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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PB, 경쟁사로 간 까닭은?

프로필 기묘한
2025.07.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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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7월 1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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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상징적인 일입니다

지난 7월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자사 PB ‘오늘좋은’ 상품을 쿠팡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쿠팡이 직매입 방식으로 들여오면서 로켓배송까지 적용된다고 하고요. 심지어 자사몰인 롯데온과 가격도 동일하다고 하죠.

놀라운 건, 이게 롯데마트만의 사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이마트의 피코크는 컬리에서, 킴스클럽의 오프라이스는 쿠팡은 물론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판매 중이라고 하니까요.

이런 변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건, PB 상품이야말로 각 유통 채널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PB는 ‘이 채널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해당 유통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존재였거든요.

그런 PB 상품들이 이제는 자기 매장을 벗어나, 그것도 경쟁 관계에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에까지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 이건 그 자체로, 유통의 중심이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싸다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PB가 경쟁 플랫폼으로 흘러가게 된 건, 이제 더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PB 상품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이었죠. 유통 과정을 줄이고, 일정 수량을 보장해주다 보니 제조사 입장에서도 원가를 낮출 수 있었고요. 유통사는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오프라인을 추월한 지금, 오히려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PB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앞서기 시작한 건데요. 이에 따라 소비자들도 이제 굳이 PB를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갈 이유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매출이 줄고, 규모의 이점을 바탕으로 쌓아왔던 경쟁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죠.

구조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면, 한정 수량 할인은 결국 독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대형마트들도 이 흐름을 인식해, 최근에는 더 파격적인 할인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합니다. 가격 구조 자체가 흔들린 상황에서 초저가 상품을 만들려면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하고, 결국 수량 제한이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런 상품은 모든 고객이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불만이 생기고, 때로는 브랜드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팔지 않는 매장이 미래일지도요

결국 PB가 본래 기대했던 효과를 내려면,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는 추가 기획이 더해져야 합니다. 콘셉트나 품질 면에서 차별화된 노브랜드나 커클랜드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쌓인 레거시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매장의 역할 자체를 바꾸는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를 보여주는 광고 채널이나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죠.

얼마 전 읽은 책 『서울의 하이스트리트』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등장했는데요. 무신사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박지원 실장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폭력적으로' 노출하는 물리적 공간의 가치에 주목했다"라고 말합니다. 온라인 배너 광고보다도, 오히려 매장을 열어 브랜드를 알리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었죠.

또한 해외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흐름도 확산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까르푸는 전체 온라인 주문의 약 70%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처리한다고 하는데요. 결국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으로 보지 않고 물류와 광고까지 아우르는 복합 채널로 활용하며 경쟁력을 되찾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PB 상품이 판매 채널을 넓혀간다고 해서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닙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꾸준히 노출되며 브랜드로 자리 잡은 PB가, 온라인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매장의 기능을 광고와 물류로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PB를 경쟁력 있는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는 일. 어쩌면 이게 대형마트가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도 모릅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유통 #리테일 #오프라인 #대형마트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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