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줄요약!
1. OpenAI가 65억 달러를 들여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인수했어요.
2. 애플의 전 CDO가 설립한 곳으로 스마트폰과 다른 형태의 디바이스를 만드려고 해요.
3. 경쟁 구도가 AI 모델에서 AI 디바이스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에요.
1인당 1억 2천만 달러?
지난주 OpenAI의 스타트업 인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번에 인수한 기업은 일반인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io'로, 애플의 전 CDO(Chief Design Officer) 조너선 아이브가 설립한 AI 하드웨어 스타트업입니다. 설립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직원 수는 55명에 불과하지만, OpenAI는 이 기업에 무려 65억 달러(한화 약 9조 원)라는 거액을 투입했습니다.

출처 : OpenAI
투자 금액을 직원 수 기준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1억 2천만 달러의 가치가 매겨집니다. 이는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직원 1인당 인수 금액'으로, 2014년 메타가 왓츠앱(WhatsApp)을 인수했을 당시 기록한 약 3억 4천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그나마 당시 왓츠앱은 이미 전 세계에서 활발히 사용되던 서비스였기에 프리미엄이 붙을만했지만, 'io'는 제품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 불과합니다.
OpenAI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요?
AI를 현실 세계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번 인수를 단순히 제품의 완성도나 매출 규모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OpenAI의 인수 목적은 분명해 보입니다. 바로 AI 기술의 '물리적 구현'을 통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제품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노트북을 사라지게 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제품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AI가 지금보다 더 깊이 인간의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즉 디바이스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디바이스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을 떠올릴 수 있지만, OpenAI는 그 이상을 원합니다. 그동안 열심히 발전시켜 온 AI 기술을 온전히 활용하기에는 기존의 스마트폰 형태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OpenAI는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설계해 본 경험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 적임자로 조너선 아이브를 선택한 것입니다.
아이브가 애플에서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UX)' 그 자체였습니다. OpenAI는 바로 그 경험을 빌려,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면 OpenAI가 구상하는 디바이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완전히 새로운 종류가 될 것이라 말했던 것처럼, 지금으로서는 그 정확한 모습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참고할 만한 힌트는 존재합니다. 샘 알트만은 과거 '휴메인(Humane)'이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는데요. 이 스타트업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기로 'AI 핀(AI Pin)'이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이며 주목받았습니다.
AI 핀은 일반적인 화면을 갖추지 않고, 사용자의 손이나 벽에 레이저 기반 인터페이스를 투사한 뒤, 음성 명령과 제스처 인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마이크와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어 실시간 음성비서 기능을 수행하며, 정보 검색이나 메시지 전송, 번역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출처 : Humane
이 디바이스는 '화면 없는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기술적 도전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사용자 경험에서는 여러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의 부족, 레이저 투사 인터페이스의 제약, 직관적인 물리 조작의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결국 시장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샘 알트만이 기존의 스마트폰의 형태가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의 인간-AI 인터페이스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OpenAI가 io와 함께 만드는 새로운 디바이스 역시, 단순한 기술의 집합체를 넘어 AI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OpenAI의 독립 선언
아무리 그래도 65억 달러라는 금액은 여전히 커 보이긴 합니다. OpenAI의 2024년 매출이 37억 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큰돈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OpenAI의 목표가 단순히 좋은 AI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 전체가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술을 확산하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OpenAI는 ChatGPT를 비롯한 여러 AI 서비스를 통해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그 모든 서비스는 결국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존 플랫폼 기업에 일정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랫폼을 장악하지 못하면, 기술은 언제든지 다른 기업의 틀 안에서 소비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존재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io 인수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OpenAI의 '플랫폼 독립 선언'에 가까운 행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9조 원이라는 금액은 단순히 기술 인수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봐야 합니다. 특히 기존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용자 접점을 설계하겠다는 의지가 이 결정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확신은 없지만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종종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휴메인도 그랬고, 스마트 글래스 역시 그 대열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결국 스마트폰을 넘어서지는 못했는데요.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생활 방식과 깊이 결합하며 진화해 온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기술적 우위만으로 이 오래된 관성을 깨뜨리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OpenAI의 시도가 이들과 다른 결말을 맞이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대를 품게 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ChatGPT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의 '생각 습관'을 바꿔놓은 샘 알트만과, 아이폰을 통해 '물리적 습관'을 바꿨던 조너선 아이브가 손을 맞잡았기 때문입니다.
2026년, 이들이 첫 시제품을 공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제품이 AI 시대의 아이폰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건 이 조합 자체가 업계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경쟁사들도 이들의 행보를 긴장감 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진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테크잇슈는 IT 커뮤니케이터가 만드는 쉽고 재밌는 IT 트렌드 레터입니다.
IT 이슈 모음과 위와 같은 아티을 전달드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