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컴퓨터 조작에☝🏻손가락이 필요 없다면?

304
0
1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AI와 뇌를 직접 연결하는 BCI 기술이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지능은 혼자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술과 연결해 더 잘 활용하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

지능은 인간만의 능력일까, 아니면 연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결과일까? 이 질문은 더 이상 철학적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결합하면서 인간의 사고는 점점 외부와 연결된 구조로 바뀌고 있다.

지금 우리는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을 지나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4년 저서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두 지능이 결합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융합지능Convergent Intelligence’의 시대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많은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인간과 협력하며 그 능력을 확장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인간의 상태와 환경을 이해하고, 필요한 순간에 개입하는 지능형 동반자. 이제 그것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손에 닿는 미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이하 BCI’가 있다. BCI는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읽어 해독하고,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 뒤 다시 컴퓨터나 기계를 제어하는 신호로 활용한다. 쉽게 말해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주는 새로운 방식의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다.

 

 

애플 비전 프로와 결합한 싱크론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마비 환자가 손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디지털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Synchron

 

 

 

BCI의 첫 등장, 그 이후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 변화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라는 하나의 실험에 가까웠다. 기존의 인공지능이 화면과 소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과 연결되었다면, BCI는 그다음 단계를 보여주며 인간의 두뇌와 인공지능이 직접 연결되는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리고 2026년 현재 BCI는 단일 기업의 기술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쟁 영역으로 확장됐다. 2024년 뉴럴링크의 임상을 기점으로 BCI는 각국의 기술 개발과 임상이 빠르게 이어지며 연구를 넘어 실제 적용 단계로 진입했다.

 

미국에서는 뉴럴링크와 싱크론Synchron,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 파라드로믹스Paradromics 등 다양한 기업이 인간 대상 임상을 확대하며 경쟁을 주도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뇌와 척수를 연결해 마비 환자의 보행을 회복시키는 연구가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 3월, 뉴라클Neuracle의 침습형 BCI 시스템이 당국의 시판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르면 수년 내 공공 영역으로 확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술 경쟁을 넘어 ‘상용화 속도’에서 앞서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BCI는 ‘지능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글로벌 경쟁의 전면에 서 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비롯한 기업들의 투자와 연구가 속도를 높이면서 이 기술은 ‘지능’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뉴라클이 개발한 BCI 시스템. 당국의 시판 승인을 받으며 본격적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China Media Group

 

 

 

국가 전략 기술로 부상한 BCI

 

BCI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며,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플랫폼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BCI 산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첫째는 의료 및 재활 분야다. 사지 마비나 신경계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술이 가장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뉴롤루션즈Neurolutions의 ‘입시핸드IpsiHand’는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실제 치료에 활용되고 있으며, 뉴럴링크와 싱크론 역시 인간 대상 실험을 통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고 있다.

 

둘째는 소비자 인터페이스 분야다. 집중도 측정, 졸음 감지, 게임 조작 등 뇌파를 기반으로 한 웨어러블이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복잡한 수술 없이 헬멧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커널 플로Kernel Flow’는 뇌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소비자의 뇌 반응을 분석해 구매 심리나 브랜드 선호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용하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도 그중 하나다.

 

셋째는 뇌에 직접 칩을 삽입해 연결하는 고성능 침습형 인터페이스다. 뇌세포의 신호를 정밀하게 해독해 언어로 변환하거나, 기억과 인지 기능에 개입하는 기술이 꾸준히 연구 중이다. 뉴럴링크는 2024년 첫 번째 환자의 임상 성공 이후 루게릭병ALS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자로 임상 범위를 넓혔고, 시각 복원 프로젝트인 ‘블라인드사이트Blindsight’를 통해 신체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도록 돕는다. 2년 전 최대 50% 이상의 기억력 향상 수치를 보여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2025년 후반에 초기 치매 및 외상성 뇌 손상 환자를 위한 ‘기억 보조 의료 기기’ 형태로 인공 해마 보철Artificial Hippocampus Prosthesis의 상용화 임상 승인 단계에 진입했다.

 

BCI는 기업 경쟁을 넘어 이제 국가 전략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투자와 정책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며, 국제 표준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되는 단계다. 한국 역시 ‘뇌 미래 산업 국가 R&D 전략’의 일환인 2027년 ‘K-문샷K-Moonshot’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1 뉴롤루션즈의 ‘입시핸드’는 뇌 신호를 읽어 뇌졸중 환자의 손 움직임을 돕는 BCI 재활 장치다. ©Neurolutions

 

2 ‘커널 플로’는 두개골 바깥에서 뇌 신호를 측정하는 비침습형 BCI로, 인간의 인지 상태와 뇌 활동을 데이터로 분석한다. ©Kernel

 

 

 

삶의 질을 높이는 연결의 기술

 

BCI 기술은 아직 일반인의 능력을 즉각적으로 확장하기보다 사지 마비 환자나 신경계 질환이 있는 이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어려웠던 일상과 사회참여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기술의 진보를 넘어 개인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흐름이다.

 

이 변화는 사회 전체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돌봄의 대상이던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게 되면서 복지와 의료 비용이 줄어들고, 동시에 새로운 노동인구의 유입 가능성도 열린다. BCI는 개인을 돕는 기술을 넘어 사회 구조를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재편하는 잠재력을 지닌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기 이전에 ‘회복’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지능을 바라보는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지능은 더 이상 개인의 머릿속에 머무는 능력이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얼마나 잘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다. 다음으로 인간의 역할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계산과 분석을 점점 더 정교하게 수행할수록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오히려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공감과 윤리, 가치판단과 같은 영역은 여전히 인간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과제는 윤리다. 특히 BCI처럼 뇌와 기술이 직접 연결되는 시대에는 개인의 생각과 정보가 그대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방향을 설정하도록 이끈다. 어떤 기술을 만들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답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글. 임창환(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ℹ️ 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비슷한 콘텐츠

 

#BC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융합지능 #뉴라클 #K-문샷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인사이트가 커집니다.
광고

    추천 콘텐츠

    관련 콘텐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