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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5월 2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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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굳이 안 해도 됩니다
요즘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루키를 꼽자면, 단연 ‘토스 커머스’일 겁니다. 시작은 지난 4월, 오픈서베이의 <온라인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5>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면서부터였죠. 이를 계기로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때마침 토스도 커머스 사업에서 공격적인 채용과 홍보에 나서며 주목도를 높였죠.
토스 쇼핑이 처음 등장한 건 2023년 3월, ‘공동구매’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사실 그때만 해도 개인적으로는 당시 토스 커머스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쿠팡 이후 물류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별도 인프라 없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아 보였고, 이미 거대한 토스의 매출 규모에서 커머스가 의미 있는 실적을 만들기도 어려워 보였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일부 대형 제조사에서는 “토스에서 발생하는 거래 규모가 11번가를 앞질렀다”는 이야기까지 나왔고, 실제로 토스의 흑자 전환에 커머스 부문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말도 들릴 정도입니다.
토스 커머스는 직매입이 아닌 판매 중개 방식에 집중하면서 빠른 매출 성장은 어렵지만, 반대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먼저 만들었고요. 여기에 토스 앱이라는 강력한 트래픽 기반을 더해, 유의미한 쇼핑 채널로 자리 잡은 겁니다.
이를 기존 사업자에 빗대 표현하자면, 올웨이즈가 추구하던 ‘디스커버리 커머스’의 방향성을 구현하여 과거 G마켓처럼 안정적인 커머스 모델을 빠르게 구축한 셈인데요. 핵심은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1등 싸움’에 뛰어들지 않고, 그 사이의 빈틈을 날카롭게 공략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사람은 넘쳐납니다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G마켓, 한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올웨이즈가 지금은 주춤한 이유는 결국 ‘트래픽’ 때문입니다. 쿠팡처럼 와우 멤버십으로 고객을 락인(lock-in)하거나, 네이버처럼 사용자가 검색하러 먼저 찾아오는 플랫폼과는 다르게, 이들은 거래액을 만들기 위해선 끊임없이 마케팅 지출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일정 시점 이후 적자를 피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손실 없이는 성장도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알고 보면 '고양이 키우고 간식받기' 등은 모두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의 계산 아래 나온 기능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토스는 처음부터 상황이 달랐습니다. 이미 막대한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대부분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러 온 고객이기에, 커머스로의 전환을 위해선 일정 수준의 ‘넛지(nudge)’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매일 방문’, ‘고양이 키우고 간식받기’ 같은 가벼운 참여형 콘텐츠였습니다. 실제로 내부 분석에 따르면, 4회 이상 쇼핑 탭을 방문한 사용자에게 첫 구매 전환율이 확연히 높아졌다고 합니다. 토스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단 고객을 '경험'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도 쉽진 않았지만, 아예 처음부터 고객을 데려와야 했던 기존 커머스 플랫폼들보다는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트래픽이 있으니 거래가 발생했고, 거래가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셀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구매자-판매자-플랫폼 간의 선순환이 만들어진 거죠.
특히 토스 커머스는 검색이나 카테고리 중심이 아닌 ‘발견형 쇼핑’을 지향합니다. 고객에게 작은 넛지를 제공해 쇼핑 탭에 머무르게 하고, 이때 발생하는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개인화된 추천을 강화하죠. 토스만의 강점이 이 과정에서 계속 강화될 수 있고요.
솔직히 3등만 해도 충분합니다
어차피 모두가 빠른 배송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류비가 계속 높아지면서, 이러한 비용 구조를 감당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업자에게 부담인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고요. 여전히 ‘싸게 팔고 싶은 셀러’와 ‘마진을 남기고 싶은 제조사’는 존재하고요. 특히 쿠팡은 물론 네이버까지도 수수료를 점차 높이고 있어 대안 채널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토스는 이 틈을 노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전통적인 쇼핑 플랫폼과 비교하면 기능상 제약도 많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지만, 앱 방문자 수 기준으로는 이미 모든 서비스를 통틀어 최상위권에 도달해 있는 만큼, 쿠팡과 네이버에 이어 3위를 노려볼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부상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G마켓, 11번가, 카카오쇼핑 등 기존 강자들이 모두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도 토스에게는 긍정적인 시그널이겠죠.
해외 시장만 봐도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걸 장악하기보다는 두세 개의 플레이어가 과점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토스가 이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커머스는 단순한 신규 사업이 아니라 매출과 수익을 책임지는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토스가 중장기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결제 사업과도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요.
특히 내부적으로는, 오는 5월로 예정된 대규모 기술 개편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몇 주 사이 토스 쇼핑의 UI/UX에도 지속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요. 커머스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토스의 다음 행보, 이제는 조금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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