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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역설] 신세계·여기어때는 왜 침체된 패키지여행에 베팅했나🔥

2025.08.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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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불황 속 패키지여행 시장에 뛰어든 여기어때와 신세계는 각각 '데이터 기반 투명성'과 '럭셔리 큐레이션'이라는 정반대 전략으로 시장 재편을 노리고 있습니다.

혹시 '패키지여행'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빡빡한 일정, 원치 않는 쇼핑, 판에 박힌 경험. 그런데 2025년 여름, 이 낡은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변화가 업계 대불황의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분기 종합여행사 대부분이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두 명의 새로운 도전자가 동시에 오르는 장면과도 같습니다.

 

한쪽은 여행을 '데이터'의 영역으로 가져와 시장의 룰을 재정의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여행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VVIP 고객의 서재에 꽂아주려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닙니다. 불황이라는 '침묵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새로운 방향을 읽어내려는 두 거인의 충돌이자, 미래 여행의 주도권을 건 거대한 질문의 시작입니다.

 

📊 여기어때: 데이터라는 현미경으로 시장을 해부하다


"더 이상 '사람'에게 묻지 마세요. 이제 '앱'에서 모든 것을 비교하고 고르세요."

 

먼저 포문을 연 여기어때는 업계와 정반대의 신호를 읽었습니다. 모두가 고전할 때, 플랫폼의 힘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문법이 불황에도 유효함을 증명했죠. 2025년 7월, 온라인투어를 품고 출범한 '여기어때투어'의 무기는 '절대적인 투명성'입니다.

 

데이터로 만드는 투명성
가격, 팁, 쇼핑 유무, 숙소 등 모든 요소를 데이터로 분해하고 구조화합니다. 고객은 마치 주식 투자 앱에서 기업 정보를 보듯, 객관적인 지표로 여행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투어 인수로 확보한 10만 건의 상품 데이터베이스는 이러한 '정보 민주화'의 단단한 기반이 됩니다.

 

리뷰로 증명하는 품질
'스타 가이드' 시스템은 패키지여행의 고질병인 '가이드 복불복'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2,400만 회원의 집단지성이 실시간으로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이터 기반의 혁신입니다.

 

여기어때의 전략은 ' 플랫폼 다각화 '입니다. 숙박, 교통, 액티비티를 연결했던 플랫폼 파워를 패키지여행으로 확장해, 시장의 룰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려는 것입니다.

 


💎 신세계: 불황 속에서 피어나는 럭셔리의 힘

 

"우리는 여행 상품이 아닌, 당신의 삶에 영감을 줄 '마스터피스'를 판매합니다."

8월 5일, 신세계가 내놓을 '비아신세계(VIA SHINSEGAE)'는 여행 플랫폼이라기보다 '움직이는 미술관'에 가깝습니다. 1인당 3,500만 원짜리 파일럿 골프 패키지가 완판된 현실은 이들의 전략이 어디를 향하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불황에 지갑은 닫혀도, 대체 불가능한 경험에는 열린다는 '불황의 역설'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죠.

 

경험을 '큐레이션'하는 역량
북극 쇄빙선 탐사, 아부다비 F1 VIP 관람처럼 상상 속 경험을 현실로 기획합니다. 연 1억 이상을 쓰는 VVIP 고객들에게 '당신만을 위한 다음 작품'을 제안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이죠. 구매액을 VIP 실적으로 100% 인정해주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생태계 통합'의 차원입니다.

 

과정을 설계하는 '토털 서비스'
신세계의 진짜 무기는 여행이 출발지에서 시작해 도착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철학입니다. 여행 전 전문가의 강의, 자택에서 공항까지 이어지는 고급 세단 픽업, 여행 후 미식 경험으로 이어지는 '리유니온'까지. 백화점 VIP 케어 시스템을 여행의 전후 과정에 완벽하게 이식하여 하나의 완성된 '문화 이벤트'를 제공합니다.

 

결국 신세계의 전략은 ' 고객 라이프사이클 딥다이빙 '입니다. 이미 확보된 최상위 고객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여행이라는 카테고리로 깊숙이 파고들어,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성을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 현실의 벽: 혁신적인 청사진 뒤의 거대한 산

 

물론 이들의 혁신적인 청사진 뒤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현실의 벽이 존재합니다. 이 산을 넘지 못하면 '데이터'와 '작품'이라는 비전은 신기루에 그칠 수 있습니다.

 

'패키지'라는 이름의 주홍글씨
'패키지여행'은 수십 년간 쌓여온 부정적 이미지와 싸워야 합니다. 원치 않는 쇼핑, 불투명한 옵션, 수동적인 일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매우 깊습니다. 이는 단순히 좋은 상품 몇 개를 내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패키지'라는 단어 자체에 내재된 '나의 시간이 온전히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짜인 일정'이 아닌 '최적의 동선'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데는 막대한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차별화'라는 멀고 험한 길
'투명성'과 '프리미엄'은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 고객 경험으로 구현하기는 극도로 어렵습니다. 여기어때의 '데이터 기반 투명성'은 전 세계 수많은 현지 여행사의 각기 다른 시스템과 문화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표준화해야 하는 기술적, 운영적 난제에 부딪힐 것입니다. 신세계의 '초프리미엄' 역시 일관된 품질의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장 변수 속에서도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자칫 컨셉만 남고 실제 경험은 기존 상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 두 기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공룡'들의 견고한 영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같은 기존 강자들은 수십 년간 쌓아온 항공사, 호텔과의 강력한 네트워크와 구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신규 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상품 공급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이미 '하나팩 2.0', '모두시그니처' 등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으로 체질을 개선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신규 플레이어들이 이들의 견고한 영토를 뚫고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컨셉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기존 강자들이 제공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이들의 진출은 불황 속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시장의 지각변동을 읽어낸 가장 날카로운 응답입니다. 패키지여행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나 가는 여행'에서 '나를 위한 여행'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것이죠.

 

결국 여기어때와 신세계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날 여행에서 기꺼이 돈을 지불할 가치는 무엇입니까?

 

여기어때가 파는 것은 다수에게 보장되는 '합리적 선택'과 데이터가 주는 '신뢰'입니다. 실패할 확률을 없애는 것, 여행을 '데이터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시도입니다.

 

신세계가 파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차별적 경험'과 지적 '영감'입니다. 가격을 넘어선 가치, 여행을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려는 시도입니다 .

 

앞으로의 여행은  '데이터'로 설계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작품'으로 간직하시겠습니까? 

그 거대한 질문이, 마침내 시작되었습니다.

 

썸네일, 본문 이미지 소스 출처: Unsplash, 여기어때 공식인스타그램, 비아신세계 공식 인스타그램

 

 

#여행산업 #관광 #패키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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