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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N 성수, 드러낸 것과 감춘 것 그리고 놓친 것

2025.11.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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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성수라는 지역을 이렇게까지나 활용하고자 했다면 역 이름은 사수했어야

 design by 슝슝 (w/ChatGPT)

 

아래 글은 2025년 11월 1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뉴스레터 보러 가기]


자랑스럽게 드러낸 '성수'

지난 9월 오랜만에 찾았던 올리브영N 성수. 이른 오전 일정으로 들렀는데,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한참 전부터 이미 긴 줄이 서 있었습니다. 평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뜨거웠죠. 더 흥미로웠던 건 그중 상당수가 외국인 고객이었다는 점이었는데요. 나중에 들어보니 이들은 N성수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뷰티 케어 서비스를 예약하려고 ‘오픈런’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올리브영N 성수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었죠.

올리브영N 성수는 올리브영의 최초 ‘혁신 매장’ 으로, 최근 개장 1주년을 맞았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오픈하고 운영해 온 매장답게, 첫돌을 맞아 해당 매장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는데요. 여기에서도 그 위상이 잘 드러났습니다.

특히 이들이 강조한 건 성수 상권을 올리브영N 성수가 대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성수는 국내를 대표하는 핫플이지만, 최근 들어 그 의미가 더욱 커졌고 그 중심에 바로 N성수가 있었다는 주장이었죠.

올리브영이 내놓은 트렌드 리포트 에 따르면, 기존 F&B 중심이던 성수 상권에서 H&B(+84%)와 패션(+71%) 매출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지난 1년간 매출 신장 폭이 가장 컸던 매장이 올리브영N 성수였다는 점을 강조했고요. 더 나아가 오픈 이후 월평균 뷰티 팝업 수가 8개에서 14개로 늘어나며 성수가 ‘뷰티의 성지’로 떠오르는 데 기여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번 리포트는 성수를 넘어, 최근 거세진 K-뷰티의 글로벌 열풍을 이끄는 주체로 올리브영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기도 한데요. 이를 뒷받침하듯 성수 내 외국인 결제 건수는 지난해 79% 증가했고, 외국인의 성수 방문 TOP 10 매장 중 1위 역시 올리브영N 성수였다고 합니다. 물론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고객의 방문·구매 데이터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국내 고객 기준 구매 건수 1위 매장도 N성수였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올리브영N 성수의 지난 1년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 잘 드러나죠.


은근슬쩍 감춘 '매출'

그런데 여기까지 보면 조금 의아하지 않으신가요? 보통 매장 성과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내세우는 건 당연히 ‘매출’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리브영N 성수의 1년 성과 소개에서는 이 지표가 보이지 않습니다. 중간에 그나마 ‘국내 고객 구매 건수’가 뜬금없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조차도 뭔가 어색합니다. 맥락상이라면 ‘외국인 매출 1위가 N성수’ 같은 숫자가 나와야 자연스럽거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올리브영 매장 중 매출 1위는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이죠. 이미 작년 기준으로도 월 80~9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올리브영N 성수는 매장 규모 면에서 최상위지만, 판매까지 1위는 아니다 보니 이야기가 매끈하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 지표를 의도적으로 비껴가고, 대신 그간 보기 드물었던 다양한 지표를 덧붙여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수라는 지역을 활용하여, 본인들의 브랜드를 강화하겠다는 올리브영의 의도는 일단 잘 먹힌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올리브영N 성수의 성과가 폄하될 이유는 없습니다. 우선 외국인 방문객의 86%가 ‘사전 계획 후 방문’했다는 사실만 봐도 목적지로서의 힘이 충분히 검증됩니다. 멀리 한국까지 와서 꼭 들르려는 장소라는 뜻이니까요. 특히 이들은 N성수와 더불어 성수에서도 K뷰티 관련 매장을 방문하거나 방문할 계획이라 하니, 성수의 새로운 흐름을 불러온 것도 일정 부분 타당하죠.

 

더욱이 내국인으로 한정해도, N성수 방문 고객은 비방문 고객 대비 ‘경험한 브랜드 수’가 약 2.5배에 달해, 뷰티에 대한 관심과 체험 의지가 높은 집단이라 합니다. 이처럼 성수가 가진 상징성과 K-뷰티 트렌드가 맞물린 가운데, 올리브영N 성수가 그 중심에서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점 만은 분명합니다.

 

 

이제 보니 '놓치고 만 것'

 

이처럼 올리브영N 성수는 전략적으로 꽤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시너지를 만들 수도 있었던, 아쉬운 기회가 하나 더 있었죠. 바로 올리브영이 성수역 부역명 권리를 무려 10억 원을 들여 최초로 확보했다가, 결국 위약금까지 내며 포기했던 일입니다.

 

지금처럼 성수라는 지역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면, 이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은 선택은 더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무신사는 최근 약 3억 원에 해당 권리를 가져갔는데요. 당시에야 “올리브영이 너무 과하게 썼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성수라는 지역 브랜드를 제대로 쓰기 위한 과감한 베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여러 지표가 보여주듯, 올리브영N 성수는 매출 면에서는 비록 명동타운점에 못 미칠 수 있어도 브랜드 상징성만큼은 단연 돋보이는 매장입니다. 특히 이 상징성이 ‘성수’라는 이름과 더 강하게 연결됐더라면, 훨씬 큰 파급력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역명 권리 반납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두고두고 아까운 결정으로 회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올리브영 #성수 #뷰티 #오프라인 #브랜드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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