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은 왜 구겨진 종이컵을 도자기로 구워냈을까?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우리는 종이컵을 늘 무심히 버려지는 일회성 소모품으로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출시 40주년을 맞은 맥심은 이 버려지는 순간의 가치를 새롭게 읽어냈습니다.
믹스커피 한 잔을 비운 뒤, 여러분은 빈 종이컵을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입구를 잘근잘근 씹거나, 테두리를 꼼꼼히 접고, 바닥을 납작하게 누르거나, 혹은 무심하게 툭 구겨버리진 않나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무의식적 습관 같지만, 이 사소한 동작에는 사무실에서의 치열한 시간, 잠깐의 휴식, 그리고 미묘한 스트레스가 묻어있습니다.
우리는 이 순간을 늘 무심히 버려지는 일회성 소모품으로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출시 40주년을 맞은 맥심은 이 버려지는 순간의 가치를 새롭게 읽어냈습니다.
동서식품이 공개한 MCTI(My Coffee Type Indicator) 도자기 컵은 일회성 종이컵의 구겨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도자기로 재해석해, 그동안 의미 없이 지나가던 ‘사소한 습관’에 브랜드적 상징성을 부여한 굿즈입니다. 일상 속 가장 흔한 사물이 가장 견고한 소재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이 굿즈는 단순한 팬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을 이해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찌그러진 모양의 도자기컵이라는 선택을 들여다보면, 브랜드가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을 새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출처 = @maxim_coffee_mix 인스타그램
1️⃣생필품에서 ‘취향의 오브제’로 탄생하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점은 어디서 공개되었는가입니다. 맥심의 본진은 대형마트입니다. 가격, 대용량, 가성비가 지배하는 필요의 공간이죠. 그곳에서 맥심 커피는 쟁여두고 마시는 연료처럼 기능적 소비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번 MCTI 굿즈는 선발매 이벤트로 29CM에서 등장했습니다. 29CM는 기능보다 서사·취향·정체성을 소비하는 플랫폼입니다. 이곳에 놓이는 순간, 믹스커피는 더 이상 졸음을 쫓는 생필품이 아니라 나의 취향을 보여주는 오브제로 재정의됩니다.
맥심은 이를 위해 MBTI 형식을 빌려 소비자의 습관을 네 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조화했습니다.
- 완벽형: 구기지 않고 깨끗하게 사용하는 질서 정연함
- 개방형: 입구를 넓혀 마시는 실용주의
- 불안형: 입구를 씹으며 긴장을 흡수하는 타입
- 파괴형: 다 마시자마자 과감하게 구겨버리는 해방감
이러한 분류는 믹스커피를 단순한 음료에서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도구로 격상시킵니다. 29CM의 이용자들에게 이 컵은 단순한 커피잔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위트 있는 소품이 되는 것입니다. 공간이 달라지니,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습니다.
출처 = @maxim_coffee_mix 인스타그램
2️⃣일회성을 영원함으로 바꾸는 과정
이번 캠페인의 미학적 핵심은 소재의 반전에 있습니다. 종이컵은 본래 가장 가볍고, 약하고,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성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맥심은 이 찰나의 형태를 도자기라는 영구적인 소재로 고정했습니다.
이 소재의 전환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합니다.
첫째, 무의식의 시각화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구겨놓은 종이컵의 형태는 사실 나의 감정의 흔적입니다. 맥심은 그 사소한 무의식을 단단한 도자기로 구워내어, 흩어질 뻔한 순간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둘째, 키치(Kitsch)한 미감입니다. 매끄럽지 않고 누군가 손으로 꾹 누른 듯한 비정형의 컵은, 공산품의 정형성을 탈피한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을 줍니다. 흠집과 구김조차 디자인이 되는, 이른바 버려짐의 미학을 완성한 것입니다.
정해진 규격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은 듯한 이 찌그러진 형태는, 역설적으로 사용자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무언의 위로를 건넵니다. 가장 하찮은 순간을 가장 단단한 형태로 구워냄으로써, 소비자의 모든 순간을 긍정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입니다.

출처 = 29CM 공식 사이트
3️⃣랜덤이 만든 나만의 정체성 놀이
MCTI 도자기 컵은 랜덤으로 증정됩니다. 이 작은 불확실성은 소비자가 굿즈를 단순한 사은품이 아닌 자기 확인의 놀이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나는 평소 컵을 씹는데, 과연 불안형이 올까?" 이 기대감은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을 성격 테스트 결과 확인의 순간처럼 만듭니다. 내 습관과 일치하는 컵이 오면 ‘운명적 애착’을 느끼고, 다른 컵이 오면 "나 파괴형인데 완벽형 왔다"라며 SNS에 공유할 이야깃거리가 생깁니다.
결국 맥심은 컵을 준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고 공유하는 경험을 선물했습니다. 물건이 아닌 이야깃거리를 던져줌으로써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확성기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출처 = 29CM 공식 사이트
맥심의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브랜드가 제품이 아닌 소비자의 일상의 맥락을 깊이 파고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과정,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행동,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감정을 집요하게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그 관찰의 결과를 굿즈로 만들어 다시 소비자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이를 필코노미(Feelconomy)라는 키워드로 설명합니다. 기능성보다 정서적 만족과 경험적 가치를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맥심의 브랜드 가치인 ‘행복’을 색다른 재미와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인 것입니다.
찌그러진 종이컵을 도자기로 구워낸 선택은 결국 기능을 넘어 정서적으로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오래된 브랜드가 젊은 세대와 다시 연결되는 방식은, 더 강한 맛이 아니라 더 섬세한 관찰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 관찰의 자산화: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의 사소한 습관(종이컵 사용 행태)을 포착해 네 가지 심리 유형(MCTI)이라는 세계관으로 확장했습니다.
✔️ 소재의 반전: 일회용 종이컵의 형태를 영구적인 도자기로 구현하는 소재의 반전을 통해, 버려지는 순간을 소장하고 싶은 순간으로 바꿨습니다.
✔️ 채널의 맥락화: 대형마트가 아닌 취향 셀렉트숍(29CM)에서의 선발매 이벤트를 통해, 믹스커피를 생필품이 아닌 ‘나를 표현하는 취향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EDITOR 쥰쓰
"일상의 트렌드를 찾고 기록합니다."
By. 마케팅 컨설턴시 골드넥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