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취향"의 피로, 기획자가 고민해야 할 진짜 기준

2025.07.30 15:17
182
1
0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많은 브랜드가 내거는 "취향"이란 단어 앞에서 오히려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는 시대. 브랜드 기획자라면, 쉽게 컨셉을 정의할 수 있는 "취향"이란 포장지 대신 어떤 기준으로 공간을 기획해야 할까요?

요즘, 취향을 담은 편집샵이나 브랜드가 많아졌습니다.

대표의 감각을 시각화한 쇼룸부터,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디깅할 수 있도록 설계된 큐레이션 공간까지. 

공간이 ‘취향의 매개체’가 되길 기대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점점 흔하게 사용되는 “취향”이란 단어 앞에서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정말 우리는 취향을 소비하는걸까? 사실은 취향이라고 하는 착각을 소비하는걸까?"


오늘의 글은 취향 피로 시대에 어떤 기준으로 공간의 내러티브를 만들지 고민하는 

브랜드 기획자들에게 도움될만한 인사이트를 담았습니다


 

취향은 본래 무엇이었나 – 느리고, 조용한 결정의 축적

 

취향은 원래 자기 안의 기준을 오랜 시간 다듬는 과정입니다.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내가 겪고, 버리고, 다시 고르는 과정 속에서 길러지죠.

 

하지만 우리는 내면의 소리를 귀기울이기보단 다른 사람의 시각을 탐닉합니다.

그저 잘만들어진 공간을 보고 '이건 내 취향이야' 라고 하는거죠.

 

취향은 결국 트렌드와 섞이게 됩니다.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고, SNS에 올라가고, 비슷한 무드가 반복되면

그건 ‘취향’이 아니라 ‘기준’이 됩니다. 그 순간부터 ‘선택’은 ‘답안 고르기’로 바뀌죠.

 

그럼 다양한 디자인의 물건들을 모아놓고 “이 중에 하나쯤 너 취향이 있겠지” 라고 해서

과연 능동적으로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을까요? 

대다수가 그 중에서도 눈에 익숙한 것, 최근 트렌드인 제품을 고르지 않을까요?

 

 

팔리는 공간 vs. 내 취향을 담고 싶은 공간

 

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취향’은 설득력 높은 키워드이자 동시에 가장 쉬운 포장지입니다.

고유한 컨셉을 관통하는 서사보다, 매출 가능성이 높은 상품 배열에 ‘취향’이라는 명분을 덧입히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브랜드들의 딜레마가 보입니다.

나의 철학과 취향을 담고자 공들여 큐레이션 한 공간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매출로 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다양한 물량을 배치하고 마케팅 메시지를 더해 ‘취향처럼 보이는’ 공간의 물건은, 곧바로 팔립니다.

 

그래서 많은 공간 기획자들이 처음엔 '정체성과 철학'을 담고자 시작하지만, 운영의 현실 앞에선 결국

“바로 팔릴 것”부터 진열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공간의 방향보다 ‘재고 회전율’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죠.

결국 이렇게 묻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즈니스는 효율을 따라야 하고, 취향은 깊이를 따라야 하는데, 이 두 개는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

 

‘취향 채집’을 내걸은 29홈, 정말 취향을 모았을까?

 

*사진 출처 : 이구홈 성수 오피셜 등록 이미지 

 

최근에 29CM에서 성수동에 29홈이라는 리빙 큐레이션 편집샵을 오픈하며 ‘취향 채집’이라는 컨셉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공간에서 마주한 건 수천 개의 상품이 전시된 작은 리빙 박람회에 가까웠습니다.

 

디자인은 깔끔하고 품질도 나쁘지 않지만, 큐레이션보다는 ‘선택을 유도하는 배열의 과학’에 가까운 구성이었죠.

 

이러한 큐레이션이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29cm는 유통 플랫폼입니다. 다양한 상품들이 많이 소비되어야 하죠. 

소비 가능성 높은 상품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하고, 이 유통 전략을 설득력있게 만드는 명분으로서 ‘취향’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29cm가 쌓아온 노하우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감도는 점점 높아지고있고, 범람하는 취향속에서 피로감을 느낍니다. 

이들은 몇 번의 유도된 소비에 언젠간 지치고맙니다.

 

 

 

그렇다면, 편집샵이라는 공간은 본질적으로 어떤 장소일까요?

 

결국, 고객에게 선택의 기회를 설계해주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것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왜 이 제품이 여기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선택의 배경’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 배경은 대개 다음 세 가지 키워드로 출발합니다.

 

- 맥락: 이 공간은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을 위한 공간인가?

- 감정: 이 공간은 어떤 감정을 건네야 하는가?

- 질문: 이 공간이 소비자의 사고를 자극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래서 기획자의 역할은? 

 

취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사람들이 선택하게 하는 ‘내러티브의 틀’을 제시하는 것, 다시 말해

선택의 맥락과 감정, 질문을 통합한 하나의 큐레이션 관점을 설정하는 것이 

‘취향’이라는 컨셉을 대체할 수 있는 진짜 기획자의 일입니다.

 

 

 

이미지 출처 : 디자인프레스  (*글 내용과 상관없는 이미지입니다)

 

 

 

감각보다 기준, 취향보다 판단

 

결국 편집샵이란, 고객에게 선택의 기회를 설계해주는 공간입니다.

감각적으로 나열된 상품보다 왜 이 제품이 이 자리에 있고,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취향’이라는 추상적 언어 대신, 브랜드의 철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선택의 기준, 해석의 시선, 배열의 맥락을 설계하는 것. 

그게 지금, 큐레이션이 더 정교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MD나 브랜드 기획자라면? 

 

‘취향’이라는 마케팅 언어에 기대기보다, 소비자가 공간 안에서 경험하게 될 ‘선택의 기준’과 ‘해석의 내러티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취향’의 피로 속에서 살아남을 공간은 ‘감각’이 아니라 ‘판단’을 도와주는 공간일 것입니다.

 

취향이라는 말이, 정작 취향을 담지 못하게 된 지금.

우리는 ‘말’이 아니라,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핫플레이스 #마케팅사례 #공간브랜딩 #공간기획 #브랜딩전략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인사이트가 커집니다.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