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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 탐구서

신발 밑창도 명품이 될 수 있다. 비브람(Vib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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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 신발에서 가장 핫한 카테고리를 꼽자면 '러닝화'인 것 같아요. 나이키, 컨버스, 아디다스 중심의 스니커즈 시대가 지고, 온(On), 살로몬(Salomon), 호카(Hoka)와 같은 러닝화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요. 호카 수입사 조이웍스는 2024년, 전년 대비 매출 89%, 영업이익 49%의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출: 820억, 영업이익: 183억)

호카 마파테 스피드 2-1.png
호카 마파테 스피드 2


호카의 다양한 러닝화를 매장에서 둘러보면, 유독 비싼 신발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하면서 신발을 살펴보면 밑창의 노란색 글씨와 문양이 눈에 들어와요. 바로, 밑창 전문 제조사 'vibram'사의 로고입니다. 

좌: 금강제화 리갈 201 / 우: 아크테릭스 GTX 등산화


그런데 이 로고, 러닝화에만 있지 않아요. 더비, 로퍼, 첼시부츠와 같이 포멀한 신발에 있기도 하고 등산화와 같은 액티비티 신발에도 있죠.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도메스틱(한국)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에서도 이 로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신발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이 로고가 있는 신발에 기꺼이 지갑을 열어요. 즉, 비브람의 노란색 로고가 신발의 고품질을 증명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은 것이죠.

어떻게 비브람은 눈에 띄지 않는 밑창 제조사임에도 명품 브랜드로 올라섰을까요?
비브람의 브랜드 스토리와 마케팅/브랜딩 인사이트를 함께 살펴보시죠!


 

글로벌 브랜드 탐구서는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브랜드 스토리와 성공 요인을 쉽고 재밌게 소개해 드립니다. 

 

👟 밑창을 명품 브랜드로 만들다. 비브람(Vibram)
01. 아픔으로 시작한 브랜드, 대명사가 되다 
02. B2B 기업이지만, B2C 마케팅도 잘해요


01. 아픔으로 시작한 브랜드, 밑창의 대명사가 되다.

비탈레 브라마니.jpg
비브람 창업주 Vitale Bramani


Vibram(비브람)의 브랜드 명은 창립자 Vitale Bramani(비탈레 브라마니)의 이름의 약자예요. 비탈레 브라마니는 어린 나이부터 알프스 등 수많은 어려운 산들을 등반한 산악가였죠. 1933년에는 이탈리아 알파인 클럽(CAI)으로부터 용맹한 산악가 금메달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Vibram이라는 브랜드명을 가지고 밀라노에 매장을 만들었고, 이는 금방 이탈리아 산악인들의 핵심 커뮤니티로 올라섰어요.

그렇게 탄탄대로만 있을 줄 알았던 그때, 브라마니에게 엄청난 비극이 찾아옵니다. 1935년 유명한 알프스 산인 Punta Lasica(푼타 라시카)에 가이드로서 동료들과 등반하던 중, 6명의 동료가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어요. 브라마니는 이 비극이 미끄럽고 불안전한 등산화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기존의 등산화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개발하는데 전념했어요. 

카라마토.jpg
카라마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브라마니는 1937년 이탈리아어로 '탱크 타이어 홈'인 Carrarmato(카라마토)라는 밑창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이 밑창은 주로 타이어 제조에 쓰였던 가황고무를 사용해 뛰어난 내구성과 접지성을, 탱크 바퀴에서 영감을 받은 러그(lug) 패턴이 새겨져 눈, 얼음, 바위 등 다양한 지형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을 확보했죠. 이 밑창은 당시 엄청난 혁신이었고, 등반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1947년, 비브람은 이탈리아에 첫 생산공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비브람의 상징적인 팔각형 로고도 이때 탄생하죠. 해당 공장에서 만든 밑창은 여러 등산화 업체에 납품되었고 1954년 극한의 환경 때문에 살인 산으로도 불리는 K2에 도전하는 이탈리아 원정대의 등산화 밑창에 비브람이 사용되었죠. 

1954년 이탈리아 원정대 K2 등반 With Vibram


이탈리아 원정대는 비브람 밑창과 함께 역사상 최초로 K2 정상까지 등정을 성공했습니다. 이후 비브람은 현대 등산화의 시초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산악인들이 신뢰하는 등산화 밑창의 표준, 즉 대명사가 되었어요.

 

02. B2B 기업이지만, B2C 마케팅도 잘해요

비브람은 뛰어난 품질을 가졌지만, 그들만의 신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지는 않아요. 신발을 만드는 브랜드들에게 밑창을 제공하는 제조사, B2B (Business to Business) 브랜드죠. 즉, 비브람의 매출은 신발 브랜드들이 신발을 만들 때 비브람의 밑창을 얼마나 발주하느냐에 달려있어요. 이런 관계이기에, 비브람은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자 유사한 신발 완제품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도 지금까지 지켜왔죠.

이런 B2B 기업들은 자신들의 소비자인 브랜드를 공략하기 위한 영업 활동을 주로 펼칩니다. 브랜드 담당자에게 자사의 샘플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서 브랜드와 공급 및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죠. 하지만, 비브람의 생각은 달랐어요. 비브람은 결국 밑창을 신는 최종 소비자는 일반 대중이기에, 대중을 공략하는 B2C (Business to Customer)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고 판단했죠. 

UTMB.jpg
UTMB X Vibram


UTMB(울트라 트레일 뒤 몽블랑) X 비브람 스폰서십은 대표적인 B2C 마케팅이에요. UTMB는 총 170km, 누적 상승고도 10,000m에 달하는 코스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2일 만에 주파해야 하는 극한의 트레일 러닝 대회입니다. 이 대회 우승은 전 세계 트레일러너에게 최고의 명예로 여겨지죠. 비브람은 2007년부터 UTMB를 후원했어요. 단순히 금액을 지원하는 후원사가 아니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러너들을 후원했죠. 바로, 대회 중간에 러너들의 밑창을 비브람으로 바꿔주는 방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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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MB의 험난한 코


UTMB의 코스는 매우 험난하기에 러너들의 신발 밑창이 매우 빠르게 닳게 됩니다. 닳게 된 밑창은 러너들의 속도를 감소시키죠. 이때 비브람이 마치 영웅처럼 밴 차를 타고 나타나 러너의 밑창을 비브람 밑창으로 갈아줍니다. 접지력, 가벼운 비브람 밑창을 대회 중간에 경험하게 된 러너들은 대회가 끝나고 바로 비브람의 팬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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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람의 수많은 파트너사


소비자들은 이런 비브람의 B2C 마케팅을 통해 신기하게도 밑창 브랜드의 팬이 되었고, 신발 브랜드에게 먼저 비브람 밑창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원래였다면 갑의 입장으로 다가왔을 신발 브랜드가, 비브람의 밑창을 원하는 파트너로서 다가오게 되는 것이죠. 이런 마케팅 방식을 통해 비브람은 단순한 밑창 납품사를 넘어 아크테릭스, 나이키, 호카, 팀버랜드, 뉴발란스 등 수많은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Walk on ice, New York City - Vibram


이 외에도 비브람은 빙판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 'Arctic Grip'(악틱 그립)을 런칭하고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마케팅도 진행했어요. 바로 뉴욕 한복판에 얼음을 놔두고 악틱 그립이 있는 신발과 없는 신발을 각각 신어보게 하는 체험이었죠. 백문이 불여일견, 소비자들은 체험하자마자 엄청난 차이를 경험했고 또다시 비브람의 밑창이 있는 신발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비브람이 밑창 제조사임에도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명품이 될 수 있었던 건 뛰어난 품질뿐만 아니라 이를 제대로 알리는 마케팅 역량이 있기 때문이에요.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지기에,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곳만 살아남을 수 있죠. 

앞으로 비브람이 자신의 제품처럼 미끄러지지 않고 꽉 브랜드의 명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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