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sign by 슝슝 (w/Midjourney)
아래 글은 2025년 06월 1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무신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글로벌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6월 10일, 무신사는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과 솔루션을 소개하는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창업자 조만호 의장과 각자 대표 체제로 무신사를 이끌고 있는 박준모 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이기도 했는데요. 이는 무신사가 글로벌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죠.
더불어 이날 무신사가 밝힌 목표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로 2030년까지 글로벌 거래액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건데요. 작년 무신사의 전체 거래액이 4.5조 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성장 계획이 얼마나 공격적이고 빠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무신사의 핵심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무신사가 가장 잘하는 일’, 즉 브랜드와의 동반 성장을 글로벌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것이었죠. 지금의 무신사를 만들어 준 핵심이 브랜드와의 관계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텐데요.
더욱 주목할 만한 건, 이 전략이 글로벌 사업 확장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내 사업의 경쟁력까지 동시에 강화하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이렇듯 이번 행사를 통해 드러난 무신사의 글로벌 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하던 걸 그대로 이식합니다
무신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패션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현지 물류 및 유통을 포함한 지역 전문성이고요. 둘째는 각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이해, 마지막은 이 정체성을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 역량입니다.
이 세 가지는 패션 비즈니스의 특성을 잘 드러냅니다. 패션은 고객과 긴 호흡으로 소통하며 브랜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인데요. 이런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잠깐은 잘 나갈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반면 고객과 제대로 교감을 이루면 한 번 구축한 브랜드 가치는 오래도록 유지되죠.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브랜드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파트너는 무신사가 유일하다는 게, 이번 행사가 강조한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심지어 현지 1위 업체라 할지라도 K패션 브랜드를 깊이 이해하고 도와주는 일은 무신사만큼 하기 어렵습니다. 즉, 현지 사업자들이 무신사를 쉽게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인 거죠.
또 하나 흥미로운 건, 무신사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오프라인 사업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대로 전개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은 그 자체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대상 면세 매출이 약 200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나라에서 어떤 상품이 통할지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거죠. 이제 이 성공 모델을 해외로도 확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무신사는 국내에서 이미 글로벌 고객의 반응을 확인한 오프라인 거점을 중국과 일본 등으로 늘려 나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무신사는 중국 상하이, 항저우 등에 매장 오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 등에도 순차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라 하는데요. 더욱이 아직 글로벌 시장은 국내만큼 온라인 쇼핑 침투율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무신사는 브랜드를 대신해 이런 고객 접점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게 되는 거죠. 글로벌 현지 사업자들 중에서도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신사의 이 전략은 상당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물류가 무신사의 '킥'입니다
다만 무신사 스스로 강조했듯이, 글로벌 진출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결국 지역 전문성입니다. 그리고 지역 전문성의 본질은 유통과 물류 역량인데요. 특히 유통은 무신사가 단기간에 독자적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글로벌 스토어의 트래픽과 거래액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현지 1위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신사는 현지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 온라인 패션 1위 플랫폼 ‘조조타운’과의 파트너십 논의가 대표적인 사례고요. 중국의 안타스포츠, 태국의 센트럴그룹 등과도 협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식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런 파트너십을 통해 무신사는 단기간에 의미 있는 규모의 거래액과 트래픽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차피 현지 파트너를 활용할 거라면, 굳이 무신사를 통해 진출할 필요가 있을까요?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브랜드라면 직접 현지 플랫폼과 손잡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는 무신사를 통해 진출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브랜드는 상황이 다를 수 있죠. 그래서 무신사가 내세운 차별점이 바로 ‘물류’입니다.
브랜드가 해외 판매를 할 때 가장 고민하는 건 뭘까요? 우선 국내보다 훨씬 높은 물류비용이 큰 부담이고요.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국내 수준의 배송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입니다. 여기에 ‘재고를 어디에 둘지’ 역시 만만치 않은 고민이죠. 국내에서도 여러 판매 채널을 운영하면 재고 관리가 복잡해지는데, 해외까지 판매 채널이 확대되면 재고 관리의 어려움은 배가 됩니다. 특히 현지 창고에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판매 기회 자체를 놓칠 수도 있고요.

브랜드는 상품만 준비하면 물류 고민을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 무신사가 내세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무신사는 이런 고민을 해결할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이미 국내에서 ‘무배당발(무료배송, 당일발송)’로 대표되는 무신사 풀필먼트 서비스(MFS)를 올해 8월에 해외 시장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거죠.
이처럼 무신사를 통하면 여러 브랜드의 물량을 모아 개별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고요. 미리 확보한 현지 물류 거점에 재고를 배치해 일본에서 기존 일주일 이상 걸리던 배송 기간을 국내와 비슷한 하루, 이틀 이내로 단축시키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무신사는 국내와 글로벌 스토어를 통합 운영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의 재고 배분까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신사는 패션에 특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합니다. 여름 장마철 습도에 취약한 의류와 신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정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설치하였고요. 상품이 입고되면 360도 촬영이 가능한 설비를 활용해 입고 후 바로 콘텐츠 제작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일부 브랜드에 제공 중이라고 하니, 확실한 장점을 가진 셈이죠.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브랜드가 재고 운영을 무신사 풀필먼트에 맡기면, 혹시 모를 파트너사와의 협력 관계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대신 무신사가 재고를 보유하기 때문에 상품 판매의 주도권 또한 무신사에 있게 되니까요. 결국 무신사는 뛰어난 물류 역량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플랫폼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운 겁니다.
다시 국내로 경쟁력이 이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무신사의 글로벌 전략이 결국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앞으로 이커머스 경쟁의 핵심은 좋은 상품과 브랜드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로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쿠팡을 필두로 여러 이커머스 기업들이 앞다투어 물류 경쟁을 벌이며 풀필먼트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플랫폼 창고에 브랜드의 상품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플랫폼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물동량이 커질수록 물류비용이 줄어들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으로도 연결되니까요.
무엇보다 패션 시장에서는 이런 경쟁이 더욱 치열합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자사몰을 이미 운영 중이고, 이를 더 키우고 싶어 하죠. 브랜드의 힘이 중요한 패션 시장에서 플랫폼은 좋은 브랜드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신사가 브랜드에게 해외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제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단지 글로벌 시장 진출만이 아니라, 국내 판매 성과와 밀접하게 연계된다면 브랜드가 무신사를 선택할 이유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무신사라는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되는, 확실한 락인 효과가 생기는 거죠.
결국 무신사의 이러한 전략은 국내 패션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그 성과의 상당 부분을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가져가면서 국내 생태계 전체의 균형 있는 성장이 어려웠던 사례가 있었는데요. 반면 무신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면 그 중심에는 결국 K-패션 브랜드가 있고, 플랫폼과 브랜드가 동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신사가 내건 글로벌 전략이 하나둘 현실화되고, 이를 통해 K-패션 전체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