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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쿠팡이 감춰서 오히려 보이는 것들

2025.11.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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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때로는 말하지 않아서 더 확실해지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design by 슝슝 (w/ChatGPT)

 

아래 글은 2025년 11월 1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뉴스레터 보러 가기]

실적에서 숫자만큼 중요한 건

근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커머스·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를 다룬 대부분의 기사는 숫자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매출이 얼마나 컸는지, 이익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같은 지표들이죠. 그런데 제가 실적 시즌마다 더 주목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무슨 숫자를 '말하지 않았는가'입니다.

실적 발표는 우리가 쓰는 이력서·자소서와 비슷합니다. 거짓말은 할 수 없고, 공개 의무가 있는 항목도 있죠. 그래서 그 외 요소는 긍정적인 것 위주로 편집해 넣습니다. 보기 좋게 포장할 수 없을 때는 아예 빼 버리기도 하고요.

이번 네이버와 쿠팡의 실적에는 그런 ‘빈칸’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빈칸 덕분에 표면 아래의 상황을 더 선명하게 짐작할 수 있었죠. 오늘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 것들을 통해 기업의 현재를 더 깊게 이해하는 법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라진 숫자들이 뜻하는 건

지난 11월 5일 공개된 네이버와 쿠팡의 실적은 화려했습니다. 둘 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 , 네이버는 영업이익까지 사상 최대 였죠.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2분기와 달리 의도적으로 감춘 대목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쿠팡. 이번엔 대만 관련 지표를 유난히 감췄습니다. 그간 표로 숫자를 넣진 않아도 발표 자리에서 핵심적인 마일스톤은 일부 언급해 왔는데, 이번엔 그마저 없었죠. 그래서인지 애널리스트의 질문들이 대만 사업으로 몰렸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고요 .

만약 상세하게 모두 공개하는 것이 더 유리했다면 굳이 감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네이버도 비슷했습니다. 그간 분기마다 공개하던 커머스 전체 거래액 지표가 이번부터 갑자기 사라진 건데요. 반면 같은 자리에서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3% 성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전체 커머스 거래액 지표가 사라진 점은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죠.

숫자를 말하지 않았으니 실제 수치를 단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 지표들을 ‘감추는 편이 유리했다’는 판단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대개 공개하면 해석이 좋지 않을 때 선택하는 방식이니까요.

가령 쿠팡이 대만 실적을 쿠팡이츠·파페치와 묶어 ‘신사업’으로 처리하고 별도 공개를 꺼린 건, 절대 규모가 아직 작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전체 성장 동력으로 삼기엔 덩치가 부족했고, 그간 대신 강조하던 고성장률을 내세우기도 이번 분기엔 애매했을 수 있죠.

네이버는 성장률 자체가 문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매출은 사상 최대를 이어가지만, 커머스 전체 거래액 증가율이 경쟁사 쿠팡과 달리 시장 평균을 뚜렷이 웃돌지 못한다는 지적 이 계속됐거든요. 거래액 증가가 더디면 매출 증가는 수수료율 상승에 기댄 것으로 읽히고, 이는 장기 성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웁니다. 그래서 거래액 공개를 접어 불필요한 부정적 시선을 차단하려 했던 게 아닐까요?


이익만큼이나 중요해진 ‘성장’

사실 두 회사는 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당면한 과제는 닮았습니다. 국내 시장의 한계가 뚜렷해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이를 풀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아직까진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는 점이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카테고리 확장에 진심이지만, 쿠팡은 패션에서, 네이버는 장보기에서 여전히 고전 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린 점도 같습니다. 쿠팡은 대만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예고했고, 네이버는 포시마크·왈라팝을 축으로 글로벌 리셀·중고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려 합니다. 다만 현 단계에선 이들만으로 강한 성장 서사를 만들기엔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죠.

이제 올해도 저물어 갑니다. 남은 기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4분기 발표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다만 내년엔 두 기업 모두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 오히려 더 구체적인 숫자로 성장의 확신을 보여 주길 바랍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쿠팡 #네이버 #실적발표 #시장조사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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