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닷컴이 남긴 것 ('추억'을 '자산'으로 바꾼 설계)🏗️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트립닷컴은 불완전한 여행 순간을 진짜 가치로 재포장하고, 할인을 혜택으로 프레이밍해 감성과 합리를 통합시켜 여행 인식을 전환시켰다.
여행이 끝나고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빛바랜 사진, 희미해진 기억, 혹은 다음을 기약하는 막연한 설렘, 트립닷컴은 바로 이 '남는 것'이라는 지극히 감성적인 단어의 의미를, 아주 영리하고 냉철하게 재정의했습니다.
그들은 여행의 '불완전한 순간들'을 오히려 더 가치 있는 경험으로 포장했습니다. 물집도, 뱃살도, 길을 잃는 것도 모두 '진짜 여행'의 증거라고 말하면서요. 이것이 이번 캠페인이 시장에 남긴 가장 강력한 인상입니다. 어쩌면, 가장 영리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남는 여행' 캠페인의 이중 구조
'남는 여행' 캠페인 영상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시리즈 광고가 두 개의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골목길, 일본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 태국 방콕의 분주한 거리, 중국 상하이의 화려한 야경. 각각의 여행지는 그 자체로 완벽한 여행 판타지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영상의 진짜 메시지는 이 아름다운 장면들 사이사이에 숨어 있었습니다. '전 세계 호텔 최저가 보장제', 'VIP 라운지 무료 이용권' 같은 구체적인 혜택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죠. 이것은 단순히 '예쁜 곳에 가세요'가 아니라, '예쁜 곳에 가면서도 손해 보지 마세요'라는 이중 메시지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캠페인이 겨울편과 여름편으로 나뉘어 계절별 여행지를 다르게 제시하면서도, '남는 여행'이라는 핵심 메시지는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트립닷컴을 '계절을 불문하고 손해 보지 않는 여행을 보장하는 플랫폼'으로 각인시키려는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할인 vs 혜택, 프레이밍의 심리학
이 캠페인에서 가장 영리한 지점은 '할인'과 '혜택'이라는 단어의 차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기존 OTA들이 '50% 할인', '최저가 보장' 같은 직접적인 가격 어필에 집중할 때, 트립닷컴의 '남는 여행' 캠페인은 같은 내용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포장했습니다.
'전 세계 호텔 최저가 보장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다른 브랜드라면 "더 저렴한 호텔을 찾으면 차액을 환불해드립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을 텐데, 트립닷컴은 이를 "남는 여행"이라는 감성적 프레임 안에 넣어버렸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이것을 단순한 '할인 이벤트'가 아닌 '트립닷컴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프레이밍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효과는 강력합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돈을 아끼기 위해' 트립닷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여행 경험을 위해' 선택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 계절을 관통하는 일관된 메시지 설계
흥미로운 점은 이 캠페인이 단발성이 아닌 시리즈로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겨울편에서는 항공 마일리지와 트립코인을 강조했다면, 이번 여름편에서는 호텔 최저가 보장제와 VIP 라운지에 집중했습니다. 혜택의 종류는 달라졌지만, '여행에서 남는 것은 추억만이 아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죠.
바르셀로나의 고딕 지구를 걸으며 발견하는 작은 카페, 오키나와 해변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일몰, 방콕 시장에서 겪는 소소한 해프닝들. 이 모든 순간들이 캠페인 영상에서는 '계획되지 않은 듯 계획된' 경험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트립닷컴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예약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해진다는 암시를 자연스럽게 심어놓습니다.
✨ 트립닷컴이 진정으로 남긴 것
결론적으로 '남는 여행' 캠페인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나 매출 증가가 아닙니다. 이 캠페인은 여행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자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여행의 '실패'마저 가치 있는 경험으로 재정의했습니다. 물집, 뱃살, 길 잃기 같은 여행의 부작용들을 부끄럽거나 아쉬운 것이 아닌, 오히려 더 진짜 같고 기억에 남는 것으로 포장했죠.
감성적 경험과 합리적 계산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낭만적인 여행'과 '전략적 소비'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제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