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던과 잭 콘티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 폼플라무스(Pomplamoose)는 오랫동안 모든 걸 둘이서 해냈다. 작곡, 노래, 연주는 물론, 곡의 완성까지 전 과정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왔다. 그것이 곧 밴드의 정체성이며 존재 이유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인 밴드로서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되었고, 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바로 다른 연주자들과 협업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었다. 이 시점부터 폼플라무스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들은 '2인 밴드'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지만, 진짜 정체성은 다른 곳에 있었다. 폼플라무스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만들고 싶게 만드는 존재(Inspiration to make stuff)’였던 것이다.
이후 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창작물 그 자체보다는 창작의 과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쇼츠 같은 짧은 영상에는 연주 장면뿐만 아니라 곡이 만들어지는 순간순간이 그대로 담겼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그들의 창작에 대한 몰입과 열정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앞으로의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하나의 키워드다. 바로 오토텔릭(Autotelic).
사전적 의미로 오토텔릭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이라는 뜻이다. 즉, 창작의 결과에 대한 외부의 반응, 보상이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행위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몰입하는 상태를 말한다. 고도로 AI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이 오토텔릭한 태도가 크리에이터의 성과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AI는 결과물의 퀄리티를 상향 평준화하고 있다. 이제 결과물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더구나 AI는 극단적인 효율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어렵다. 우리는 패스트푸드보다는 수십 년간 숙성시킨 요리나 주류에 감동한다. 감동은 효율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크리에이터의 차별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과정의 경쟁력은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몰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 몰입과 전염의 힘을, 우리는 ‘오토텔릭’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자, 당신은 오토텔릭한가?
과정에 몰입하라. 그리고 그 몰입으로 세상을 전염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