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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어떻게 10년만에 적자를 탈출했을까?

버클

2025.05.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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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흑자 전환 전략


브랜드를 오래 운영하다 보면 ‘어딘가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입니다. 10년의 적자, IPO 상장 철회 등 성공인가, 실패인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었던 컬리. 10년의 적자를 깨고 흑자를 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아티클에서 알아보세요.

컬리의 이유 있는 적자
유입은 꾸준한데, 마진은 줄고, 팀은 바쁘지만,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 대부분의 브랜드가 성장의 다음 단계에서 ‘운영’이라는 숙제를 다시 꺼내 드는 이유입니다. 컬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업계 최초로 새벽 배송 시장을 만들며 급격히 성장한 것으로 보였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꾸준히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 식품 카테고리의 특수성
    • 높은 원가율, 판관비, 직매입, 반품과 재고 문제
  • 물류 운영
    • 포장비, 물류 창고, 인건비
  • 플랫폼 운영
    • 촬영, 디자인, IT, 물류, 머천다이징, 큐레이션
 
하지만 컬리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전환점을 맞이했죠. 단순히 컬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컬리의 매출이 높아져서? 10년을 버텼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던 흑자 전환은 단순한 매출 성장이나, 비용 절감이 아닌 데이터를 활용한 운영 개선에서 시작됐습니다. 컬리는 갖고 있었던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돌파구는 항상 현장에 존재한다
컬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을 문제에서 찾았습니다. 앞서 말했던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꾸준히 개선했거든요. 크게 카테고리 확장, 물류 운영 효율화, 3자 판매자 기반 마켓 플레이스 확장, 멤버십 재편 등을 꼽아볼 수 있는데요.

높은 원가율을 가진 상품에서 마진이 남는 상품군으로 제품을 확장하고, 자동화 설비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산성이 20%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포장비 역시 감소했습니다. 또한 직매입, 직배송 중심에서 판매자를 큐레이션하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며 수익성 개선의 여지를 넓혔습니다.

문제를 돌파한 컬리, 과연 감에 의존한 결과였을까요? 컬리는 데이터에서 답을 찾았어요. 다음 섹션에서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컬리 뷰티(이미지=컬리)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컬리 뷰티(이미지=컬리)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

1%의 정확도가 수천만 원을 바꾼다
처음 새벽 배송이 나왔을 때, ‘누가 뭘 살지 알고 바로 배송해 준다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사람도 있을 텐데요. 지금처럼 AI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던 2015년부터 컬리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수요예측 시스템을 개선해왔습니다.

그리고 컬리에게 수요예측이 중요했던 이유는 단순히 고객의 만족과 별개로 어떤 제품이 언제 팔릴지, 그 제품에 어떤 부자재(드라이아이스, 박스 등)가 필요한지,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자원을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지까지. 예측 정확도 1%가 물류 비용 수천만 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컬리의 데이터사이언스 팀은 물류 조직과 함께 하루 수십 번씩 수요를 예측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봇 ‘데멍이’를 통해 조직 전반에 공유됩니다. 데이터는 사일로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서가 참고하는 ‘하루의 기준선’이 된 셈입니다.


누구에게는 ‘보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컬리는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는 보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고객의 구매·클릭 반응을 예측해, 구매 확률이 높은 고객에게는 쿠폰을, 반응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고객에게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거나, 관심 있는 제품만 정확히 골라서 안내합니다. 불필요한 마케팅을 줄이고 브랜드 경험을 해치지 않기 위한 판단이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고객이 남긴 작은 행동 데이터들과, 이를 학습한 개인화 예측모델, 상품 랭킹 알고리즘입니다. 마케팅 자동화라고 말하는 모든 것에는 수십 개의 모델과 수많은 판단 기준이 포함됩니다. 이것이 단순한 CRM 메시지 자동화와 컬리의 개인화 전략이 다른 이유입니다.


모델의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녹아드는가?’
컬리는 잘 만든 모델보다 잘 살아있는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고, 수요는 언제든 바뀌며 외부 환경은 늘 변수입니다. 컬리는 단순한 성능 테스트보다 ‘현업이 쓸 수 있도록 모델을 어떻게 적시 대응하게 만들까?’에 더 집중합니다.

데이터 누락, 공휴일, 정책 변경, DB 스키마 변경, 명절, 이벤트 등 수많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룰을 함께 대응하고 운영하는 것이죠. 실제 운영 과정에서 성능이 떨어질 경우에는 예측이 과대일 때와 과소일 때 중 어떤 쪽이 더 낫다는 판단을 기준으로 모델을 수정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단순한 공식 기반 예측을 쓰기도 합니다.

잘 쌓아온 데이터로 만든 모델이 더 잘 살아있게 하는 것이 컬리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컬리,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
10년간 적자를 청산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컬리.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오래갈까?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데요.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건 아니기 때문이에요. 쿠팡이 매년 20%~30% 매출이 상승한 것에 비해 컬리는 2022년과 2024년 사이 10% 성장에 그쳤거든요. 그런데도 영업이익에서 손실이 적어졌다는 것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마진 상품 판매, 물류센터 효율화,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컬리 매출액과 영업이익(출처=컬리 IR)
컬리 매출액과 영업이익(출처=컬리 IR)

컬리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물류센터 효율화를 진행한 것은 더 많은 매출을 달성하기 위한 초석입니다. 그 이유는 기존에 처리하던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충성 고객을 유지와 함께 신규 고객 유치를 해도 무리 없이 물류를 소화해 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컬리는 올해 안에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플러스 스토어에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해요. 또 절약한 비용을 통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을 거고요.


흑자 전환은 더 많은 고객이 아니라 더 나은 운영에서 시작된다
앞서 그래프에서도 보았듯, 컬리의 흑자 전환은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같은 고객을 더 잘 알고, 더 잘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수요를 예측하고, 메시지를 다르게 보내고, 물류를 줄이면서 결국 비용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죠.

이 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더 많이 알지 않아도 된다. 대신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의 운영 시스템을 설계하고 싶은 브랜드라면, 컬리의 사례가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탄탄한 운영을 통해 만년 적자라는 주홍 글씨를 지워가고 있는 컬리는, 이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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