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AI가 당신의 밥그릇을 뺏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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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AI는 성능과 속도만으로 진화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와 판단 속에서 방향이 결정된다. 기술의 확산 속에서 인간의 사유와 창의, 가치 판단이 더욱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AI는 홀로 진화하지 않는다. 기술은 언제나 사회의 가치와 제도, 인간의 판단 속에서 작동해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성능과 속도만을 미래로 착각한다. 보이지 않는 설계 기준과 선택의 축적이 기술의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은 화려한 데모 뒤편에 숨어 있다.

 

 

AI는 홀로 진화하지 않는다


거대한 변화의 파고波高를 기술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엔지니어들은 생성형 AI가 인류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 확신하며, 국가 전략의 핵심에도 AI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엔지니어들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탁월함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낙관적 전망만을 내놓는다. 개중에는 과장되거나 실재하지 않는 연출이 섞이기도 해 일반 대중이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우리가 인문학적·철학적 사유를 시작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미칠 파장을 깊이 성찰하고, 그것이 진정으로 사회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지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술이 주도권을 쥐고 인간을 견인하게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코딩Social Coding’의 개념이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되었을 때 사회에서 발생할 현상까지 코드에 반영하는 설계 철학을 의미한다. 특히 안전, 법률, 의료, 교육 등 윤리와 책임이 수반되는 영역에서는 그 영향력을 정밀하게 고려한 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자, 동시에 교육의 과제이기도 하다. 엔지니어는 기술을 설계하는 초기 단계부터 자신의 창조물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숙고하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AI는 홀로 진화하지 않는다. 사회와 더불어 ‘공진화Co-Evolution’한다. AI는 언제나 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AI가 주체적 인격을 지니는 일은 없겠지만, 사회 속에서의 역할은 언제든 재배치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사회에 어떻게 융해시키느냐다. 안면 인식 기술이 어떤 사회에서는 통제와 감시 도구가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팬데믹을 극복하는 방역 수단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AI는 권위주의적 통제가 아닌, 건전한 사회적 관리 아래 놓여야 한다. 늘 그랬듯 인간은 기술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존재로 변모해갈 것이므로 사회에 의한 기술 제어는 필수 불가결하다.

 

 

‘구글 I/O 2025’ 무대에 오른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AI의 미래는 매끄러운 그래픽으로 표현되지만, 기술이 사회에 스며드는 방식은 인간의 판단에 달려 있다. ©Google

 

 

 

AI는 인간에게 질문을 던진다

 

AI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인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복잡한 지적 영역에서 인간을 압도했을 때의 충격은 아주 컸다. 이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인간의 내밀한 성역이라 여겼던 ‘창작’에까지 도전하고 있다. 기술의 역습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지만, 인류 역사상 이토록 전 지구적으로 ‘인간다움’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주어진 적은 드물었다. 우리는 지금 역설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지적 자극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본래 인간은 ‘위협’을 느낄 때 비로소 깊은 ‘사유’를 시작한다. 위기가 닥칠수록 본질을 탐구하기 마련이다. AI가 일상에 스며들며 삶의 의미와 가치가 희석되는 듯한 상실감을 느낄 때 오히려 인간 고유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존엄한 삶인지를 묻는 탐구는 더욱 절실해진다.

 

인문학의 본질은 한마디로 ‘인간을 주제로 한 탐구’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은 모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인간을 그저 생물학적으로 해부하거나 유전자를 분석한다고 해서 그 본질을 모두 밝혀낼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의 생각과 그 생각이 언어와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출된 결과물로 우리는 인간을 이해하게 된다. 문학이나 역사, 철학 안에는 수천 년간 축적된 인간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담겨 있다. 특히 고전은 당대와 후대의 검증을 거쳐 살아남은 지혜의 정수다. 인문학을 통해 인간을 배우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가치 있는 삶을 설계하는 토대가 된다. AI 시대에 인문학적 소양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인간의 지적 영역이라 여긴 판단과 창의의 경계가 처음으로 흔들린 순간이었다. ©한국경제DB

 

 

 

통계 기계와 인간의 창의

 

엄밀히 말해 AI는 ‘성능 좋은 통계 기계’다. AI는 오직 학습된 과거의 데이터만을 알 뿐이다. 인간에게도 과거는 소중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아 미래를 건설한다. 이것은 다른 존재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탁월함이다. AI가 아무리 고도화된다 해도 인간이 지닌 창의성의 본질, 즉 생존과 번식을 위해 오랜 진화 과정에서 체득한 야생의 감각과 동기를 모방할 수는 없다. AI는 주어진 명령을 수행할 뿐 스스로 욕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영역을 예로 들어보자. 인간 기자에게는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촉Sense’, 즉 대중이 무엇에 반응할지를 감지하는 직관이 있다.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뒤따라갈 수는 있어도 무엇이 중요한 이슈인지를 먼저 제시하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은 불가능하다. 수백만 개의 사실Fact 중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소수의 진실을 선별하는 큐레이션 능력은 가치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AI는 과거의 패턴을 추출하는 데 능숙하지만, 인간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런 것도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것을 넘어선 결과물들을 집적해 온 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다. 예술 창작에서도 AI는 평범한 수준의 작품범작을 양산할 수 있겠지만, 전문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새로움은 인간의 몫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답습이 아닌,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과 자기 변화를 지속하는 힘이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존재

 

AI의 성장과 인간의 성장은 비록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AI는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를 학습해 기능적으로 최적화되는, 닫힌 세계Closed System 안에서의 성장이다. AI는 데이터 간의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 기존 정보를 정답으로 간주한다.

‘이것이 정말 옳은가?’라는 회의적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반면 인간의 지적 성장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은 기존의 통념과 사회제도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와 비효율을 겪으며 실제적 변화를 만들어왔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생각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다. 즉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만 진정으로 성장한다.

 

AI는 실패나 비효율을 용인하지 않으며, 스스로 학습하기보다 인간에 의해 학습된다. 인간이 먼저 성장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AI의 진화도 멈출 것이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AlphaFold’처럼 패턴과 평균을 찾아내는 영역에서 AI는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하지만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고, 자신을 부정하며 한계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활동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실패를 딛고 자신을 넘어서며 성장하는 인간의 특성은 단순한 물질적 발전을 넘어 삶의 질을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기술의 압도적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인문학적 사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글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예측한 단백질 구조. 패턴과 평균을 계산하는 영역에서 AI는 인간을 앞질렀지만, 그 의미와 활용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에 달려 있다. ©Google DeepMind

 

 

글. 김재인(철학자,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교수)

 

 

ℹ️ 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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