로든 로컬에 방문했을 때 느낀 포인트로는 어느 곳이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 활동가’, ‘로컬 크리에이터’와 함께 교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컬에 첫 발을 내딛는 브랜드와 지역사회와의 유연한 교두보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한 활동가와의 대화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하진 않지만, 누군가의 일상에 따뜻한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통해 에피그램이 찾고자 했던 로컬리티의 본질—소소하지만 단단한 삶의 태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익산 프로젝트에서도 다양한 로컬 스토리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관심이 있다면 직접 방문해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6. 앞으로 로컬리티 프로젝트의 어떤 새로운 행보를 기대하면 될까요?
브랜드 에센셜이라 할 수 있는 패션과 로컬리티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어져 온 프로젝트처럼 지역에 대한 헌정으로 풀어내기도 하며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하고, 더불어 한국을 깊게 담아내는 요소 또한 흥미롭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의 흔적들은 앞으로의 콘텐츠를 통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7. 그리고 로컬리티 프로젝트가 브랜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시나요?
또는 고객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길 기대하시나요?
로컬리티 프로젝트는 에피그램의 브랜드 철학을 가장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창구입니다. 고객이 패션을 통해 로컬을 경험하고, 로컬을 통해 다시 패션을 이해하는 순환형 브랜드 경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어떤 삶의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천해 나가는 연결고리가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