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형마트 새벽배송, 쿠팡을 대체 못 할 겁니다

2026.02.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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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타이밍도 늦었고, 수요도 불충분하며, 투자 여력마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design by 슝슝 (w/ChatGPT)

 

아래 글은 2026년 02월 1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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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클 3문장 요약

1. 정부 규제 완화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곧 가능해질 전망이지만, 이미 쿠팡이 시장을 압도한 상황이라 추격하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습니다.

2.  더욱이 물류를 가동할 유료 멤버십 기반이 약한 데다, 월마트처럼 대규모 자동화 설비에 투자할 재무적 여력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3. 따라서 단순히 영업시간을 늘리는 대책보다는 소량·빈번 구매로 변화한 소비자의 장보기 패턴에 맞춘 본질적인 역할 재정립이 시급합니다.


규제의 빗장은 풀린다지만

정부와 여당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제한돼 있던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인데요. 이 규제가 풀리면 대형마트와 SSM 역시 매장 점포를 활용한 새벽배송이 가능해집니다. 자연스럽게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롤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월마트입니다. 월마트는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다시 한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방대한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재정의하고,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존의 공세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다만 이 공식을 국내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월마트의 성공을 단순히 답습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다른 지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설사 대형마트들이 점포 기반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쿠팡의 대체재로 이어지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입니다.

 

 

 

타이밍, 멤버십, 그리고 투자 여력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타이밍이 너무 늦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이슈로 쿠팡이 흔들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나머지 사업자 간 격차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대형마트 3사 가운데 그나마 새벽배송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이마트몰·SSG닷컴조차 컬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고요. 쿠팡이 차지하는 점유율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리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가 풀린다 해도, 매장을 본격적인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여파에서 일정 부분 벗어날 가능성이 크고요.

 

둘째, 물류 인프라는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주문이 따라오지 않으면 손실만 커지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사실상 무료에 가깝게 설계하며 먼저 주문 수요를 만들어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월마트 역시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유료 멤버십 ‘월마트 플러스’를 꾸준히 키워 기본 수요를 확보했습니다. 현재 회원 수만 2,800만 명에 달하는데요. 이 기반 덕분에 아마존 프라임을 견제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반면 롯데마트의 '제타패스'는 작년 8월에야 론칭됐고, SSG닷컴 역시 올해 1월에 들어서야 리뉴얼한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선보였습니다. 배송 물량이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처럼 수요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전에 물류 투자가 앞서면,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기회의 문은 열렸지만 이를 붙잡을 주체가 마땅치 않습니다.

대형마트 3사 가운데 온라인 역량이 가장 낫다고 평가받던 홈플러스는 파산 위기에 놓여 있고, 이마트와 롯데쇼핑 역시 재무 여력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월마트가 2023년 이후 이커머스와 물류 자동화에만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과 같은 결단을 국내에서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투자 없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시장의 판을 뒤집는 반전 카드가 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실 대형마트의 위기를 이커머스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더 많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달라진 소비자의 장보기 방식에 있습니다. 3~4인 가구를 전제로 한 ‘한 번에 많이 사는 장보기’는 줄어들었고, 필요한 만큼 자주 사는 소량·빈번 구매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대형마트의 기본 전제를 흔들었고, 남아 있던 대량 구매 수요마저 더 싸고 편리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결정적인 타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지금 논의되는 영업시간 규제 완화나 나아가 휴일 영업 규제 해제 역시 판을 뒤집을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영업시간이 아니라, 이미 달라진 고객의 행동에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이 열린다고 해서, 그 문을 통과할 준비까지 자동으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대형마트가 쿠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벽배송이라는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매장을 얼마나 더 오래 열 것인가가 아니라, 매장이 지금의 소비 패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규제 완화는 잠깐의 기대감만 남긴 채, 대형마트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로 끝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대형마트 #유통규제 #그로서리 #이커머스 #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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