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개발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다. 평일 아침 한 시간, 출퇴근길 세 시간을 자기개발에 쓰려고 노력한다.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업무와 관련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영어 공부를 하며, 롱블랙이나 폴인 같은 아티클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내가 자기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는, 자기개발이 내 삶을 바꿔줄 투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능력을 개발해 채용 시장에서 몸값을 높이면, 내 삶이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질 수 있다. 그래서 개인 시간을 쪼개 투자하고, 공부한 내용을 업무에 적용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자기개발을 지속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문이 생겼다. ‘나는 무엇을 위해 자기개발을 하고 있는가?’ 내 자기개발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보다, 노동자인 나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기개발이 점차 강박관념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그 무렵, '조승연의 탐구생활' 채널의 한 영상을 보고 내 생각이 바뀌었다. 조승연 작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격증 따기, 스펙 쌓기 등은 Development(개발)이고, 진짜 자기개발은 Cultivation(경작)이라고 말했다. 나에게 기능을 ‘붙이는’ 활동은 Development이고,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가꾸는’ 활동이 Cultivation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30대 중반 이후엔 자기개발의 목적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신체가 후퇴하지 않도록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고,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나이가 된 만큼, 스스로를 올바른 사람으로 가꾸기 위한 정신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기개발 = 결과’라는 생각을 한다. 자격증을 따거나, 원하는 회사에 합격해야 자기개발이 의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자기개발을 내 인생을 ‘경작’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면 관점이 달라진다. 그 결과는 인생의 마지막에야 드러난다. 나이 들어 70, 80세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혼자서 소소한 취미를 즐기는 멋진 노인이 될까, 아니면 휴대폰을 들고 화를 내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내는 고약한 노인이 될까?
우리 인생의 목표는, 인생이 끝날 때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신체는 쇠약해지더라도 그 나이에 맞는 품격과 인성은 가져야 한다. 조승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몸과 마음이라는 밭을 잘 경작해 나가야 한다. 황무지를 좋은 땅으로 바꿔 열매를 맺는 데 시간이 걸리듯, 우리도 좋은 토양을 만들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마케터나 기획자로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경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가진 생각과 관점은 작업물에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감각과 아이디어는 반드시 좋은 토양에서만 나올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업무 역량이 생기면, 성과는 결국 고객, 팀원과의 관계와 태도에서 갈린다.
당신의 자기개발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나? 단순한 스펙 쌓기에 그치고 있다면, 이 글이 자기개발의 진짜 목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