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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하는 혼밥?⛓️‍💥아니요, '해방'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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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혼밥과 제철 음식, 가족 외식은 오늘의 밥상이 관계와 돌봄의 방식을 새롭게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밥상은 이제 한 끼를 넘어 자신을 지키고 일상을 회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밥상은 늘 따뜻했지만, 그 방식은 조용히 바뀌고 있다. 혼밥은 고립을 의미하기보다 하나의 선택으로 읽히고, 제철 음식은 자기 돌봄의 언어가 되었다. 가족의 식사조차 집이 아닌 밖에서 완성된다. 이 작은 변화는 결국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다시 쓰고 있다.

 

 

 

 

밥상은 예나 지금이나 이런 것이다.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어 개인의 건강과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것이 밥상이다. 밥상을 붙인 상호명 이를테면 ‘시골밥상’이나 ‘계절밥상’ 또는 <한국인의 밥상>과 같은 프로그램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 역시 푸근하고 넉넉하고 정감 어린 감성이다. 상업적 의도가 아니더라도 일반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밥상이라는 단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건강 밥상, 엄마 밥상, 생일 밥상, 신혼 밥상 등. 이런 밥상은 한식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차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밥상에서 변화가 있다면 기술자(주로 엄마)가 해주는 밥상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밥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해서 야박하거나 각박함을 느끼며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밥상을 차리는 누군가를 희생시키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밥상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것이자 사회생활이라 할 수 있다.

 

 

 

누구와 같이 먹을 것인가? ‘혼밥’의 정치적 올바름

 

혼밥’이란 신조어는 2013년에 처음 등장했다. 2013년은 2010년부터 시작된 앱의 시대스마트폰 시대가 성숙한 지 3년 된 해이자,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밥 친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때다. 2013년에 시작된 혼밥이라는 단어가 2026년 현재까지 근 15년을 살아남았으니 신조어라기보다는 국어사전에 등재되어야 할 단어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혼밥을 사전에 등재한다면 뜻을 뭐라고 해야 할까? 당시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반응한 것처럼 젊은 친구들이 결혼도, 집도, 차도 포기하고 이제 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같이 밥 먹을 친구 없음’이 아니라, 바로 ‘혼자 먹기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혼자서도 잘 먹는다’, ‘오늘의 밥상을 기록한다’는 의미가 추가된다. 혼밥의 활용 확장형인 ‘혼술’을 보면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혼술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콘텐츠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 술과 이 안주를 페어링해 먹는 것이 좋은 조합이다’. 이러한 혼술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올리며, 어제와 다른 오늘의 술안주 꿀조합을 소개하고 기록해 나간다.

 

혼자 먹는 것이 좋은가, 같이 먹는 것이 좋은가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혼밥에는 강요가 없지만, 같이 먹는 것에는 말하지 못하는 강제의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때 팀원 간 식사가 법으로 금지되었다.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직원 중에는 쾌재를 부른 사람이 많았다. 막내라는 이유로 점심 메뉴를 골라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속도가 너무 빠른 상사의 식사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도 되었고, 억지 스몰 토크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직장인의 점심 해결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는 도시락에는 이런 이점이 있다. 경제성, 효율성, 건강 챙김이라는 도시락의 이점 외에 점심을 혼자 간단히 먹고 남은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 말이다. 물론 도시락을 선호하지만, 팀원과 대화할 시간이 부족해 일부러 같이 밥을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자유다. 이 시대 밥상에 새로 등장한 ‘혼자’라는 관계, 위계질서를 벗어나 같이 밥 먹을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는 면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혼자 차리고 혼자 먹어야 한다고 서러워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누군가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서로 자유롭다는 뜻이다.

 

 

특정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 성향인 제철코어 트렌드를 활용한 프로모션 현장 ©SK텔레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제철’의 자기만족 건강식

 

밥상은 끼니이자, 건강이자, 콘텐츠다. 밥상은 때로는 지겹도록 챙겨야 하는 끼니이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덜 먹거나 더 먹어야 하는 건강 챙김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대에 특히 부상하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건강 측면이 강화되고 있다. 팬데믹 때 배달 음식보다 언급량이 낮았던 건강식이 엔데믹과 함께 배달 음식을 역전하고, 보양식·제철 음식이라는 말도 꾸준히 부상하고 있다. 연말 홈 파티 식탁을 채우는 제철 생선(특히 방어), 성심당의 인기를 견인하는 제철 과일 생크림 케이크, 이 봄의 봄나물과 봄동비빔밥까지 제철 음식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생활 속 지혜가 아니라 가장 핫한 식재료가 되었다.

 

제철 음식과 연관된 감성도 변화했는데, 2022년 상위권에 있던 ‘(남을) 챙겨주다’라는 감성이 빠지고 2025년에 ‘(스스로) 건강을 지키다’라는 감성이 부상했다. 제철은 자연이 만든 한정판이다. 물건이 차고 넘치는 시대, 오히려 한정적인 것이 각광받는다. 마음만 먹으면 1년 내내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제철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딸기는 지금이 아니면 못 먹는 것이 된다. 이 계절에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은 건강에 특별한 뜻이 있어서라기보다 ‘매일 배달 음식만 먹고 좋은 것도 못 챙겨 먹는데, 이맘때 이거라도 먹자’라는 자기 챙김 의식에 가깝다. 끼니도, 건강도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이 되었다.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시대에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자 스스로 챙길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것은 ‘건강’이다. 스스로 챙겨야 하기에 어렵지 않아야 하고, 비싸지 않아야 하며,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쉽고 경제적이고 뿌듯한 자기 만족형 건강식, 바로 제철 음식이다.

 

 

제철 식재료는 맛과 영양 그리고 지금의 감각까지 담아내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준비할 것인가? ‘가족 외식’의 새로운 화목

 

가족 외식’이라는 단어가 부상하고 있다. 특별한 단어도 아니고 신조어도 아니지만, 가족과 외식이 하나의 단어로 작동하며 더 많이 회자되고 있다. 쓰이는 맥락도 평범하다.

 

“오늘은 시아버지 칠순맞이 가족 외식을 하고, 다 같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시부모님과의 첫 영화였어요.”

새로운 단어가 한 마디도 쓰여 있지 않은 이 평범한 맥락에 변화가 깃들어 있다. 가족이 다 함께 먹는 밥은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가족 식사가 아니라 가족 ‘외식’이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 시아버지의 칠순맞이 식사를 집에서 한다면 이 식사를 준비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가족 구성원으로 잔치에 초대받는 자이면서 동시에 무보수로 잔치에 노동을 투입하는 자가 될 것이다. 명절에는 고급 호텔 뷔페 예약이 꽉 찬다. 서울 유명 호텔 뷔페는 명절 한두 달 전에 예약이 끝난다. 가족이 모여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노동을 으레 당연시하는 문화를 자체적으로 종료하고 새로운 화목의 길, 모두가 함께 즐거운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더 마켓 키친’ 전경. 가족 식사 공간으로 호텔 외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Four Seasons Hotel Seoul

 

 

 

우리 시대 밥상이 재조명받는 이유

 

2026년 7월, 국립중앙박물관이 ‘우리들의 밥상’을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유물과 유적, 국가 단위의 랜드마크와 영웅들을 다루는 그 공간에서 밥상을 다루는 이유는 밥상이 지금, 우리 시대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동시대인과의 연결성을 중시한다. 현대인과 관련성이 없다면 유물도, 국가도, 영웅도 의미가 없다. 사소한 일상이라 할 수 있는 밥상, 그 사소한 일상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시대, 시간 들여 밥상을 차리고 때에 맞춰 제철 음식을 찾아 먹는 행위는 삶을 정성스럽게 대하는 삶의 태도다. 한편으로는 지루한 일상에 매듭을 만들어가는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허무의 시대에 성취감을 얻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이룰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내 손으로 직접 차린, 나를 위한 밥상은 지금의 한 끼를 해결해주는 가장 현실적 솔루션이자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확실한 성과물이다. 거대하고 거창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대격변의 시대가 오더라도 변함없는 것은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키고 챙겨야 한다는 것, 그 돌봄의 시작은 한 끼 식사라는 사실이다.

 

 

글. 박현영(생활변화관측소 소장·대표)

 

 

ℹ️ 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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