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일론 머스크, 1조 원이 아니라 1조 달러를 받는다고?
2025.11.10 09:00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1.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에게 최대 1조 달러 규모 보상안을 승인했어요. 2. 찬반 논란이 있지만, 타이틀로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얻었어요. 3. 돈보다 '비전'에 투자하는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어요.
테슬라가 보여준 천조국 클라쓰
흔히 미국을 ‘천조국’이라 부릅니다. 국방 예산만 천조 원에 달할 만큼 막대한 경제력을 지닌 나라라는 뜻인데요. 최근 천조국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스케일을 민간 기업이 보여줬습니다. 바로 테슬라에서 일론 머스크 CEO에 대한 최대 1조 달러(약 1,450조 원) 규모의 보상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물론 거저 주는 것은 아닙니다. 머스크가 향후 10년간 테슬라를 이끌며 달성해야 할 거대한 성과 지표들과 연동된 성과 보상안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현재 가치의 수 배에 달하는 8.5조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비롯해,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목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연간 2,000만 대 차량 판매 달성
- 완전자율주행(FSD) 1,000만 구독자 확보
-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 100만 대 생산 및 배치
- 로보택시 100만 대 상업 운영 등
이밖에도 영업이익(EBITDA)을 중심으로 하는 총 12단계의 목표로 설정되어 있으며, 각 단계를 달성할 때마다 테슬라 지분 1%씩 총 12%를 받게 됩니다. 이 보상안이 모두 실행되면 머스크의 지분율은 최대 25%에 달하게 되며, 이를 통해 그는 회사 내에서 사실상 절대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1조 달러, 상식의 경계를 흔들다
1조 달러 보상안이라는 폭력적인 타이틀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만큼 뜨거운 갑론을박을 낳았습니다. 대표적인 긍정론과 부정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 머스크 없는 테슬라는 없다
긍정론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없었다면 오늘의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기차 대중화부터 배터리 생태계 구축, 우주 산업 확장까지. 그의 리더십은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의 핵심이 되어 왔습니다.
이 보상안이 단순히 ‘돈잔치’가 아니라는 근거도 분명합니다. 모든 보상은 성과 달성 시에만 지급되며,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머스크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즉, 머스크의 ‘보상 리스크’는 곧 테슬라의 ‘성장 기회’로 설계된 셈입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성공하면 모두가 이익을 보고, 실패해도 손실은 없다”는 구조입니다. 또한 이번 계약은 머스크의 리더십을 장기적으로 고정함으로써, 리더십 공백 리스크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테슬라 같은 초격차 기술 기업에선 방향을 정하는 인물이 곧 전략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부정: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다
반대로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번 보상안을 기업 지배구조의 실패로 봅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ISS, Glass Lewis 같은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다”라고 지적했는데요. 머스크가 이미 10%가 넘는 지분과 막강한 대중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분 확보는 이사회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또한 보상 조건 자체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로보택시나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는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인프라, 규제, 시장 수용성 등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보상은 현실보다 상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성과 중심의 인센티브 설계가 장기적 윤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테슬라의 안전성 문제나 FSD(완전 자율주행) 과장 논란처럼, ‘성과 달성 압박’이 과도할 경우 기업의 판단이 왜곡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1조 달러의 또 다른 얼굴
사실 양측의 논리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쉽게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논쟁이 뜨거워질수록 테슬라는 이득을 봅니다. 이 보상안을 단순한 보상이 아닌, 전 세계를 향한 거대한 마케팅 메시지로 해석한다면 말이죠.
‘1조 달러’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대중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1조 달러를 받을 수 있지?”라고요.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테슬라의 미래를 알게 되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은 테슬라를 '전기차 회사'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데요. 이번 보상안은 그 프레임을 단숨에 깨뜨렸습니다. '로봇과 AI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그 어떤 광고보다 강력하게 각인시켰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것은 곧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폭등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때의 1조 달러 보상은 충분히 합리적인 대가로 여겨질 것입니다. 반대로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금전적 손실은 거의 없습니다. 성과 연동형 구조 덕분이죠.
즉, 테슬라는 큰 리스크 없이 세계적 주목도를 얻은 셈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브랜드 노출과 기업 인식 전환 효과를 생각하면, 이번 보상안은 발표 순간부터 이미 성공한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전이 실적이 되는 시대
오늘날 기업의 가치는 더 이상 제품이 아니라 비전의 설득력으로 측정됩니다. 아직까지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OpenAI의 기업 가치가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같은 맥락에서 과거 CEO의 보수는 실적의 결과였지만, 이제는 비전이 실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머스크의 1조 달러 보상안은 자본이 ‘비전’에 투자하는 새로운 계약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론 머스크는 돈을 넘어 비전으로 평가받는 몇 안 되는 인물입니다. 설령 1조 달러를 손에 쥐지 못하더라도, 그가 이미 ‘미래’라는 무형의 보상을 거머쥔 것은 부정할 수 없는데요. 보상안의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일론 머스크는 참 난 사람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테크잇슈는 IT 커뮤니케이터가 만드는 쉽고 재밌는 IT 트렌드 레터입니다.
IT 이슈 모음과 위와 같은 아티을 전달드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
#테슬라
#일론머스크
#휴머노이드
#AI
#1조
이 콘텐츠가 도움이 되셨나요?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인사이트가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