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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추 가능, '자연과 만남 추구'하는 안식처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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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천천히 머무는 여행에 어울리는 다섯 곳을 소개한다. 바다, 피오르, 와인 마을, 작은 섬과 장수 마을까지, 각기 다른 풍경 속에서 서두르지 않는 시간과 깊은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들이다.

분주히 랜드마크를 다니는 여행에 지쳤다면 이제는 ‘머무름’이 여행이 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릴 때다. 멈춰 선 그곳에서 비로소 흐르기 시작하는 시간, 바다와 숲과 호수가 내주는 곁에 기대어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들. 여기, 세상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시간이 깊어지는 안식처 다섯 곳이 있다.

 

 

바다에 시간을 맡기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브루니 아일랜드

 

호주 최남단, 뉴질랜드와 남극 사이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Tasmania는 섬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원시 자연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호주 사람들 사이에서는 ‘안식의 섬’으로 통한다. 낮은 인구밀도와 광활한 바다가 주는 고즈넉함을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섬의 주도 호바트의 남쪽 해안, 케터링에서 출발하는 페리에 올라야 한다. 약 20~30분간 바다를 가로지르면 브루니 아일랜드Bruny Island에 닿는다. 오롯이 자신과 시간을 보내며 고요하게 은둔하기에 더없이 좋다.

 

섬에 도착한 이들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북부와 남부를 잇는 좁은 지협, 더넥The Neck이다. 사구 위로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전망대에 서면 태즈메이니아 해의 광활한 바다가 시원스레 드러난다. 하지만 더넥의 진짜 주인공은 사구 아래에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종인 ‘리틀펭귄’이다. 9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 해 질 무렵 이곳을 찾으면 키 약 30~35cm, 체중 11.5kg에 불과한 작은 생명체들이 사냥을 마치고 앙증맞은 걸음으로 귀가하는 진귀한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하룻밤 머물 곳을 찾는 이들은 어드벤처 베이 일대의 숙소를 선택한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숙소로,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 끊고 싶은 이들이 숨어드는 휴식처다.

 

자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미식 경험 또한 브루니 아일랜드를 찾는 중요한 이유다. 그레이트 베이 앞에 자리한 로컬 굴 양식장 겸 식당

‘겟 셕트 오이스터스Get Shucked Oysters’는 연안에서 갓 채취한 신선한 굴을 즉석에서 손질해 제공하므로 인기가 높다. 여기에 태즈메이니아산 위스키를 곁들인다면 이곳에 정착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꿀과 치즈 또한 놓칠 수 없는 특산품이다. 맛집을 검색하는 피로감 없이 그저 섬의 이름을 딴 ‘브루니 아일랜드 허니Bruny Island Honey, ‘브루니 아일랜드 치즈Bruny Island Cheese Co. 등을 이정표 삼아 찾아가면 된다.

 

 

브루니 아일랜드의 해안 풍경

 

 

물의 속도로 이동하다, 노르웨이 송네피오르

 

휘테Hytte는 ‘피신처’ 혹은 ‘자연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 찾는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오두막으로, 노르웨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산, 숲, 호수, 피오르 근처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소박한 나무집을 봤다면 휘테일 가능성이 높다. 바쁜 도시 생활 중 잠깐의 여유가 필요할 땐 오슬로피오르 근처가 유용하지만, 긴 휴가를 온전히 즐기고 싶을 때 찾는 곳은 따로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깊은 피오르로 꼽히는 송네피오르Sognefjord가 그중 하나다.

 

오슬로에서 차로 6~7시간 거리에 위치한 송네피오르는 노르웨이 서쪽을 관통하는 물길로, 가파른 절벽과 폭포, 눈 덮인 산맥이 이어지는 장엄한 경관을 자랑한다. 거대한 빙하가 바위산의 암반을 깎아 만든 협곡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피오르의 정의에 충실한, 그야말로 교과서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여행자 대부분은 송네피오르의 약 3분의 2 지점에 위치한 마을 발레스트란Balestrand을 베이스캠프로 삼는다. 19세기 후반부터 유럽 상류층과 예술가들이 사랑한 휴양지로, 휘테를 숙소로 개조한 민박과 게스트하우스가 모여 있다. 전형적 노르웨이식 휘테를 경험할 수 있는 ‘송네피오르 캐빈Sognefjord Cabins’, 주변 하이킹 트레일로 접근이 용이한 ‘튜금 캐빈스TjugumCabins’ 등이 인기다.

 

짐을 푼 후엔 트레일로 향할 차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네뢰위피오르Nærøyfjord 연안 트레일, 노르웨이의 그랜드캐니언이라 일컫는 에울란스달렌Aurlandsdalen 트레일, 그리고 송네피오르의 굽이치는 지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몰덴Molden 트레일 등이 웅장한 자연 속에 오래 머물 준비가 된 우리를 반긴다.

 

 

피오르의 물길을 따라 고요히 놓인 휘테

 

 

 

와인이 익는 시간에 머물다,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

 

우리에게 생테밀리옹은 프랑스 보르도의 소도시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프랑스 현지에서는 수도사의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8세기경 브르타뉴 출신의 베네딕토회 수도사 ‘성 에밀리옹Saint Emilion’ 이야기다. 생전 ‘치유의 성인’으로 불린 에밀리옹이 속세를 떠나 은신한 도르도뉴강 절벽 동굴이 위치한 동네가 바로 지금의 생테밀리옹이다. 그 이야기를 품은 유적들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의 경로가 되었다.

 

‘수도사의 은둔처’라는 수식어와 함께 생테밀리옹을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와인이다. 이곳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와인 역사를 품은 곳답게 프랑스 내에서도 최상위 품질과 풍미를 갖춘 와인 생산지다. 포도 재배에 최적이라 알려진 비옥한 석회 점토질 토양이 빚어낸 열매로 만드는 적포도주, 메를로카베르네 프랑은 생테밀리옹을 찾아야 할 단 하나의 이유로도 손색이 없다.

 

생테밀리옹에 느긋하게 머물기로 했다면 우선 마을을 천천히 산책해 보자. 아벨 쉬르샹 광장Place Abel Surchamp에서 갓 구운 크루아상 냄새를 풍기는 블랑제리에서 빵을 즐기거나, 중세 시장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마르셰 광장Place du Marché에서 요기해도 좋겠다. 수호성인 에밀리옹의 무덤 위에 지은 ‘에글리즈 모놀리트 드 생테밀리옹Église Monolithe de Saint-Émilion’에 들러 석회암 지층을 파내어 만든 지하 교회의 위용을 눈에 담은 후, 로마네스크 양식의 압도적 건축미가 돋보이는 12세기 교회 ‘에글리즈 콜레지알 에 클루아트르 드 생테밀리옹’의 회랑을 산책하면 이 도시에서 해야 할 일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남은 절반은 와이너리 투어에 맡겨보자. 1845년에 완공된 건축물 안에 들어선 ‘샤토 암브 투르 푸레Château Ambe Tour Pourret’는 생테밀리옹 마을 초입에 위치한 유기농 인증 그랑 크뤼 와이너리다. 포도밭과 양조장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셰프와 함께 마리아주 음식을 만들며 요리와 와인 페어링을 경험할 수 있는 미식 체험으로 유명한 곳이다.

 

 

1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한 석조 샤토, 2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포도밭 풍경

 

 

 

세상의 끝에서 머무르다, 뉴질랜드 스튜어트 아일랜드

 

‘로-키 라이프스타일Low-Key Lifestyle’은 자신의 취향이나 생각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며 조용하고 소박하게 사는 삶을 뜻하는데, 많은 뉴질랜드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뉴질랜드 남섬 최남단에 위치한 스튜어트 아일랜드Stewart Island는 그런 삶이 저절로 이뤄지는 무대다.

마오리 언어로 ‘붉은 하늘’을 뜻하는 라키우라Rakiura로도 일컫는 이곳은 섬 면적의 약 85%가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울창한 원시림, 수많은 만과 곶으로 이뤄진 야성적 해안, 그리고 400여 명의 주민만이 거주하는 작은 섬 특유의 고즈넉함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본토 사람들이 스튜어트 아일랜드를 찾는 첫째 이유는 ‘키위’다.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새이자 현지인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별명이기도 한 키위는 화려하지 않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이 지켜낸 자연과 과시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장 야생적 상태로 지니고 있다. 키위를 제대로 관찰하고 싶다면 밤을 온전히 내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해 질 무렵, 섬의 유일한 유인 거주지인 오번Oban 마을의 외곽 산책로나 국립공원 초입, 해송 숲 경계에서 키위의 곁을 조용히 지나가 보길 권한다.

 

땅거미가 완전히 내려앉으면 라키우라 트랙으로 향할 차례다. ‘다크 스카이 보호구역Dark Sky Sanctuary’으로 지정된 이곳에서는 3월부터 9월 사이 신비로운 오로라가 정오의 햇살처럼 강렬하게 지상으로 쏟아진다. 설령 오로라 헌팅에 실패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밤하늘에 펼쳐지는 별자리와 은하수, 행성들을 관찰하다 보면 마치 우주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숲과 바다, 그리고 섬이 겹쳐지는 스튜어트 아일랜드의 고요한 끝자락 ©Unsplash Sébastien Goldberg

 

 

 

섬의 하루가 한 계절처럼 흐른다, 그리스 이카리아섬

 

낯선 지역 삶의 방식을 체득하는 여정 또한 훌륭한 여행이다. 그리스 에게해 동쪽에 위치한 이카리아는 섬에 오랜 세월 전해져온 삶의 방식을 경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지역이자 ‘장수 마을’로 통하는 블루 존Blue Zone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이기도 하다. 고대 신화 속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 이카로스가 추락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섬의 최고봉인 아테라스산을 오르거나 나스 해안에서 아르테미스 신전의 흔적을 더듬는 것도 좋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할 일 목록’을 지워나가는 대신 섬사람들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자신을 맡겨보길 권한다. 올리브를 비롯한 여름 나물과 해산물 및 치즈와 곡물빵 그리고

레드 와인으로 차린 소박한 지중해식 밥상, 오후의 낮잠, 이른 취침과 충분한 수면이 만들어낸 몸과 마음의 균형은 스파나 명상 같은 현대적 웰니스로는 실현할 수 없는 삶의 질을 경험하게 한다.

 

이카리아식 삶의 정수를 만나고 싶다면 파니기리아panigyria가 열리는 6월과 9월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모임을 뜻하는 ‘Agyris’를 합쳐 만든 말로, 수호성인 축일에 맞춰 열리는 마을 공동체 축제를 뜻한다.

 

이날 섬 곳곳의 마을 사람들은 콩 요리, 고기 스튜, 빵과 치즈를 모두와 함께 나누며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춤추며 여름밤을 즐긴다. 관광객도 서슴없이 섞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잘 사는 삶’과 ‘웰니스’의 새로운 정의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산과 바다 사이, 시간이 느려지는 이카리아섬의 항구 풍경

 

 

글. 류진(여행 매거진 <헤이 트래블> 디렉터)

 

 

ℹ️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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