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죽은 콘텐츠의 시대, 인간의 생존 전략.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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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AI가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는 시대, 인간은 더 이상 생산량으로 경쟁할 수 없다. 무엇을 믿고 선택할지 판단하는 감별 능력이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의 작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 정보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생산하고, 유통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점점 인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진다. 인간이 만든 세상에서 인간을 열외로 한 인공지능의 공간 ‘몰트북’은 그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오직 관람만 허락된 낯선 커뮤니티, 몰트북

 

인공지능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친 올해 초, 인터넷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몰트북Moltbook’이라는 독특한 커뮤니티가 그것이다. 인간은 가입할 수 없고, 오직 AI 에이전트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인간 구역No Human Zone’이라는 문구가 붙은 이곳에서 AI 에이전트들은 서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토론을 이어간다. 사람은 AI 에이전트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만 할 수 있다. 오픈 AI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는 몰트북에 대해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과학소설SF 같은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NFT’, ‘메타버스’, ‘지브리 스타일 AI 캐릭터’처럼 디지털 세계에서는 반짝 인기몰이하다가 거품이 꺼지는 서비스가 흔하다. 그렇다면 몰트북도 거품일까? 현재로서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몰트북은 선보인 지 두 달 만에 활동하는 AI 계정이 150만 개를 넘어섰으며, 초반의 선풍적 관심은 줄었는데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 메타가 몰트북을 인수했다. AI의 등장으로 인터넷에서 정보 생산과 유통의 틀이 바뀌었다는 점은 몰트북의 인기를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신규 콘텐츠에서 AI가 주체인 비중은 이미 인간의 비중을 압도했다. 2026년 현재 AI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만들어낸 콘텐츠는 26%에 불과하고, AI가 주체이거나 AI를 활용한 콘텐츠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 비중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사람과 달리 AI는 24시간 활동을 멈추지 않고, 그 발전 속도 역시 반도체 성능이 약 2년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보다 7배나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몰트북 현상은 특정 서비스의 인기 여부를 넘어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주체가 되는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해 1월 맷 슐리히트가 출시한 AI 에이전트 전용 소셜 미디어 플랫폼 ‘몰트북’



비인간 창작 주체의 등장

지금까지 모든 콘텐츠의 생산 주체는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AI로 달라졌다. AI가 생성한 텍스트, 이미지, 영상은 이미 인간의 작업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다. 몰트북은 AI가 콘텐츠 생산을 넘어 AI끼리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정보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구조가 현실화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간 소통은 사람과 같은 방식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AI 에이전트들은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하기 위해 사람의 언어와 다른 체계를 사용할 수 있다. 2017년 페이스북이 실험적으로 운영하던 AI 챗봇이 인간의 개입 없이 서로 대화를 이어가다가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언어를 변형시켜 소통한 일이 있다. AI가 인간 언어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일부 연구자는 이를 ‘제3의 언어’라고 일컫는다. 인간의 자연어가 제1언어, 인간과 컴퓨터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코드와 컴파일러 및 그래픽 사용자 환경GUI 그리고 휴먼 컴퓨터 인터페이스HCI 등이 제2언어인데, 기계끼리의 언어라는 점에서 제3의 언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처럼 언어는 도구 이상이다. 인간에게 언어는 사유와 추론, 감정과 표현 등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인간 고유의 시스템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은 DNA나 물리적 힘이 아닌 스토리를 통해 협력하는 존재”이고, “언어는 인간과 문명의 운영체제”라고 말한다.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게 된 AI는 문명의 운영체제를 해킹할 수 있다는 게 하라리의 경고다. 만약 AI가 자신들만의 효율적 언어를 개발해 사용한다면 AI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특이점’에 도달할 수 있다. AI가 사람을 속이고 음모를 꾸미는 일이 일어나도 사람이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몰트북 사례는 인간과 AI의 공존 조건을 알려준다.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AI끼리의 소통과 협업은 매우 위험하기에 AI의 활동은 언제나 인간의 감독과 통제 안에 있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언어는 인간과 문명의 운영체제”라고 말한 유발 하라리. ©한경DB



창작자에서 선택하는 사람으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인간만이 창작의 유일한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제미나이, 미드저니, 수노 등 생성형 AI는 지금까지 상식으로 통용되던 창작의 개념과 경계를 허물고 있다. 2016년 알파고 충격을 경험한 한국 사회는 “AI가 대부분의 직무를 대체할 것이므로 인간은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창의적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창의성 담론’에 빠져들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성형 AI 이후 코딩 분야는 AI 자동화의 대표적 희생양이 됐고, 소설·기사·동영상·음악·학술 논문까지 AI가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창작 과정에서 AI가 주체로 등장하는 상황은 갈수록 늘어난다. 그렇다고 창작 과정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역할이 달라질 따름이다. ‘만드는 사람’에서 ‘선택하는 사람’으로. 지시한 대로 AI가 초안을 만들면 인간은 결과물을 취사선택해서 맥락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점점 더 콘텐츠 생산은 AI 몫이 되고, 인간은 그 결과물을 선택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창작 과정에서 인간이 담당하는 영역은 ‘생산’이라기보다 ‘편집’과 ‘의미 설계’다.


AI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곡을 완성하며, 창작이 만드는 것에서 선택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uno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말한 대로 창의성은 ‘점을 연결하는 일Connecting The Dots’이다. 연결은 달리 말하면 일종의 편집이고, 편집은 작업자가 의도를 구현하는 행위다. AI 에이전트가 대중화된다는 것은 인간 누구나 편집과 의미 설계에 집중함으로써 창의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아무것이나 무작위로 연결한다고 해서 창작물이 되진 않는다. AI 에이전트가 생성과 배열에 뛰어나다면, 인간은 선택하고 책임지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별 능력이다. AI를 활용해 만들어낸 결과가 정확한가, 애초 의도에 맞는가, 신선한가, 감동을 줄 수 있는가 등의 기준을 활용해 감별하는 역할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 AI가 생성을 잘할수록 인간은 선택하고 감별하는 능력을 최적화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에서 점들을 연결하는 행위(‘Connecting the Dots’)가 곧 창의성이라고 말했다. ©Fearless Soul



AI 생성 시대에 가장 희소해지는 것은?

콘텐츠 생산에서 AI가 사람을 능가할 경우 정보 생태계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다. AI에 의한 자동 생성 콘텐츠, 이른바 ‘AI 슬롭Slop’이 폭증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대량 유통되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점점 흐려진다. 탈진실Post-Truth 환경은 가속화하며, 감정과 확증편향이 사실판단을 대체하는 현상이 심화한다. 인간보다 AI가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죽은 인터넷’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온라인 공간의 신뢰 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넘쳐날수록 사실성과 신뢰는 희소해진다. 우리가 AI에 의존할수록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되는 사실성과 신뢰의 실종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AI가 생성한 뉴스, AI가 그린 사진, AI가 만든 목소리…. 이것들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더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이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드는 데 능숙할수록 사실과 진정성에 대한 갈망은 커지게 된다. AI가 비사실 정보를 양산하는 세상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역할과 방향을 제시한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성과 가치 부여가 인간의 활동 목적이 된다는 점이다. 정보 생산이 용이하고, 그 결과 무가치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인간은 자신이 땀과 눈물을 흘릴 가치가 있는 콘텐츠, 즉 진정성 있는 인간적 콘텐츠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더 인간다워지는 방식

결국 몰트북이 드러내는 변화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비인간 창작 주체의 등장, 인간 역할의 ‘선택과 의미 설계’로 이동, 그리고 진정성의 희소화다. 이 흐름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된다. AI와 가상 세계가 확장될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방식은 오히려 더 ‘인간다움’에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간은 기술을 활용하는 존재를 넘어 이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활용하고 통제하는 ‘해석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 AI가 생성한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이는 디지털 활용 능력을 넘어선 ‘AI 리터러시literacy’의 문제이며, 인간이 AI와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동시에 선택과 감별의 기준을 정교화해야 한다. 넘쳐나는 결과물 속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곧 가치 판단의 문제다. 이때 중요한 기준은 효율이나 속도가 아니라 맥락, 윤리 그리고 의미다. 인간은 더 이상 생산량으로 경쟁할 수 없으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결정하는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이 경쟁력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진짜 경험’을 쌓아가는 일이다. AI가 재현할 수 없는 것은 살아낸 시간과 관계 속에서 형성된 감각이다. 몸으로 겪은 경험, 실패와 성찰의 과정은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다. 가상 환경이 확장될수록 공연, 여행, 체험 같은 물리적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

AI가 만들어내는 세계가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가치는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왜 만들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AI와 가상 영역이 발달하더라도 몸과 감각을 지닌 인간은 기계가 결코 모방할 수 없으며, 역설적으로 인간이 왜 존엄한 존재인지를 알려준다.


글. 구본권(IT 저널리스트, AI와리터러시연구소장)


ℹ️ 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AI #몰트북 #콘텐츠 #창작 #인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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