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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side] 이넘넷, “AI가 ‘누끼’ 대신 따드립니다”

블로터

2018.10.3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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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시대의 화두다. 미래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AI는 한순간에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졌고 이제는 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결국 AI를 만드는 건 사람이다. <블로터>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누끼’란 ‘빼다’라는 의미의 일본어다. 하지만 그래픽 노동자에게 ‘누끼’는 정신을 쏙 빼놓는 반복 작업을 의미한다. 배경과 여러 객체가 섞인 이미지에서 필요한 이미지만 빼는 작업을 흔히 ‘누끼를 딴다’라고 말하는데, 간단해 보이는 이 작업은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이미지를 도트 단위로 배경과 떼어놓기 위해 포토샵에서 포인터를 쥐락펴락 하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특히 대량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쇼핑몰 운영자에게 ‘누끼’ 작업은 골칫덩이다. 

 

 

| 최승혁 이넘넷 대표


인공지능(AI)은 사소한 불편을 파고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곤 한다. 이넘넷은 ‘누끼’ 작업에서 오는 불편을 파고든 스타트업이다.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배경을 제거해주고 객체 추출해주는 서비스 ‘이넘컷’을 내놓았다. 이미지 파일만 업로드하면 머신러닝 기반으로 수 초 안에 배경을 지워준다. 최승혁 이넘넷 대표는 “이미지 속 객체를 끄집어내는 게 메인 목표이고 이를 기반으로 응용 모델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 앞단에 객체를 인식하는 머신러닝을 적용했다”라고 자사의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단순화를 통한 차별화


이넘넷의 서비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미지의 배경 제거 및 객체 추출 중심인 ‘이넘컷’과 이를 응용해 성인물을 필터링하는 서비스 ‘이넘클립’으로 구성됐다. 메인 서비스인 이넘컷은 ‘단순화’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사람이 툴을 학습하는 게 아닌 툴이 사람에 맞춰주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최승혁 대표는 “포토샵 자체에 접근하기 꺼리는 분들을 위한 툴로, 최대한 단순화해서 특별 조작 없이 쓸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한다”라며 “툴 서비스는 홍보보다 잘 쓰도록 가르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툴이 단순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쓴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설명처럼 이넘컷의 UI·UX는 단순하다.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알아서 배경과 분리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결과물을 보여주기 전에 인식한 객체에 대한 가이드 영역을 확인시켜주는 과정도 생략했다. 최대한 서비스 진입 층을 낮추기 위해서다. 비슷한 서비스들이 수많은 툴 버튼을 제공하는 데 반해, 이넘컷은 버튼 수도 최소화했다. 결과물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만 가이드 영역을 지정해주는 등 최소한의 사용자 개입이 이뤄진다.



 

이넘컷의 목표는 디자이너의 대체가 아닌 보조 역할이다. 최 대표는 “(이넘컷이) 사람을 대체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 일을 일수를 줄여주는 툴이라고 본다”라며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작업하고 싶으면 포토샵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또 “디자이너분들의 전문 영역은 그분들의 영역으로 두는 게 맞지 않을까 하며 디자이너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넘넷은 이넘컷의 디자이너 지원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작업 결과물을 PSD 파일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내놓을 예정이다. 단순 ‘누끼’ 작업은 이넘컷으로 하고 더 세부적인 작업이 필요할 경우 포토샵에서 추가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이다.

 

 

쓰면 쓸수록 정교해지는 모델


머신러닝 기반으로 객체를 검출하고, 단순화된 UX를 적용하다 보니 정밀함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세그멘테이션(영역 분할) 기술만 적용했을 때는 안경 같은 이미지도 잘 떼어냈지만, 머신러닝을 적용한 뒤로는 검출이 어려운 안경알 부분이 배경과 잘 분리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유리나 다이아몬드 등 반사 특성을 갖는 객체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할 수록 학습이 돼서 더 정밀도가 올라간다”라며 “결과물이 잘 안 나온 것 중심으로 재학습을 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이넘컷’ 이미지 추출 결과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과정을 거쳐 모델이 정교해지는 머신러닝의 특성상 서비스가 지속될 수록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는 셈이다. 이넘넷은 이넘컷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학습을 통해 정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이넘컷은 자체 툴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온라인 쇼핑몰 및 웹 서비스 업체에서 바로 툴을 적용할 수 있는 API 서비스를 카페24와 함께 준비 중이다. 또한 정교화된 이미지 추출 기술을 기반으로 응용 서비스 모델도 개발 중이다.



성인 이미지 필터 등 응용 모델 개발 중


이넘컷은 기반 기술을 쌓기 위해 진행된 일종의 선행 프로젝트다. 본래 이미지 합성 서비스를 기획하던 도중 파생된 서비스다. 이넘클립은 이넘컷에서 쌓은 이미지 추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응용 서비스 모델이다. 성인물을 감지하고 가슴이나 성기 부분에 모자이크를 씌워주는 식이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상에도 실시간으로 적용된다. 또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도 자동으로 감지해 모자이크 처리해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기관과 협력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CCTV나 스마트 TV와 이넘클립 서비스를 연동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 밖에도 이넘넷은 이넘클립 기술을 다양한 산업 영역에 적용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자동차 이미지 정보를 뽑아서 차가 진짜 차인지 아닌지, 색상 비교, 파손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모델도 개발해 최근 한 자동차 제조 업체와 PoC(개념검증) 계약을 진행했다. 또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오는 불량 제품을 이미지 추출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으로 감별하는 솔루션도 국내 식품 업체와 함께 개발 중이다. 최 대표는 모바일 이미지 합성 서비스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 최승혁 대표는 이미지 추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연구개발 중이다.


대개의 API 서비스는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이넘넷도 마찬가지다. 최 대표는 우선 일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일찍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된 우리나라와 달리 올해부터 시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일본에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 디자이너가 직접 ‘누끼’ 작업을 하는 국내와 달리 대행업체가 활성화된 일본에서 이넘컷 서비스가 더 파고들 여기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승혁 대표는 “이미지 편집 툴보단 이미지 추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순수하게 누끼 자동화만 갖고 독창적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라며 “이넘컷 서비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 분야로 나아가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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