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 2026년 AI 기술 트렌드 낋여왔습니다.

1511
1
0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CES 2026은 기술이 전면에 나서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었다. AI는 집과 이동, 건강 전반에 스며들며 판단과 돌봄을 대신하는 조용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기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을까? ‘CES 2026’에서 마주한 미래는 놀라움보다 익숙함에 가까웠다. 집은 말없이 삶을 돌보고, 조용한 이동에 시간 낭비까지 없으며, 예고 없이 병이 찾아오기 전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기술 시대, 우리의 시간과 선택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술일수록 그 등장은 요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진짜 변화는 소음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조용히 빠르게 퍼져나간다. ‘CES 2026’이 남긴 울림 역시 화려한 데모나 숫자보다 오히려 조용해진 기술이었다. 전시장 곳곳에서 인공지능 AI 은 더 이상 주인공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집과 이동, 건강과 돌봄이라는 삶의 장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한때 알파고는 인간의 한계를 증명하는 상징이었고, 챗GPT는 지식 노동의 방식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지금 AI는 더 이상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모든 산업의 기본 전제가 되었고, 그만큼 의식의 표면에서 물러나 있다. 기술이 사라지고 있다는 건 역설적으로 보면 기술이 삶의 구조를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기술의 성숙은 늘 ‘보이지 않음’으로 나타난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감각을 끊임없이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 스마트폰은 손에 쥔 도구라기보다 사고와 행동을 연결하는 신체의 일부에 가깝다. CES 2026은 이 감각이 주거와 이동, 건강과 돌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술이 앞에 서는 시대를 지나 삶의 배경으로 물러나는 시대, 그 전환점이 이번 CES였다.

 

 

 

 

 

집이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아침은 더 이상 알람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커튼이 천천히 열리고, 조명은 전날보다 한 톤 낮아진 색으로 방을 채운다. 욕실 바닥은 이미 데워져 있고, 실내 온도는 수면의 깊이와 기상 시간을 반영해 자동으로 조절된다. 거울 앞에 서면 얼굴의 혈류와 미세한 근육 움직임, 피부 상태를 읽은 후 간단한 건강 브리핑이 이어진다. 주방에서는 지금의 컨디션에 맞춘 커피가 준비된다. 오늘의 일정과 함께 관리가 필요한 포인트까지 자연스럽게 제안해 준다. 각각의 기능도 놀랍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별 기능이 아니다. CES 2026이 보여준 주거 공간의 핵심은 ‘연결’이 아니라 ‘판단’이었다. 

 

이른바 능동형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사용자가 명령하기 전에 행동과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선택을 예측한다. 집 안의 센서와 기기들이 신체와 공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AI는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일정과 수면, 날씨와 건강 데이터가 하나의 흐름으로 엮이면서 집은 더 이상 기기의 집합체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유기체에 가까워진다. 이는 가전의 진보라기보다 주거 개념의 변화다.

 

이 변화는 가사 노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로보락Roborock은 CES 2026에서 2개 다리와 바퀴를 결합한 휠-레그Wheel-Leg 구조의 로봇 청소기 ‘사로스 로버Saros Rover’를 선보였다. 평면 이동의 한계를 넘어 도약과 급정거 및 방향 전환이 가능해지며, 집 안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드리미Dreame는 로봇 팔이 장착된 청소기를 통해 바닥의 물건을 집어 정리하고, 세척과 비움 및 충전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청소는 더 이상 바닥 관리가 아니라, 집 안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로 확장한다.

 

 

1 로보락 사로스 로버는 바퀴와 다리를 결합한 이동 방식으로 문턱과 단차를 넘나든다. ©Roborock

2 CES 2026에 공개된 드리미의 차세대 홈 로봇·가전 라인업 ©Dreame

 

 

여기에 반려 로봇의 존재가 더해진다. TCL은 음성 AI와 비전 AI를 결합한 소형 로봇으로 돌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말을 걸고 반응하며, 집 안 환경을 살피는 이 로봇은 아이들의 놀이 상대이자 어르신의 말동무로 기능한다. 기술이 점점 관계의 언어를 배우고 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도 눈에 띄었다. LG는 인간형 손과 팔을 갖춘 로봇을 통해 빨래, 음식 준비, 설거지 같은 반복적인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모습을 제시했다. 인간의 도구와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는 이 로봇은 편리함을 넘어 일상의 부담을 덜어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렇게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케어와 회복, 휴식을 위한 플랫폼이 된다. 진정한 휴식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사실. CES 2026은 그 정의를 생활의 언어로 보여주었다.

 

 

LG 휴머노이드 홈 로봇이 가정 공간에서 간단한 서비스와 돌봄 역할을 수행하는 장면 ©LG

 

 

 

차 안에서 다시 시작되는 삶

 

CES 2026이 열린 라스베이거스의 도로 위에서는 이미 다른 일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도심을 오가는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는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니었다. 신호를 기다리고 차선을 바꾸며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은 여느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앱으로 호출한 주크스Zoox의 자율주행 차량 역시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핸들과 페달이 사라진 차내는 처음엔 낯설지만, 곧 익숙함이 앞선다. 도시에서 자율주행은 실험이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생활 조건이 되었다.

 

일상에서 마주한 로보택시의 풍경은 CES 2026이 던진 모빌리티의 질문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디로 이동하는가’가 아니다.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가 핵심이 되었다. 자동차는 더 이상 목적지로 향하는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움직이는 거주 공간이자 업무 공간이며, 휴식과 엔터테인먼트가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 변화는 차량 내부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의 ‘아필라 1Afeela 1’은 이동 시간을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한 사례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개인별 스크린을 통해 차 안은 작은 미디어 공간으로 바뀐다. 이동 중에도 회의에 참여하고, 문서를 확인하거나 콘텐츠를 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차량은 더 이상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면의 크기나 개수 자체가 아니다. 자율주행이 운전의 부담을 덜어내면서 차 안의 시간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출퇴근길은 의미 없이 소모되는 시간이 아니라, 일과 휴식이 느슨하게 섞여 있는 회복의 시간이 된다. 명상을 하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역시 가능해진다. 이동의 목적보다 과정이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는 순간이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의 아필라 1은 자동차를 이동 수단이 아닌, 콘텐츠·업무·휴식이 결합한 ‘움직이는 생활 플랫폼’으로 재정의한다. ©Sony Honda Mobility

 

 

이런 맥락에서 로보택시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선다. 운전에 묶여 있던 시간을 분리해 삶의 다른 영역으로 돌려주는, 시간의 가치를 재설계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도시는 여전히 분주하지만, 그 안에서 개인의 시간은 한층 여유롭고 풍성해진다. 이렇게 확장된 시간은 새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일과 여가의 경계가 흐려지는 리듬, 그리고 ‘어디에 있는가’보다 ‘어떻게 시간을 쓰는가’가 중요해지는 기준. CES 2026이 보여준 모빌리티의 미래는 더 빠른 이동이 아니라, 더 잘 활용하는 시간을 향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다시 시작되는 삶은 그렇게 일상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

 

 

 

건강이 자산이 되는 순간

 

CES 2026이 보여준 또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는 수명 연장Longevity이었다. 그러나 이 수명 연장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 핵심은 ‘언제 병원에 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병원에 가지 않게 하는가’에 있었다. 그 중심에 자리한 개념이 바로 디지털 트윈 기반의 건강관리다. 개인의 신체 상태는 가상의 모델로 반영되고, 수면과 식습관, 활동량과 스트레스 지표가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축적된다. 작은 이상 신호는 증상으로 발전하기 전에 감지되고, 생활 습관의 미세한 조정을 통해 선제적으로 관리된다. 건강관리는 더 이상 특정 순간의 진단이 아니라, 매일 쌓이는 시간의 기록이 된다. 병원은 치료 공간이 아니라, 일상 관리의 뒤편에서 작동하는 안전망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애보트Abbott는 연속 생체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제시했다. 혈당과 대사 반응 및 신체 리듬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면서 노화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상태로 다뤄진다. 의료 산업이 병을 고치는 영역에서 시간을 관리하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흐름은 일상에서도 이어졌다. 위딩스Withings는 체중과 혈압, 활동량과 수면 데이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개인별 건강 흐름을 시각화했다. 매일의 수치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미래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생활 습관이 자산처럼 축적되거나 소모되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식탁 위의 변화는 어떨까? 네슬레Nestle는 개인 맞춤형 영양 솔루션을 통해 식사를 예방 관리의 출발점으로 재정의했다. 식단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반응과 생활 리듬에 맞춰 설계되는 관리 도구가 된다. 식사는 즐거움이면서 동시에 가장 일상적 건강 개입 방식으로 바뀌는 중이다.

 

 

위딩스의 디지털 트윈 기반 헬스 스캔 장면 ©Withings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에이지 테크Age Tech’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관리 가능한 상태로 다루는 관점이다. 세포 회복과 대사 관리, 장내 미생물 연구, 맞춤형 푸드 테크가 결합하며 질문은 명확해진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CES 2026이 남긴 메시지는 이 지점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AI와 기술은 더 이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삶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도록 돕는 조용한 관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집에서, 길 위에서, 그리고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식에서 기술은 점점 보이지 않게 스며든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명령하지 않아도 환경이 먼저 반응하는 세계. 이번 CES 2026이 보여준 것은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다. 기술이 사라진 자리에서 인간의 시간은 조금씩 회복되고, 건강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산 위에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삶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잘’ 살 것인가를 묻는 방향으로.

 

 

CES 2026 무대 위에 ‘Innovators Show Up’ 메시지가 펼쳐지며, 기술의 중심은 혁신 자체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CTA

 

 

 

글. 최형욱(퓨처디자이너스 대표)

 

 

 

 

#CES 2026 #AI 에이전트 #로봇 #자율주행 #기술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인사이트가 커집니다.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