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경영

GPT-5가 출시됐다.. 그런데?

2025.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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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1. OpenAI가 2년 5개월 만에 GPT-5를 공개했어요. 2. 전반적인 성능은 개선됐지만, '대도약'은 아니라는 평가예요. 3. 이번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코딩 성능 강화와 개발자 시장 공략으로 보여요.
출처 : OpenAI


지난 8월 8일, 소문만 무성했던 GPT-5가 출시됐습니다. 이번 발표는 GPT-4가 출시된 지 약 2년 5개월 만에 이루어진 메이저 업그레이드였기에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그 사이 ChatGPT 사용자는 7억 명, 기업 고객은 500만 개를 돌파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며 반응도 뜨겁게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첫인상으로는 기대와 달리 '대도약'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GPT-5, 뭐가 달라졌나?

바쁘신 분들을 위해 이번 업그레이드의 가장 큰 특징 3가지를 빠르게 짚어보겠습니다. 

1) 이제는 GPT-5 하나만 쓰세요.

GPT-5는 하나의 '기본 모델'로 통일시켰습니다. 이전까지는 GPT-4o, GPT-4.5, o1·o3  등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모델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단일 모델이 요청 난이도에 따라 연산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데요. 덕분에 평균 응답 속도는 빨라졌고, 품질도 균일해졌습니다. 여기에 Thinking 모드를 제공해 필요에 따라 연산 리소스를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2) 모르는 데 어떻게 대답해요?

GPT-5는 생성형 AI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환각(할루시네이션) 문제를 큰 폭으로 개선했습니다. 특히 자신 없는 질문에는 "모른다"거나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답변을 내놓는데요. 불필요하게 그럴듯한 거짓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줄었고, 이를 통해 답변의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출처 : OpenAI


3) 제가 제일 똑똑해요.

AI 모델 발표 때마다 그렇듯, GPT-5 역시 자신들이 가장 똑똑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주요 벤치마크 점수에서 기존 자사 모델보다 개선된 수치를 공개했고, 샘 올트먼 CEO는 모든 면에서 박사급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다며 그 성능을 간접적으로 과시했습니다.

 
출처 : OpenAI

 

좋아 보이는데, 뭐가 문제일까?

이렇게 보면 GPT-5는 여러 면에서 진화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정도 수준인가?"라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붙습니다. 사용자들의 기대 수준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완전히 충족시킬 만큼 압도적인 변화나 혁신을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이는 매년 혁신했다며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아이폰이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무엇이 바뀌었냐며 반문하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특히 자신 있게 내세운 변화들이 오히려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OpenAI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픈 상황이 됐습니다.  

1) 하나로 통합? GPT-4o 돌려줘

단일 모델 전략은 사용성을 높이려는 시도였지만,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글쓰기 능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정확한 분량, 예를 들어 몇천 자 이상으로 써달라고 하면 그대로 써주긴 하지만, 내용의 깊이나 완성도가 오히려 떨어졌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그 결과 GPT-4o나 GPT-4.5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가지 않아 Pro 요금제에서 모델 선택 옵션이 부활했는데요. 성화가 계속되자 Plus 이상 요금제 사용자에 한해 선택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하나로 통합된 모델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환각? 이미 잘 쓰고 있었는데

환각을 줄인 것은 분명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환각 증세가 남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기존 모델들도 대부분 한 자릿수 환각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평소 대화에서 환각을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즉,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사용자도 많다는 얘기입니다.

 
3) 최고 성능? 그록이 더 똑똑하던데?

지금까지 OpenAI 모델들은 최소한 출시 당일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벤치마크 기록에서 다른 경쟁사 모델들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쟁사 대비 약간 나은 수준에 그치거나 일부는 뒤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그록4 헤비 모델이 GPT-5보다 더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며 견제하기도 했는데요. 비록 정확한 벤치마크 점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분명 과거의 신규 모델 출시 충격파보다는 크지 않은 모습입니다.

 

불난 OpenAI에 부채질?

이번 GPT-5 논란이 유독 뼈아픈 이유는, 최근 불거진 OpenAI의 위기설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OpenAI는 연이어 악재에 직면했습니다. 30억 달러 규모로 추진하던 AI 스타트업 ‘Windsurf’ 인수가 경쟁사의 반발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권리 문제로 무산되며 핵심 인력을 구글에 빼앗겼습니다. 여기에 메타가 파격적인 연봉과 스톡옵션을 내걸고 AI 인재를 대거 영입하자, OpenAI는 전 직원에게 2년간 총 15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이례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2023년 말 발생했던 샘 올트먼 CEO의 해임·복귀 사태 이후 이사회 내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GPT-5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흔들리는 리더십과 시장 신뢰를 회복할 ‘반전 카드’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성능 체감의 한계와 사용자 불만, 그리고 경쟁사 대비 우위가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기대했던 반전 효과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출처 : OpenAI


여기에 늘 프로페셔널하고 세련되게 진행되던 발표 장면에서도 옥에 티가 발견되며 위기설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OpenAI가 제시한 일부 성능 비교 그래프에서 막대 높이와 실제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 오류가 포착된 것입니다.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 작은 오류마저도 ‘과도한 포장’이라는 비판으로 번졌습니다. 위기설을 돌파할 무기가 되어야 할 GPT-5가,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은 셈입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진짜 주목해야 코딩 성능과 가격 인하입니다. 그동안 코딩 실력은 클로드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우세했고, 실제로 AI 코딩 툴인 '커서 AI'에서도 클로드의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GPT-5가 코딩 능력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이 구도를 뒤흔들 기세입니다.

실제로 이번 발표는 일반 이용자보다 개발자 커뮤티니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느낌만으로 코딩을 한다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에 대해서도 좋은 후기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발표 현장에 커서 AI CEO가 직접 등장했고, GPT-5 한시적으로 무료 제공하기로 하면서 개발자 시장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출처 : OpenAI


GPT-5를 둘러싼 논란이 당장은 시끄럽지만, 장기적으로 OpenAI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ChatGPT가 확보한 충성 사용자층은 ‘성능 향상’뿐 아니라 ‘습관적 사용’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즉,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미 생활과 업무 흐름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현재 가장 큰 불만 요소인 단일 모델 통합 전략도 빠르게 수정되고 있습니다. OpenAI는 일부 유료 요금제에서 모델 선택 기능을 부활시켰고, 이를 더 넓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초기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신속히 조정하는 유연성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시간이 지나 GPT-5의 답변 품질이 안정되고, 사용자들이 새로운 사용 방식에 익숙해지면 반발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B2C 시장에서는 이전만큼의 '와우' 효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코딩 성능을 기반으로 한 API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OpenAI는 더 큰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살’을 내준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단단한 ‘뼈’를 쥐게 되는 셈입니다.

 

전략의 변화, 그 결과는?

GPT-5는 기대만큼 큰 변화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실패로 보긴 어렵습니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OpenAI가 기대하는 건 화려한 기능보다 기존 사용자 유지와 빠른 개선, 그리고 API 가격 인하를 통한 기업·개발자 시장 확대로 풀이됩니다.   

과연 이 전략이 의도대로 잘 통하게 될까요? 앞으로 AI 코딩 툴의 흐름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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