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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를 만든 건 퇴사가 아니라 회사였다

2026.03.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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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김선태 퇴사 소식 보고 "나도 퇴사하면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셨나요? 저도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근데 오래 들여다봤더니 다른 게 보였어요.

나 역시 솔직히 부러웠다. 전 충주맨 김선태가 퇴사 3일 만에 개인 채널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고, 광고 단가가 1억 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주변에서도 "나도 퇴사해서 내 걸 하고 싶다"는 말을 쉽게 했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김선태가 퇴사 후에도 빠르게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분명 뛰어난 개인 역량 덕분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입증된 감각, 트렌드를 읽고 이를 B급 코드로 풀어내는 능력, 공무원이라는 위치를 대중이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전환한 센스까지. 그런 힘이 있었기에 두 채널 모두를 100만 규모로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역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김선태의 지금을 보며, 그를 만든 건 퇴사 이후가 아니라 퇴사 이전의 10년이라고 생각했다. 충주맨 채널을 0에서 100만으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감각을 축적했을 것이다. 10년 동안 공무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 경험, 예산 0원에서 시작해 기획부터 섭외, 촬영까지 혼자 해내며 쌓인 실행력,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던 감각, 그리고 보수적인 조직 안에서 전례 없는 일을 밀어붙이며 길러진 추진력까지. 지금의 개인 브랜드는 결국 그런 회사 생활 위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비슷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야 회사에서의 경험이 내 자산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커리어 초반, 기본기도 없이 스타트업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익혔던 콘텐츠 기획 방식, 광고주에게 수없이 수정받으며 배운 문서 작성법,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정하며 익힌 조율의 방식. 그때는 버거웠던 일들이 지금은 내 일을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무엇보다 그 시절 계속 넘어지고 깨지며 배운 경험 덕분에, 이제는 예상치 못한 이슈가 생겨도 예전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순서와 감각이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AI 시대라는 말과 함께 회사 생활의 가치 자체를 가볍게 보는 시선도 많다. 몇 개월 뒤, 몇 년 뒤면 AI가 다 알려줄 텐데 굳이 일을 배워야 하느냐는 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신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 직접 부딪히며 체득한 감각이다.

 

AI는 규칙이 있는 일을 잘한다.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 반복 업무처럼 일정한 패턴 안에서 돌아가는 작업은 앞으로 더 잘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감정을 읽고 어떤 타이밍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감각, 같은 표현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조절하는 언어 감각, 인간적인 맥락까지 고려해 결정을 내리는 힘은 다르다. 이런 능력은 머리로 안다고 생기지 않는다. 직접 부딪히고, 실패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몸에 남는다. 그리고 그런 감각을 가장 자주 단련하게 되는 공간이 대개 회사다.

 

물론 모든 회사가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의미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곳도 있고,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장을 체감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모든 것을 주는 회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회사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태도로 쌓아가느냐다.

 

보고서 수정, 무리한 요청 대응, 애매한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반복 업무. 이런 일들은 그 순간에는 짜치고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바로 그런 일들이 문장력을 만들고, 조율력을 만들고, 실행력을 만든다. 회사는 늘 친절하게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몸에 남긴다.

 

그래서 김선태를 보며 퇴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면, 혹은 지금 회사 생활이 답답하게만 느껴진다면 먼저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일을 그저 버티는 시간으로만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단련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는가

 

그 안에서도사실은 나도 모르게 쌓이고 있는 능력이 있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회사는 조금씩 사람을 만든다.

 

내일도 여전히 짜치는 일은 생길 것이다. 회사 생활이 이 글 하나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 회사를 버텨야 하는 곳이 아니라, 내 감각을 단련하는 공간으로 보기 시작하면 똑같은 하루도 조금 다르게 쌓인다.

 

퇴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퇴사 후에도 팔릴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건, 회사에서 버틴 시간 속에 쌓인 경험이다.


사진=김선태 채널

 

#충주맨 #퇴사 #회사생활 #커리어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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