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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으로 나온 올리브영페스타, 솔직히 어땠냐면요

기묘한

2025.05.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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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5월 2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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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다르긴 했습니다

‘2025 올리브영 페스타’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두 가지 포인트가 눈에 띄었는데요. 하나는 매년 연말 어워즈와 함께 열리던 구성에서 벗어나 단독 행사로 기획되었다는 점, 또 하나는 실내 중심이던 형식을 과감히 탈피해 한강 노들섬 3,500평 규모 야외에서 진행됐다는 점이었죠.

이러한 변화는 최근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의식한 결과로 보입니다. 무신사, 컬리, 쿠팡, 지그재그 등 주요 플랫폼들이 앞다퉈 오프라인 뷰티 행사를 선보이는 상황에서, ‘페스타’의 원조로 불리는 올리브영 역시 차별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요. 야외라는 과감한 선택과 체험형 요소 강화는, 그만큼의 부담과 각오를 보여주는 시도였습니다.

직접 노들섬을 찾았을 때도, 분위기의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입구부터 놀이공원에 온 듯한 음악이 흘렀고, 탐험복을 입은 스태프들이 반갑게 맞이했죠. 넓은 공간 덕에 기존 행사보다 한결 여유롭게 느껴졌고, 곳곳에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가 마련돼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았습니다. 잔디 위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풍경은 마치 음악 페스티벌을 연상케 했죠.

야외이기에 피할 수 없는 더위에 대한 대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양산, 쿨링시트, 아이스존의 얼음 생수까지, 기본적인 대응들이 매우 잘 준비되어 있었죠. 역시 대형 행사를 수차례 운영해 본 올리브영의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예상보다 이른 무더위는 행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야외 구성에 대한 호불호도 확실히 갈렸고요. 하지만 날씨 변수까지는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이것 만으로 이 자체를 실패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다르게 보여주겠다’는 올리브영의 의지와 방향성만큼은 분명히 전달되었으니까요.


완전히 바꾸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과감한 시도였던 만큼, 아쉬운 지점들도 분명했습니다. 가장 큰 건, 행사의 외형은 바뀌었지만 콘텐츠나 운영 방식에서는 기존의 행사들과 큰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선 브랜드 구성 면에서 참신함이 부족했습니다. 어워즈와 분리되며 신진 브랜드의 참여 폭이 넓어졌다고는 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존재감은 크지 않았고요. 다른 뷰티 페스타에서 익숙하게 보던 브랜드가 많아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108개라는 참여 브랜드 수 자체는 압도적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를 취한 인상을 주었죠.

물론 뷰티 업계 1위인 올리브영으로선 다양한 브랜드를 폭넓게 다루는 전략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장소를 야외로 옮길 만큼 체험형 요소에 힘을 준 것에 비해, 개별 브랜드 부스 경험은 조금 아쉬웠는데요. 대부분의 부스 운영 방식은 기존 올리브영 페스타나 경쟁 행사들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긴 대기 끝에 카카오톡 채널 추가, 인스타그램 팔로우, 좋아요 누르기 등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고 샘플이나 본품을 받는 구조였죠. 결국 자연스럽게 관람객들의 만족도는 ‘얼마나 많은 본품을 받았느냐’로 판단되는 구조로 이어지게 되고요.

이번 페스타에서 올리브영이 여러 노력들을 더하긴 했지만, 결국 증정 중심의 행사라는 고객 인식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커뮤니티 후기들도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받은 상품을 바닥에 펼쳐놓은 '득템샷'이 줄을 이었고, 사전 정보가 공유된 본품 지급 부스에는 더욱 긴 줄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줄이 길어질수록 경험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역설적인 구조였죠.

올리브영도 이런 한계를 인지했는지, 미니 게임이나 참여형 액티비티를 포함한 부스도 일부 눈에 띄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은품을 위한 형식적 절차를 벗어나지 못한 곳이 많았죠.

물론 예외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헤라 부스는 피부 톤을 측정해 나에게 맞는 쿠션 호수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요. 다만 샘플만 지급한 탓인지 상대적으로 한산했고, ‘득템’이 주목적인 관람객들에겐 외면받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두피 측정은 물론 넉넉한 본품 증정을 내세운 닥터포헤어 부스는 대기 시간이 3시간이 넘을 정도로 성황이었죠. 이렇게 '체험과 만족도'를 동시에 잡은 부스는 소수에 그쳤고, 전체 페스타의 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진화할 때입니다

생각해 보면, 페스타라는 행사는 애초에 올리브영이 개척한 포맷이었습니다. 초기만 해도 브랜드에게는 훌륭한 홍보 채널이었고, 고객에게는 새로운 상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자리였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경험’보다는 ‘증정’ 중심의 구조가 강화되었고, 이제는 샘플과 본품을 얼마나 받았느냐가 만족도의 기준이 되는, 다소 기형적인 행사로 바뀌어버린 듯합니다.

이번 야외 구성에 대한 엇갈린 반응 역시,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이 ‘체험’보다 ‘득템’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었죠. 어렵게 티켓팅에 성공해 페스타를 찾은 이들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브랜드 부스를 돌며 본전 이상의 상품을 챙기는 것이고요. 오전 10시 오픈부터 오후 8시 행사가 끝날 때까지 무한정 줄을 서는 구조에서는 더위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앞서 공유드렸던 야외를 대하는 고객들의 엇갈린 반응 역시 ‘경험’보다 ‘사은품’을 더 기대하는 구조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어려운 티켓팅을 통과해 페스타를 방문한 이들의 목적은 '모든' 부스를 돌며 본전 이상의 증정품을 가지고 돌아가는 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행사장을 떠나지 않고 하나라도 챙기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더위가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이 구조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화장품 브랜드 입장에선, 이처럼 적극적인 고객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는 페스타는 여전히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일 수 있으니까요. 고객들 역시 실제로 만족하니 매번 피켓팅에 나서는 것이겠고요.

다만 이제는 올리브영 페스타가 다시 한번 방향을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지금처럼 증정 중심의 행사로 계속 간다면, 더 많은 브랜드 참여와 함께 대기 시간 없이 부스를 순회할 수 있는 구조로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브랜드와 고객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체험 중심'의 행사로 진화하려면 설계 자체를 다시 짜야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등급별로 선예매 혜택을 제공하는 현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상은 좁히더라도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리디자인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흔히 말하는 ‘코덕’들이 꼭 가보고 싶어지는, 완성도 높은 체험 콘텐츠가 가득한 행사로 만드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실질적인 고객 경험에 변화를 주고, 이번에 보여준 야외라는 차별화된 콘셉트까지 더한다면, 올리브영 페스타는 단순한 ‘샘플 행사’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클래스의 브랜드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겁니다. ‘페스타’라는 포맷을 처음 만들어낸 장본인으로서, 올리브영이 다시 한번 한계를 넘어 진화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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