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합류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제로투원'의 의미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하나씩 만들어간 경험이 커리어에서 가장 오래갑니다. 웹사이트, 콜드 이메일, 잠재고객 데이터 풀 — 회사도 나도 처음이었던 시절의 기록과,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회사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게 특명이 떨어졌습니다.
"신규 무료 고객을 모아라!"
66명한테 콜드 이메일을 보냈는데 단 하나의 답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가의 서비스를 공짜로 쓰게 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는데, 고작 1명이라니요.
스타트업에서 처음 뭔가를 만든다는 건 이런 거더라고요. 예상해 보고, 깨지고. 정답을 알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것.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제로투원이란
제로투원(Zero to one).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말한 '창조적 독점' 개념이죠. 기존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간다는 것.
스타트업 초기가 딱 그렇습니다. 입사했을 때 준비된 건 서비스 MVP뿐이었어요. 고객을 어떻게 모을지, 웹사이트는 어떻게 만들지, 잠재고객 데이터는 어디에 쌓을지. 다 처음이었죠. 회사도 처음이었고,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잘 준비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일이 주어지면 그걸 하기 위해 필요한 걸 배웠어요. 학습이 업무였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모른다는 건 못 한다는 게 아니다 처음이라 모르는 건 당연합니다. 중요한 건 모를 때 찾는 능력이에요. 구글 강의, 유튜브, 블로그. 지금은 AI도 있죠. 모르면 찾으면 됩니다. 그 과정 자체가 업무예요.
웹사이트의 제로투원 — 원페이지에서 멀티페이지로
입사했을 때 회사엔 원페이지 웹사이트가 있었어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오픈하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 소개 페이지가 필요해졌습니다.
기획과 콘텐츠를 맡았는데, 그러려면 서비스 자체를 먼저 이해해야 했어요. 생명과학 전공이었어도 유전학과 유전자검사는 낯선 영역이었거든요. CEO, COO, 세일즈 매니저한테 배우고, 회사에서 제공한 온라인 유전학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했습니다.
웹사이트 구조도 처음 배웠어요. GA 세팅도 제 몫이었습니다. 구글 강의, 블로그, 유튜브를 찾아가며 공부해서 CTO에게 보고하고 세팅했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웹사이트 개선을 더 빨리 추진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2023년 말부터 이미 사용자 행동 실험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 본격적으로 신경 쓰기 시작한 건 2025년 말이 됐을 때였거든요.
✓ 웹사이트는 만들고 끝이 아니다 — 실험은 빠를수록 좋다 트래픽이 모이기 시작하면 바로 사용자 행동 실험을 시작할 수 있어요. A/B 테스트, UI 개선, 전환율 최적화. 빠르면 빠를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가 다음 개선의 근거가 됩니다.
리드의 제로투원 — 66명에서 수십만 명으로, 그리고 다시 좁히기로
크롤링으로 수집한 논문 저자 의사 66명에게 콜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1명이 답했어요.
제목을 바꾸고, 버튼 문구를 바꾸고, 내용을 바꾸면서 계속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개발팀과 함께 수십만 명 규모로 크롤링을 확장했어요.
그리고 회사 이메일 전체가 스팸 도메인으로 차단됐습니다. 전 직원 이메일이 다 막혀버린 거예요. 하루 만에 해결했지만, 이 사고가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후 전략이 바뀌었어요. 실시간 자동 이메일 대신, 목록을 지역·언어·키워드로 세분화해서 발송하기 시작했고, 제목과 메시지 테스트를 훨씬 더 많이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스팸 사고가 오히려 전환점이었어요. 많이 뿌리는 게 아니라, 맞는 사람에게 맞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향으로 더 빠르게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 많이 뿌리는 것보다 맞는 사람에게 맞는 메시지를 콜드 이메일은 규모가 아니라 적합성입니다. 지역·언어·키워드로 세분화한 목록에 맞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제목과 내용 테스트는 많이 할수록 좋아요.
데이터 관리의 제로투원 — 시트에서 Salesforce까지
처음엔 스프레드시트였습니다. Freshdesk, HubSpot 무료 플랜, 유료 플랜을 거쳐 2021~2022년쯤 Salesforce Sales Cloud를 도입했어요.
계기는 세일즈팀과 마케팅팀의 리드가 겹치거나 놓쳐지는 이슈였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생긴 문제였죠.
그리고 2024년부터, 초기부터 쌓아온 잠재고객 데이터가 Nurturing을 통해 가입과 매출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심은 씨앗이 몇 년 뒤에 열매가 됐어요.
✓ 데이터 풀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잠재고객 데이터를 쌓기 시작하는 시점이 빠를수록, Nurturing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 커집니다. 처음엔 시트도 충분해요. 근데 시작은 빨리 할수록 좋습니다.
하다 보니 알게 됩니다
제로투원 경험에서 배운 것 두 가지예요.
첫째, 무에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어떻게든 하면 된다는 걸 수년간의 경험으로 익혔어요.
둘째, 잘 준비해서 시작하는 것보다 빠르게 시작해서 여러 번 시도하는 게 낫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타이밍에 따라 많은 것을 잃게 될 수 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부족한 것도 있어요. 제로투원은 경험했지만 원투텐 — 이미 돌아가는 걸 폭풍 성장시키는 경험은 부족합니다. 이건 여전히 제 과제예요.
✓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려 하지 말자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시작하고, 틀리면 고치고, 다시 시도하는 사이클이 훨씬 중요합니다. 준비보다 실행이 먼저예요.
지금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있다면, 그게 오히려 기회일 수 있어요.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그게 스타트업이라 다행인 이유 중 하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