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케팅
올리브영 해외 진출, 필요한 건 뭐? 스피드
2025.10.20 09:20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글로벌 성공을 위해선 완벽함보다는 속도가 필요합니다
design by 슝슝 (w/ChatGPT)
아래 글은 2025년 10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드디어 메인 무대에 선 K-뷰티
글로벌 화장품 수출국 2위.
업계에선 올해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2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 봅니다. 작년 수출이 20.3% 늘었고, 올해 상반기도 14.8% 증가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중국·미국을 넘어 유럽·인도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다변화되는 중
이죠.
지난달 독일에 갔을 때, 지인이 “유럽에서도 진짜 한국 화장품 인기야?”라며 매장을 봐달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반반이었죠. 우선 독일 대표 드럭스토어 DM·로스만에서는 한국 화장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 장면만 보면 “우리가 너무 호들갑이었나?”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하지만 유럽 최대 패션 플랫폼 잘란도의 뷰티 콘셉트 스토어는 달랐습니다. 잘란도는 2018년 뷰티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K-뷰티 전용 섹션을 운영해 왔고, 제가 방문한 매장도 한쪽 벽면이 한국 브랜드로 꽉 차 있었죠. 유럽 전역에 깊게 스며들었다고 하긴 이르지만,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란 느낌이 확 왔습니다.
그럼 미국은 어떨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슷했습니다. 아마존 등 온라인에서 1위를 찍는 브랜드가 나왔지만, 실제 사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약 10% 수준이라 ‘메인 트렌드’라 하긴 부족했죠.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대중을 움직이는 오프라인 채널 진입이 본격화됐거든요.
월마트·코스트코는 물론, 뷰티 전문점의 양대 산맥 울타 뷰티·세포라까지 K-뷰티 입점이 확대되며 고객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는 중입니다. 공연에 비유하면, 서브 스테이지를 돌던 라이징 스타가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에 오른 셈이랄까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최근 K-뷰티 열기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건
해외 주요 유통사와 국내 브랜드의 ‘독점 계약’이 잇따른다는 점
입니다. 대표적으로 세포라는 한율·에스트라·조선미녀, 울타 뷰티는 메디큐브·아누아의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죠.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나쁜 조건이 아닙니다. 강력한 유통 채널의 전국 단위 지원을 등에 업을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아누아는 울타 뷰티와 독점 계약을 맺고 미 전역 1,400여 개 매장에 한 번에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인지도와 매출을 더 빠르게 키울 수 있었겠죠.
이 흐름은 유럽으로도 이어집니다. (아쉽게도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스킨1004가 독일 로스만에 입점해 판매 중이고, 영국은 세포라, 이탈리아는 더글라스, 스페인은 드루니 등으로 채널을 넓히고 있죠. 아누아도 영국 부츠 입점 매장을 120개 → 650여 개로 늘렸다고 하고요.
한마디로, 온라인에서 출발한 K-뷰티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메이저 채널로 파고들며, 일시적 유행을 넘어 고객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겁니다.
이때 아마도 가장 복잡한 마음일 곳이 바로 올리브영일 겁니다. 국내에선 인디 브랜드 중심 성장을 이끈 주역이지만, 글로벌에선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았죠.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 중이지만 미국 아마존, 일본 큐텐 같은 로컬 플랫폼과 비교하면 스케일이 작았고, 현지 오프라인 거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년 상반기 미국 LA 1호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공략에 나선다
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독점 계약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리브영이 외국인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온라인에서 본 K-뷰티 인기 브랜드가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미국에서 문을 열기도 전에 핵심 브랜드들이 세포라·울타에 묶여 버리면, 현지에서 올리브영이 보여줄 카드가 줄어듭니다.
계획했던 초반 흥행과 빠른 확장의 그림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키우거나 손잡거나 더 빠르거나
올리브영은 국내에선 압도적 1위입니다. 그런데 이건 양날의 검이죠. 점유율이 높다는 건 국내에서 더 클 여지가 작다는 뜻. 그래서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문제는 브랜드 독점 계약을 막기 어렵다는 것. 해외에선 올리브영이 줄 수 있는 게 아직 제한적이에요. 현지에서 보장할 오프라인 유통망도, 즉각적인 매출 스케일도 충분하지 않죠.
그래도 길은 있습니다. 크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이 있을 텐데요.
- 브랜드 직접 키우기: 올리브영이 통제 가능한 PB/투자 브랜드를 직접 육성하는 길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선 PB를 전면에 세우고, 최근 들어 브랜드 투자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죠. 가장 확실하지만, 한 브랜드를 키우는 시간·돈이 만만치 않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 현지 플랫폼과 손잡기: 현지 강자와 제휴/공동 매장으로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무신사가 중국 안타 스포츠, 일본 조조타운과 협력해 티몰 내 무신사 스토어, 조조타운 내 ‘무신사 숍’을 연 사례가 있죠. 다만 뷰티는 패션과 달리 해외에서 단독으로 성공한 브랜드가 이미 많아, 올리브영을 경유할 명확한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 속도로 승부 보기: 오프라인 출점을 매우 빠르게 가져가는 전략입니다. 올리브영은 이미 국내에서 연 100~200개씩 늘린 실행력과 경험이 있어요. 더욱이 뷰티 전문점을 올리브영만큼 밀도 있게 운영한 곳도 없죠. 이를 해외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면, 브랜드들을 충분히 묶어둘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 규모가 크고, 실패 시 리스크도 큽니다.
셋 다 장단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전 올리브영이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 해외에서도 오프라인 리테일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여러 나라를 다녀봐도, 올리브영만큼 쉽고 재미있게 고르는 뷰티 매장은 드물었거든요. 이처럼 고객 경험 설계에 강한 만큼 승산은 충분합니다.
다만 요즘 올리브영이 예전만큼 한 박자 빠르지 않아 보이는 건 걱정입니다. 미국 1호 점도 올 2월에 소식이 나왔지만, 오픈이 내년 상반기라면 다소 늦죠. K-뷰티 유통사 실리콘투의 오프라인 편집숍 ‘모이다’가 작년 6월 캘리포니아 1호점 이후 북미·유럽에서 올해만 6개로 늘렸고, 내년엔 5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비교됩니다. 사실 올리브영이 국내에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건, 남들보다 먼저, 더 빨리 매장을 낸 덕이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함보다 속도가 필요해 보이네요.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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