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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미, 한때의 유행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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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추구미'는 나만의 기준으로 삶을 선택하고 즐기는 태도의 상징이다. 유행이 곧 미(美)의 기준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사람들은 '나에게 맞는가?'를 묻는다.

‘좋아 보이는 것’을 맹목적으로 좇던 시대는 지나갔다. 무엇을 선택하든 나의 취향을 반영하고, 그 기준이 때론 나를 대신하기도 한다. 선택의 범주는 폭넓다. 그것은 패션일 수도, 음악일 수도, 책일 수도 있으며, 자동차나 공간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은 삶을 지탱하는 철학이 되기도 한다. 이런 기준을 일찍이 가져온 사람도 있고, 최근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에 흠뻑 빠진 사람도 있을 테다. 이것을 요즘은 ‘추구미追求美’라 부른다.

 

 

모두의 ‘미’에서 나만의 ‘미’로

 

지금 우리는 ‘미’라는 개념을 다시 묻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면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당연했다. 유행이 곧 미의 기준이었고, 남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따라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남의 시선을 따르기보다는 ‘과연 내게 맞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흐름을 사람들은 추구미라고 부른다. ‘내가 좋아서 추구하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신조어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추구미’라는 말로 퍼지며, 더 이상 모두가 따르는 트렌드 대신 나만의 기준으로 선택하고 즐기는 태도를 상징하게 됐다.

 

추구미는 특정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가수의 스타일이 추구미가 되었다가 그 가수의 생활 습관, 가치관까지 추구미가 되기도 한다. 크고 작은 나의 추구미들이 나를 대신 설명하는가 하면, 많은 이가 열광하는 추구미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도 한다. 디지털 미디어와 데이터 기술 덕분에 누구나 무한한 선택지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실험할 수 있다. MZ세대는 물론, 오랜 시간 쌓아온 안목이 있는 중장년층과 실버 세대까지도 이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중심에 두고 아름다움을 다시 정의한다.

 

 

 

 

나와 맞는 브랜드를 찾는 시대

 

추구미는 개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등장한 새로운 미학이다. 집단적 기준을 따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각자가 느끼는 아름다움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대량생산된 제품을 손쉽게 접하려 했다면, 이제는 조금 번거로울지라도 나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징을 찾는다. 공간도 단순히 기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의 분위기와 감성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스타일이나 철학에 공감하고,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브랜드에 기꺼이 마음과 지갑을 연다.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나와 결이 맞는 가치나 서사를 가졌는지를 따져본다. 손에 꼽히는 대기업 브랜드만 좇기보다 골목을 돌고 돌아 만날 수 있는 곳일지라도 취향과 개성을 담은 곳이라면 기꺼이 찾는 이가 늘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라도 “여기가 거기였어?”라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신선한 조합이나 변화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추구미가 확산되면서 자신과 잘 맞는 브랜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 나만의 향을 찾을 수 있는 소규모 니치 향수가 주목받고 있다. 니치 향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Ricchia, 틈새’에서 유래한 용어로, 대중적이지 않은 소수의 취향을 겨냥한 프리미엄 향수를 말한다. 소량 생산되며 독창적인 향 조합과 고급 천연 원료를 사용해 희소성과 예술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향을 선택하고, 그 경험을 SNS에 공유한다.

 

 

 

니치 향수는 추구미를 향으로 드러내는 가장 감각적인 선택이다. 2023년 한국에 상륙한 아르헨티나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 ‘푸에기아1833’ ©푸에기아1833

 

 

브랜드 역시 더는 일방적으로 제품만 파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사람들과 더욱 친밀하게 연결되고,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핵심이 바로 개인화된 경험이다. 컬리는 커피, 식빵, 복숭아 같은 다양한 제품으로 샘플러를 선보여왔다. 샘플러 덕분에 사람들은 여러 제품을 직접 맛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나를 위한 선택’을 해볼 기회를 준 좋은 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일상 속 개인화를 더 세심하게 실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탁기는 사용자가 자주 돌리는 코스를 파악해 필요할 때 먼저 추천해준다. 이런 작은 배려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주는 브랜드’라고 느끼게 만든다.

 

 

컬리의 샘플러는 다양한 프리미엄 식품을 ‘조금씩 다 맛보며 나만의 취향을 추구’ 할 수 있게 해주는, 추구미 시대의 소비 도구다. ©Kurly

 

 

결국 사람들은 나를 알아주고, 내 취향에 딱 맞는 경험을 제공할 때 기꺼이 마음을 연다. 개인화된 연결은 단순한 판매 전략을 넘어 긍정적 감정과 신뢰로 이어진다. 추구미의 핵심은 결국 느낌이다. 과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각자의 내면과 감각에서 나오는 진정성이 더 중요해졌다. 우리는 뉴미디어 속 인플루언서와 직접 소통하며 단순한 정보가 아닌, 공감과 감정의 연결을 더 크게 느낀다. 1~3분의 짧은 숏폼 콘텐츠가 대세지만, 오히려 길고 진정성 있는 세계관에 더 깊이 반응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예전처럼 소비가 주는 물리적 만족감에 머무르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지금은 정서적 경험에서 오는 만족이 더 오래간다. 소비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최근 확산된 ‘도파민 드레싱’ 트렌드가 대표적이다. 옷은 더 이상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내 기분을 바꿔주는 작은 자극이 된다. 색상과 디자인으로 하루의 기분을 스스로 조절한다. 의식주라는 딱딱한 단어와 달리 패션은 이제 기분을 환기시키는 유연한 수단이 됐다. 도파민 드레싱은 외적인 멋을 넘어 감정까지 움직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옷차림으로 스스로의 기분을 끌어올리는 심리적 셀프 케어인 ‘도파민 드레싱’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추구미가 바꾸는 일상의 풍경

 

추구미는 우리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차갑고 무채색으로 통일된 공간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나만의 감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색감과 질감, 조명에 따라 공간은 더 편안해지고 머무는 기분도 달라진다. 음식과 제품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레스토랑은 음식 맛뿐 아니라 플레이팅과 테이블 분위기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여긴다. 제품의 포장도 단순한 보호재를 넘어 브랜드의 취향과 메시지를 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구매 이력과 시간대 및 지역 정보를 활용해 맞춤 메시지를 보내고, 추천을 통해 관계를 더 깊게 만든다. 덕분에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쌓인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패키지에 인기 모델을 활용해 디자인을 더욱 감각적으로 바꿨고, 그 결과 SNS 인증과 공유가 이어졌다. 모델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까지 하나의 추구미로 작용한 것이다. 요즘 많은 기업이 이렇게 사람들과의 공감을 통해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지하려 한다. 그 바탕에는 결국 추구미라는 가치가 깔려 있다. 우리가 좋아서 선택하고, 그 취향이 서로를 이어주는 시대다.

 

 

스타벅스는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추구미를 자극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를 쌓는다.

 

 

 

AI 시대, 인간만의 감정이 대안을 만든다

 

우리는 이미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람의 감정을 읽고, 미적 경험까지 파악하려 한다. 앞으로 AI는 개개인이 자신만의 철학과 취향을 찾는 과정을 돕는 든든한 도구가 될 것이다. 개개인의 선택과 패턴을 분석해 더 세심한 큐레이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OTT 플랫폼만 봐도 그렇다. AI는 사용자가 과거에 어떤 영상을 봤는지,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 파악해 더 정교한 추천을 내놓는다.

 

이렇게 추구미는 AI 덕분에 더욱 개인화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각자에게 딱 맞는 아름다움을 실현할 기회도 넓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미학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AI는 취향을 발견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도구일 뿐이다. 나만의 감각과 안목, 긴 시간 쌓아온 취향은 오직 인간만이 완성할 수 있다. 결국 추구미는 AI와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덕분에 세상은 한층 정교해지고, 그 안에서 우리는 더욱 나답게 살아간다.

 

추구미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다. 세상을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우리의 새로운 기준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감각과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안의 감각이 선택의 중심이 되고, 작은 순간에도 ‘나다운 아름다움’을 채워간다. 그렇게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찾으며 추구미를 만끽하는 과정이 결국은 나답게 일상을 채워가는 과정인 셈이다. 지금 나는 무엇을 추구미로 여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그것이 곧 나아가고픈 내일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글. 노준영(마케팅컴퍼니엔 대표, <요즘 소비 트렌드 202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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