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지브리는 넘쳤는데, 왜 나노바나나는 안보일까?

2025.09.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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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1. AI 피규어를 만든 나노바나나는 구글의 모델로 밝혀졌어요. 2. 주목은 받았지만 지브리풍 이미지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어요. 3. GPT-5의 기대 이하 평가와 함께 구글 AI 기술력이 다시금 인정받았어요.
AI 피규어? 누가 만든 거야

지난 3월 말, 세상 모든 SNS와 메신저는 하나의 이미지로 뒤덮였습니다. 바로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입니다. ChatGPT가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공개하자마자 불과 열흘 만에 1억 3천만 건의 이미지 요청이 쏟아졌는데요. 샘 올트먼 OpenAI CEO는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 때문에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생성 제한을 걸기도 했습니다.
 
본인 등판! (생성 : Gemini 2.5 Flash Image)


그리고 약 4개월 뒤, 또 다른 이미지 하나가 주목을 받습니다. 이번 주인공은 피규어였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사람들이 인형 박스 속에 들어간 듯한 피규어 이미지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언론은 이를 두고 제2의 지브리 열풍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소 장난스러운 이름, '나노 바나나(Nano Banana)'가 있었습니다. 

 

나노 바나나, 뭐가 특별한 걸까

지금은 구글 제미나이에 통합되어 ‘Gemini 2.5 Flash Image’라는 정식 명칭을 달고 있지만, 출시 초기만 해도 ‘나노 바나나’라는 코드네임으로 LMArena라는 테스트 플랫폼을 통해 먼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때만 해도 구글의 모델이라는 점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단지 뛰어난 결과물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본인 등판! (생성 : Gemini 2.5 Flash Image)

 
이 모델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동물·캐릭터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편집·합성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두 장의 사진을 합쳐 자신과 유명인물이 함께 찍힌 듯한 장면을 만들거나, 포즈를 바꿔도 여전히 ‘나 같은 느낌’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요. 더 나아가 한 번 만든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편집하더라도 어색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기존 AI 이미지 생성 모델이 자주 실패하던 영역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여준 것이었고, 실제로 LMArena 벤치마크에서 세계 최고 성능을 기록하며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노바나나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고급 편집 기능과 실무 활용 가능성까지 보여주며 ChatGPT보다 한 단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친 나노바나나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나노 바나나는 지브리풍 이미지처럼 폭발적인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의 허들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나노 바나나가 처음 공개된 곳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LMArena였고, 그것도 특정 모델을 지정할 수 없는 배틀모드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새로운 사이트에 접속해 번거로운 절차를 감수할 사용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출처 : LMArean.ai


나노 바나나는 약 일주일 뒤 제미나이에 통합되었지만, 이미 초기 확산의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였습니다. 결국 대중적 확산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 채, 관심은 이 기술력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부 기술 커뮤니티에 한정되어 버렸습니다.   

이 차이는 ChatGPT 지브리풍 열풍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합니다. ChatGPT는 이미 수백만 사용자가 쓰던 웹과 앱 환경에서 바로 이미지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에 별도의 진입장벽 없이 바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나노 바나나는 호기심은 분명 자극했지만, 실행까지 이어지지 못한 전형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너무 잘 만들어도 문제

지브리풍이 열풍을 일으킨 데에는 ‘그림화’가 주는 안전한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실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신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포장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공유할 수 있었고, 프로필 교체 같은 일상적 행동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요. 누구나 지브리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밈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반대로 나노바나나는 기술적으로는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 인물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배경을 바꾸고, 포즈를 바꾸며, 다른 인물과 합성해도 어색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뛰어난 사실성이 오히려 심리적 장벽이 되었는데요. 자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합성 이미지를 공개하기는 꺼려졌고, 특히 아시아권에서 자기 노출을 선호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과 맞물려 대중적 확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웠습니다.


이중 나노 바나나가 만든 사진은 뭘까요? 정답은 마지막에! (생성 : Gemini 2.5 Flash Image)

 
여기에 더해, 높은 사실성은 딥페이크 우려와 직결됐습니다. 구글은 가시·비가시 워터마크(SynthID)를 도입하며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체감되는 신뢰는 여전히 제한적이었는데요. 결국 나노바나나는 “놀라운 기술”이라는 평가는 얻었으나, 가볍게 즐기고 모두가 공유하는 놀이 문화로 발전하기에는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던 것입니다. 

 

아직 때가 아니다

결정적으로 나노바나나가 등장한 시점 자체가 불리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지브리풍 이미지가 SNS를 완전히 장악하며 했는데,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또 다른 이미지 밈이 나타난 것입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여전히 지브리풍 이미지가 남아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브리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동시에 소비된 거대한 집단 경험이었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퍼졌고, 동시에 빠르게 소모되었는데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의 얼굴을 변형시켜 공유하는 놀이를 한 차례 즐겼기 때문에, 비슷한 맥락의 나노 바나나에는 신선함보다는 “비슷한 거 또 나왔네”라는 반응이 어느 정도 자리했습니다.

여기에 나노바나나는 기술적으로 훨씬 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즉, 나노바나나가 대중적 밈으로 자리 잡지 못한 데에는 단순한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유행 주기의 짧음과 타이밍의 불운이라는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을 얻은 구글

비록 나노 바나나가 지브리풍처럼 대중을 휩쓸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사례는 업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더 이상 구글이 OpenAI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말입니다.
 

출처 : 워싱턴포스트

 
공교롭게도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주요 AI 모델 비교 기사에서 가장 정확한 답변을 내놓은 모델로 구글 AI 모드를 꼽았습니다. 여기에 나노 바나나는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 난제로 꼽히던 인물의 정체성 유지와 연속 편집을 자연스럽게 구현해 내며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는데요. 구글은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생성형 AI 전반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따라잡기까지 꼬박 3년

2022년 ChatGPT가 세상을 뒤흔든 이후, 구글은 줄곧 망신만 당했습니다. 바드(현 제미나이)는 시연 현장에서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고, 제미나이 소개 영상은 '편집 논란'이라는 오명을 남겼습니다. 여기에 이미지 생성 기능은 정치적 올바름을 과도하게 적용하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물을 내놓으며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나노 바나나는 역설적으로 완전히 다른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지금껏 누구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이미지 생성 기술을 구현하며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확실한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이처럼 절치부심 끝에 기술적 우위를 다시 입증하고 있는 구글은 사용자 기반에서도 반등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미나이는 웹/모바일 순위에서 ChatGPT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NotebookLM 등 다른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용자 규모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꼬박 3년 만에 되찾은 정상의 자리. 구글이 다시금 경쟁의 한가운데에 복귀한 지금, 앞으로의 기술 구도는 더욱 흥미로워질 전망입니다.

 

※ 왼쪽의 손흥민 사진이 Gemini 2.5 Image Flash가 만든 이미지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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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피규어 #나노바나나 #구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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