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가 팬으로부터 직접 후원을 받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돕는 구독 기반 플랫폼, 패트리온의 창업자이자 뮤지션인 잭 콘티는 'Death of the Follower(팔로워의 종말)'이라는 발표를 할 때마다 꼭 사용하는 사진이 하나 있다. 텅 빈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그렇게 아무도 듣지 않던 시절을 거친 그는, 지금은 2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뮤지션 채널 ‘Pomplamoose’를 운영하고 있다.
잭 콘티가 뮤지션의 페르소나로 운영하는 이 유튜브 채널은 초창기 약 7년 동안 조회수가 바닥을 기었다. 그를 인터뷰한 ‘Colin & Samir’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들 역시 5년 동안 영상 하나당 500~2,500 조회수를 오가며, 성공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1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로 성장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지속성’이다.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다 보니 하나의 포맷이 생겼고, 그 포맷은 특정 채널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특징이 되었다. 다시 말해, 각 채널은 하나의 ‘쇼’가 되었고, 포맷은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된 셈이다.

사진 출처: 유튜브 colin & samir
그리고 주 1회 업데이트처럼 일정한 주기로 콘텐츠를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 콘텐츠가 올라오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에게 의존하는 유저, 팬덤이 형성된 것이다. 나 역시 요즘 일주일 내내 기다리는 채널이 하나 있다. 유튜브 채널 ‘토요일의 도쿄’. 이름 그대로 토요일마다 도쿄의 맛집을 소개해주는 채널인데, 새 영상이 올라오면 그걸 보면서 술 한잔하는 재미가 생겼다. 한 주라도 업로드가 없으면 괜히 허전할 정도로 일상에 녹아든 콘텐츠다.

나도 두 달 전부터 매주 일요일, 지인들과 함께 ‘책잡힌 사이’라는 팟캐스트를 올리고 있다. 애플팟캐스트, 스포티파이, 유튜브, 팟빵 등에 업로드 중인데, 벌써부터 “일요일이 기다려진다”는 반응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이렇게 특정 요일에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행위는 팬덤을 만드는 지름길 중 하나이다.

2달 만에 애플 팟캐스트 예술 부문 1위를 달성한 '책잡힌 사이'
크리에이터가 성공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콘텐츠 발행을 통해 자신만의 ‘포맷’을 만들고, 유저들이 그 포맷을 기다리게 만들어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와는 전혀 다른 성공 방식도 있다. 세 글자로 말하면 ‘스타일’이다.
앞서 말한 ‘지속성’ 중심의 콘텐츠와 달리, ‘스타일’에 방점을 둔 크리에이터는 하나하나의 콘텐츠를 극한의 퀄리티로 만든다.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지속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한 편 한 편이 보는 사람에게 일종의 ‘스탕달 신드롬(강렬한 예술 작품을 접했을 때 감정적으로 압도되어 심리적·신체적 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을 주는 식이다.
요약하자면, ‘포맷’형 크리에이터는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팬덤을 쌓고, ‘스타일’형 크리에이터는 작품 수준의 콘텐츠 하나하나로 팬덤을 만든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는 건 없다. 중요한 건 나한테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찾는 거다. 그리고 내 선택은, ‘포맷’형 크리에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