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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행사 직원의 시선

도착지를 감춘 항공권, 단 4분 만에 매진된 이유✈️

쥰쓰

2025.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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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어떻게 ‘모른다’는 감정을 전략으로 만들었을까?

“비행기 출발 후 두 시간이 지나면, 그제야 도착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여행 업계에서라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이 문장이,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클릭을 이끌어냈습니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이 출시한 ‘미스터리 항공권(Destination Unknown)’출발 직전까지도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았고,
공항코드 대신 ‘XXX’라는 암호 같은 글자가 적힌 항공권을 받은 승객은 심지어 승무원조차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비행기에 탑승한 여정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 4분 만에 매진되며,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 감정 설계의 힘을 입증했습니다.



1️⃣ 정보는 넘치고, 감정은 부족한 시대

우리는 이제 여행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AI는 목적지를 추천하고, 일정은 자동으로 설계됩니다.
SNS를 켜기만 해도 추천 맛집과 포토 스팟이 줄지어 등장하고, 여행은 ‘검색력’에 의해 완성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에 SAS는 되묻습니다.


“그 많은 정보를 알고 나서, 당신은 무엇을 느꼈나요?”

 

SAS는 여행의 본질이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도착지를 감추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비행의 시작부터 도착의 순간까지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을 설계했습니다.
정보를 비운 대신, 감정의 여백을 채운 구조였던 것입니다.


 

2️⃣ 예측할 수 없을 때, 감정은 더 깊게 각인된다

사람의 뇌는 예측 가능한 자극보다 예측 불가능한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도파민 분비는 최대 150%까지 증가하며, 이는 곧 ‘오래 기억되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됩니다.

 

SAS는 이 메커니즘을 탑승 구조에 정교하게 반영했습니다.
기장만 알고 있는 도착지, 비행 중반에야 공개되는 목적지,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을 감정의 서사로 엮는 브랜드 연출.

2024년 첫 출시 당시, 이용 고객의 96%가 “다시 탑승하겠다”고 답했고, 2025년 역시 출시 직후 4분 만에 매진되며
감정 기반 마케팅의 파급력을 명확히 입증했습니다.


 

3️⃣ 포인트는 남은 혜택이 아니라, 감정의 통화다

이번 미스터리 항공권은 단 한 가지 방식으로만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현금도, 카드도 아닌 오직 SAS의 멤버십 프로그램인 유로보너스(EuroBonus)의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 

신청은 누구나 가능했지만, 실제로 선정된 이후에는 24시간 이내에 60,000포인트를 사용해 결제를 완료해야만 좌석이 확정되는 구조였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포인트를 소진하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브랜드가 고객과 맺은 신뢰의 자산을, 단 한 번의 여정을 통해 감정적 경험으로 환전해주는 장치였던 것입니다.
포인트는 더 이상 단순히 ‘쌓이는 숫자’가 아니라, 브랜드가 기획한 감정의 설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자, 고객의 로열티를 감정화하는 통화로 작동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여정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그 경험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쏟아진 후기와 콘텐츠를 보면, 단순히 호기심 많은 MZ세대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이 감정 설계에 자발적으로 반응하고 참여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험은 젊음의 상징’이라는 오랜 전제를 무너뜨리듯, SAS는 예상 가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감정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당연하지만 잊혀졌던 진실을 다시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4️⃣ 불확실한 감정 위에 놓인, 확실한 가격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은 누구에게나 설렘과 함께, 작지 않은 불안을 동반하게 마련입니다.
도착지를 모른 채 떠나는 여행, 일정도 알 수 없고, 무엇을 만나게 될지도 예측 불가능한 이 구조는 감정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실질적인 구매 판단의 순간에는 분명 주저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SAS는 이 불안을 단 하나의 정교한 장치로 잠재웠습니다.
바로 60,000포인트의 고정 가격제였습니다.

일반적인 항공 업계는 좌석 수요와 예약 시점에 따라 요금이 수시로 바뀌는 ‘동적 요금제(Dynamic Pricing)’를 따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SAS는 이번만큼은 그 흐름을 거슬렀습니다.
도착지도, 여정도, 결과도 알 수 없다는 ‘감정적 무정형성’ 속에서, 가격만큼은 단단하고 확실하게 설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이 여정은 믿고 선택해도 되는 경험입니다”라는 신뢰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입니다.

 

 

결과는 단 4분 만에 나타났습니다.
감정의 불확실성과 가격의 명료함이 공존하는 구조는 SAS의 미스터리 항공권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가 설계한 감정 중심 마케팅의 결정판으로 기억되게 만든 결정적 장치가 되었습니다.

 


 

5️⃣ 브랜드가 말을 아낄수록, 소비자는 더 많이 이야기한다

#flysas 해시태그로 생성된 SNS 게시물은 15,000건을 넘었고, 이는 SAS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보다 3.2배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습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니라 고객이 경험한 감정 자체가 콘텐츠가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SAS는 고객의 감정을 설계했고, 그 감정이 곧 브랜드의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브랜드는 한 발 뒤로 물러서고, 감정이 말을 거는 구조 이것이 SAS가 만든 가장 큰 마케팅 자산이었습니다.



 

🎯여행자는 더 이상 ‘목적지’를 사지 않는다

SAS의 미스터리 항공권은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목을 끌기 위한 캠페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여행이 ‘검색’이 아니라 ‘감정’으로 소비되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고, 그 감정을 브랜드가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 전략적 실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과 마주하게 될지를 먼저 상상하며 여행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을지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다시 찾을 것인지 아닌지를 조용히 결정합니다.

 

‘목적지’가 아닌 ‘감정의 서사’를 사는 시대, 고객은 더 이상 일정표와 특전이 잘 구성된 상품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스스로의 감정이 움직였던 기억, 그리고 그 감정을 가능하게 만든 브랜드의 연출력이 자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기억합니다.

 

정보는 단시간에 소모되지만, 감정은 천천히 각인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남겨진 감정만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또 한 번 선택할 이유”로 남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브랜드는 감정을 파는 기술자가 되어야 하고, 고객의 기억을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결국, 다시 선택받는 이름이 됩니다.

 

이미지출처: SAS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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