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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 템플릿으로 '갓생'을 팝니다 | On the Table : 공여사들 편

2026.02.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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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쉬운 노션·엑셀 템플릿을 넘어 ‘일의 방식’을 팝니다. 안정적인 대기업 직장인에서 유튜버로, 1인 사업가에서 연 매출 30억을 바라보는 6인 팀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 '공여사들'의 이슬기 대표를 만났습니다.

 

🍽️ On The Table  

포장 없이, 조리 없이, 있는 그대로의 브랜드 이야기를 테이블 위에 올립니다. 
멀리서 볼 때 브랜드는 그저 멋져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이 순간도 모호한 문제, 복잡한 고민, 힘든 결정의 순간으로 가득하죠. 매끈한 성과 대신 도전과 실패의 과정, 정해진 정답보다 나만의 답을 찾는 솔직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On the Table 시리즈에서 소개하는 모든 브랜드는 아임웹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입니다.

 



Intro ; 에피타이저

직장인 유튜버, '일의 방식'을 파는 사업가가 되다

 

“설명서가 필요한 순간부터 이미 망한 거예요.”

이슬기 대표는 이렇게 말해요. 농담처럼 툭 던지지만, 듣고 있으면 고개가 끄덕여지죠. 복잡해지는 순간 사람은 반드시 실수하고, 실수는 다시 설명을 부르고, 그만큼 일은 느려지니까요. 그래서 늘 같은 쪽을 선택해 왔다고 해요. 사람을 설득하기 전에, 헷갈릴 여지를 먼저 없애는 쪽을요. 그 방식으로 만든 브랜드가 ‘공여사들’입니다.

공여사들은 노션과 엑셀로 만든 ‘갓생 템플릿’을 팔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실수 없이 굴러가게 만드는 일의 방식을 팝니다. 개인용 템플릿에서 시작해 소규모 팀을 위한 시스템까지 확장했고, 대표 혼자 고군분투하던 1인 기업은 올해 매출 30억을 목표로 움직이는 6인 팀이 됐어요. 직장인 유튜버에서 1인 사업가로, 그리고 이제는 혼자 일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이슬기 대표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 오늘의 브랜드, 공여사들

  • 이슬기: 공여사들 대표. ‘일의 방식’을 설계하는 시스템 브랜드 ‘공여사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2021)』, 『공여사들의 엑셀 혁명 with 챗GPT(2025)』가 있습니다.

EVENT

  

 

촉망받던 대기업 일잘러, 왜 다른 출구를 찾았을까 

 

인터뷰 중인 이슬기 대표 ⓒ 아임웹

 

대기업 직장인으로 10년을 보내셨어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공대를 나와 LG유플러스에 엔지니어로 처음 입사했어요. 몇 년간 일하다가 기획팀으로 배치 받으면서 기획 업무를 새로 맡게 됐죠. 주로 인터넷망을 어디에 깔아야 돈이 될지 분석하고, 수백 명의 직원들이 일정 안에 그 돈을 소진할 수 있도록 투자비를 관리하는 일이었어요. 공지하고, 프로세스를 짜고, SOP(표준운영절차)를 만드는 게 일상이었고요.

 

그 과정에서 ‘이건 내 재능일지도’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당시 팀장님이 정말 깐깐하고 빡센 분이셨거든요. 보고를 들어가면 선배들도 예외 없이 깨졌고, 칭찬받는 건 상상도 못했죠. 그래서 더 선명하게 기억나요. 어느날 제가 만든 장표를 보시더니 “너무 이해가 잘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알맹이가 대단했던 건 아니었어요.

지도 위에 숫자만 적어두는 대신, 해당 구간에 빨간 점을 하나 ‘딱’ 찍었을 뿐이었거든요. ‘어디부터 어디까지 공사비가 300만 원’이라고 쓰는 대신, 그 위치에 점으로 표시해주니 같은 숫자가 완전히 다르게 읽혔던거죠. 점 하나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바뀌는 걸 보면서 깨달았어요. 복잡한 걸 단순하고 쉽게 표현하는 일에 제가 소질이 있다는 걸요.

 

인터뷰 중인 이슬기 대표 ⓒ 아임웹

 

핵심 인재로 인정 받는 한편, 개인적으로는 큰 위기를 겪으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주식 투자 사기로 1억 원을 날렸어요. 누가 그런 걸 속냐 하지만, 정신차리고보니 제가 그 타겟이 되어있더라고요. (웃음) 제 계좌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하루 만에 20~30%씩 수익이 찍히니까 완전히 믿어버린 거죠. 수익이 나는 걸 보고 계속 돈을 넣었고요. 어느 순간부터 손실이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 시작했어요. 예적금 꼬박꼬박 넣으며 모범생 스타일로 착실히 살아왔던 저였기에, 일단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고요. 1년 동안 현실을 부정하며 마이너스 계좌를 붙들고 있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그래, 나 1억 날린 사람이다’라고 손실을 확정 짓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떻게 돈을 메꿀지만 더 고민하면 되니까요.

 

그 상황에서 ‘유튜브’를 돌파구로 떠올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월급을 모아서 손실 1억 원을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계산기를 두드려봤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퇴근 후 시간을 써서 유튜브를 하면, 아주 조금씩이라도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실 회사 다닐 때도 암호화폐를 주제로 채널을 운영하면서 구독자 1,000명 정도를 모아본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2019년 11월에 지금의 ‘공여사들’ 채널을 처음 열었죠.

 

‘공여사들’엔 무슨 의미가 담겨있어요?

공여사들은 ‘공대 나온 여자 사람들’의 줄임말이에요. 인생에 특별한 경험이 없어서 유튜브 채널을 열기도 민망하더라고요. 그나마 그게 공대 전자공학부 시절이었거든요. 학과생 200명 중 여학생이 10명 남짓할 정도로 적었으니까요. 딱히 나은 선택지가 없어서 ‘공대 나온 여자’를 컨셉으로 잡았어요. 사실 뒤에 ‘들’을 붙인 건 제 주변 공대 나온 여자 친구들을 캐릭터로 만들어서 한 명씩 출연시키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인생이 계획대로 되나요. 어쩌다 보니 혼자 하게 됐었죠. (웃음)

 

공여사들 유튜브 채널 ⓒ 아임웹

 

채널은 열었는데, 콘텐츠 주제는 어떻게 정하셨어요?

멀리서 찾지 않았어요. 회사에서 매일 하던 엑셀 작업과 보고서를 그대로 콘텐츠로 옮겼거든요. 처음 올린 영상이 ‘직장인 엑셀팁’ 콘텐츠였는데 조회수가 처참했죠. 그러다 마침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던 시기에 재미로 올렸던 ‘엑셀로 로또 번호 뽑기’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했어요. 일주일 만에 구독자가 3만 명이 늘었고, 특히 4050 남성분들이 많이 유입됐어요. 덕분에 최초 발행했던 엑셀팁 콘텐츠가 덩달아 떡상하며 지금은 조회수 600만을 기록한 대표 영상이 됐죠. 그때부터 제 인생도 같이 방향을 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땐 회사와 유튜브를 병행하던 시기였는데,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회사에서 핵심 인재로 인정받는 건 감사했지만 그럴수록 고민이 깊어졌어요. 연차가 쌓이니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저를 중간 리더로 키우려고 했거든요. 근데 그 자리가 저랑 잘 맞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순간이 있어요. 연말에 임원 간담회가 있었거든요. 마침 등떠밀려 제가 발언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팀장님이 “이 사람은 이런 걸 잘했다”라고 말해달라며 멘트까지 써주셨어요.

물론 그게 꼭 제 생각은 아니었어요. 근데 리더가 되려면 조직의 논리를 대변해야 하고,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야 하잖아요. 그때 깨달았어요. 저는 그걸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요. 더 늦기 전에 저에게 맞는 옷을 찾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던거죠.

 

 

 

설명서가 필요 없어야 진짜다

 

공여사들 공식 자사몰 ⓒ 아임웹

 퇴사 후 처음엔 전자책, 강의 등 이것저것 팔아보셨잖아요. ‘템플릿’에 정착한 이유가 있었나요?

온라인 강의는 사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힘든 구조라고 생각했어요. 사놓고 끝까지 듣지 않는 경우도 많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수강생들 문의에 답변하고, 관리하면서 계속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잖아요.

템플릿은 제작과 관리 효율 관점에서는 단연 압승이었죠. 소비 측면에서도 템플릿은 일단 ‘소유’ 자체로 효용을 줘요. 다이어리나 운동복을 사면,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무언가를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템플릿도 마찬가지예요. 구매하는 순간 ‘내 주머니에 시스템이 들어왔다’는 든든함을 주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첫 템플릿이자 히트 상품이 된 <일과 삶, 돈> 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제가 쓰던 노션 화면이 잠깐 비쳤는데, 구독자분들이 “그대로 팔아주세요”, “똑같이 쓰고 싶어요”라고 반응해주셨어요. 그때만 해도 노션 템플릿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던 시기인데, 구독자 분들이 먼저 그걸 만들어 팔아달라고 하셨죠. 제가 회사에서 줄창 만들던 ‘양식’을 팔게 된 역사적인 날이에요. 그래서 제가 실제로 쓰던 걸 다듬어서 2021년 말에 출시했어요. 한 달 만에 2,000명이 구매하고 매출 6천만 원이 났죠. 솔직히 그때는 ‘이런 대박이 계속될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렇진 않더라고요. (웃음)

 

공여사들 템플릿을 관통하는 상품 개발 기준이 있다면요?

‘잘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사에 다니면서 정말 많이 느꼈거든요. 같은 표를 줘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요. 그래서 저희 템플릿은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노트를 샀을 때 비닐 뜯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잖아요. 그 정도로 당연하게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착하고 있어요.

 

개인용에서 전문가용 템플릿으로 확장한 계기도 궁금해요.

이것도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거긴 해요. 개인 PT를 받으면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쓰시는 종이 일지가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두 달 동안 같이 머리를 맞대고 기록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근데 완성하고 보니 단순 운동 일지가 아니라, 트레이너가 회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툴이 됐어요. 개인적인 불편을 해결하려던 시도가 전문가 시장으로 이어진 셈이에요. 이후 필라테스 강사님들 문의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피트니스 전반으로 확장됐고요.

 

 

공여사들 이슬기 대표 ⓒ 아임웹

 

개인용 템플릿과 전문가용 템플릿은 접근 방식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완전히 달라요. 개인용 템플릿은 ‘의지’의 영역이거든요. 쓰다 말아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아요. 근데 전문가용은 다릅니다. 이 데이터가 곧 매출이고, 신뢰예요. 예를 들어 PT 회원 한 명이 100회 수업을 끊었으면, 그 긴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없이 관리할 수 있어야 하죠. 중간에 구조가 깨지거나 다시 손볼 필요 없이, 처음 세팅 그대로 끝까지 쓸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템플릿 상품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시는지 궁금했어요.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싸게 많이 팔면 필연적으로 문의가 폭증해요. 그걸 감당하려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하고, 저희처럼 작은 조직에서는 그게 큰 리스크가 되거든요. 무조건 많이 파는 것보다,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수준에서 ‘제대로’ 파는 게 더 중요했어요.

 

실물이 없는 상품 특성상, 고객이 ‘구매한 맛’을 느끼게 하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세요?

템플릿은 결국 링크 하나로 전달되잖아요. 그래서 자칫하면 “이게 끝이야?”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죠. 그걸 막고 싶었어요. 그래서 브랜드 톤앤매너를 담은 PDF로 가공해서 전달드리고 있어요.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구매 경험’이 시작되도록요. 디지털 상품이라고 해서 고객 경험까지 가벼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여사들 간담회 포스터 ⓒ 아임웹

 

유튜브 구독자만 40만 명에 육박하더라고요.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셨을텐데,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세요?

2022년에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50명의 팬분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팬미팅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해서 그렇게 불렀죠. (웃음) 그날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셨어요. 연인과 함께 오신 분도 있었고, 50~60대 분들도 계셨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은 수녀복을 입고 오신 두 분의 수녀님이었어요.

수녀원에서도 회계나 출판 업무 때문에 엑셀을 쓰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초창기에 공유했던 엑셀 파일 덕분에 하루 종일 걸리던 마감 업무가 1~2시간으로 줄었다고 하시는데, 두 분이 부둥켜안고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울컥했어요. 제가 만든 게 누군가의 하루를 실제로 바꾸고 있다는 게 분명히 느껴졌거든요.

또 신입사원이었던 팬분들이 이제 대리, 과장이 되어서 “덕분에 회사에서 인정받았다”고 연락을 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아, 우리가 같이 늙어가고 있구나’ 하고 묘한 전우애를 느껴요.

 

1인 기업에서 채용을 시작하게 된 이유

 

공여사들 사무실 ⓒ 아임웹

 

1인 기업으로 계속 일해오셨잖아요. 혼자서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템플릿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문의가 정말 폭발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요. 처음에는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 종일 CS 답변만 하다가 밤이 되더라고요.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상품도 계속 고도화해야 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일들에 시간을 못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 이건 혼자서 오래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첫 채용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나요?

사람을 뽑고 싶어서라기보다, 일을 넘기기 위해서였어요. 대기업 시절 상무님의 비서로 일하셨던 분께 몇 년 만에 연락해 '구원투수'로 모셔왔죠. 지금은 행정과 운영 전반을 총괄해주고 계세요. 제가 계속 판단과 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었고요. 돌이켜보면, 그 첫 채용이 공여사들이 ‘회사처럼 굴러가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이슬기 대표가 스레드에 올린 구인 게시글 ⓒ 아임웹

 

 그렇게 1년만에 5명을 채용하셨다고요. 인원을 갑자기 늘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굉장히 단순했어요. 늘 ‘지금 가장 병목이 되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기준으로 봤거든요. 매출을 만들어야 하니까 마케터를 먼저 뽑았고, 주문이 늘자 CS 업무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커져서 CS 매니저를 채용했어요. 운영이 조금 안정되자, 그다음엔 ‘브랜드의 밀도’를 높일 차례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유튜브 영상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PD님, 그리고 상세페이지나 템플릿 가이드 문장 하나까지 톤앤매너를 맞춰줄 BX 라이터님을 모시게 됐어요. 사람 수를 늘린다기보다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팀이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채용 방식도 남달랐죠. 스레드를 통해 팀원을 모으셨다고요.

네, 비서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스레드에서 알게 된 분들이에요. 평소 스레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지켜보다가 ‘이 분이라면 우리와 결이 맞겠다’ 싶은 분께 연락을 드렸어요. 일반 채용 플랫폼에서는 이력서만 보고 판단해야 하잖아요. 근데 스레드에서는 그 사람이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일하는지가 글로 다 드러나거든요. 덕분에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확 줄일 수 있었어요. 결이 맞는 사람을 찾는 효율적인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업무 중인 공여사들 팀 ⓒ 아임웹

 

막상 팀원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시작되잖아요. 실제로 어떠셨어요?

 

가장 저를 짓누른 건 책임감이었어요. ‘나를 믿고 온 이 사람들의 커리어가 나 때문에 꼬이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실무적으로는 협업의 기준을 맞추는 게 가장 힘들었죠. 저에겐 너무 당연한 디테일이, 다른 분들에겐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일일 수 있잖아요. 그 간극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더라고요.

 

그 기준을 지금은 어떻게 ‘조직의 기준’으로 만들어가고 계세요?

기준을 강요하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하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HR 타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월 1~2회 정도,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직원들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시간이에요. 예전에 대기업에서 했던 방식을 벤치마킹했죠. 미리 AI에게 직원의 성향을 입력해서 맞춤 질문지를 뽑아가기도 하고요.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어디까지가 우리의 기준인지 계속 맞춰가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만 작은 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큰 그림요? 그런 거 없습니다”

 

 

공여사들 유튜브 채널 실버 버튼과 워크숍 기념 액자 ⓒ 아임웹

 

 

지금까지 공여사들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저는 솔직히 너무 이상적인 얘기를 잘 못 해요. 막 “우리는 어디까지 성장할 겁니다” 이런 거요. 직원들이 가끔 물어봐요. 다음 목표가 뭐냐고. 그럴 때 제 대답이 항상 이래요. “내일 아침에도 잘 일어났으면 좋겠다.” (웃음) 진짜예요. 사람들이 왜 우리를 좋게 봐줄까 생각해보면, 막 스타트업 특유의 뜨거운 말 때문은 아닌 것 같거든요.

우리는 이상적인 얘기보다는, 그냥 현실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걸 보여주는 회사에 가까워요. 설명 많이 안 해도 되고, 굳이 믿으라고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요. MBTI를 보면, 저랑 비서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다 N 성향이에요. 다들 이상을 말하는데, 저는 “그래서 그게 지금 되냐” 이걸 먼저 보게 되더라고요. 잘 안 맞아요. (웃음)

 

이제는 기업용 템플릿(시스템)까지 만들고 계시잖아요. B2B로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거창한 플랜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저희 같은 층에 계시던 인테리어 업체 대표님이 저희를 어떻게 아셨는지, 어느 날 찾아오셔서 “우리 회사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비슷한 요청이 한두 번이 아니라, 한 달에 몇 건씩 계속 들어왔어요. 몇 번은 회사별로 맞춤 제작을 해봤는데, 그건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겠더라고요. 작은 회사 대표님들은 너무 바빠서, 미팅 때 반응과 달리 요구사항 작성이라든가, 추가 미팅이나 교육, 사용성 테스트 같은 걸 일일이 챙기기 어려워 하셨어요. 몇 번 계약이 틀어지고, 아예 방향을 바꿨어요. ‘쓰자마자 바로 작동하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자고요. 그렇게 나온 게 10인 미만 소규모 팀을 위한 시스템 ‘비즈노션’이에요.

 

왜 하필 ‘10인 미만’ 팀이었나요?

시스템을 관리해 줄 사람이 없는 규모라서요. 제가 대기업에 있을 때도 느꼈지만,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사람은 반드시 실수하게 돼요. 컬럼 이름 하나만 헷갈려도 데이터는 바로 꼬이거든요. 대기업은 이런 오류를 바로잡을 인력이 있지만, 작은 팀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비즈노션은 대기업 시스템의 로직은 가져오되, 기능은 과감히 덜어냈어요. 관리자가 없어도 돌아가야 하고,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죠. 저희에게 단순함은 미학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공여사들 '비즈노션' CX 기획 과정 ⓒ 아임웹

 

운영 방식에서도 최대한 단순하게 가는 선택을 해오신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사실 일에 사람이 많이 개입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설명하고, 조율하고, 미팅하는 게 늘어날수록 일이 느려지거든요. 그래서 판매 채널도 최대한 단순하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여러 채널을 병행하긴 하지만, 지금 매출의 약 80%는 자사몰에서 나오고 있고요. 자사몰 솔루션도 누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보다는 제가 직접 만들고 고칠 수 있는 걸 골랐어요. 아임웹이 딱 그랬고요. 개발자 없이도 필요한 기능을 바로 구현할 수 있고, 관리 포인트가 명확하니까 운영이 복잡해지지 않더라고요. 저희처럼 작은 팀은 운영이 복잡해지는 순간, 가장 중요한 상품과 콘텐츠에 쓸 에너지가 바로 줄어들어요. 그래서 효율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종이책’ 출간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이건 사실 제 욕심보다는 팀원들의 제안에서 시작됐어요. 디지털 상품만 계속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진짜 존재하는 회사가 맞나?”라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가끔은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주는 힘이 필요하더라고요.

 

향후 계획도 궁금해요. 어떤 방향으로 브랜드를 더 키워가고 싶으세요?

계획은 솔직히 없어요. (웃음) 적당히 잘 성장하면서 넥스트를 묻는 직원들의 헛헛함(?)을 잘 채워줄 수 있는 방향이면 좋겠어요. 회사를 빠르게 키우는 것보다 지금의 단단함을 유지하면서, 오래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 Outro ; 오늘의 디저트

 

공여사들의 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오늘 대화 끝에 마음속에 남은 창업자의 문장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잘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사에 다니면서 정말 많이 느꼈거든요. 같은 표를 줘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요. 그래서 저희 템플릿은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노트를 샀을 때 비닐 뜯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잖아요. 그 정도로 당연하게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착하고 있어요.
  • 템플릿은 결국 링크 하나로 전달되잖아요. 그래서 자칫하면 “이게 끝이야?”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걸 막고 싶었어요. 그래서 브랜드 톤앤매너를 담은 PDF로 가공해서 전달드리고 있어요.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구매 경험’이 시작되도록요. 디지털 상품이라고 해서 고객 경험까지 가벼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비즈노션은 대기업 시스템의 로직은 가져오되, 기능은 과감히 덜어냈어요. 관리자가 없어도 돌아가야 하고,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죠. 저희에게 단순함은 미학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 다른 브랜드의 성장 사례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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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웹 #쇼핑몰 #브랜드 #창업 #템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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