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의 성공으로도 잘 나가는 기업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업이 마케팅을 잘하는지 물어본다면 어떤 기업을 이야기할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배달의 민족’을 언급할 것 같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 신춘문예와 같은 프로모션 기획부터, 배민문방구 등의 상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성공적인 브랜딩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CEO와 마케터들은 이런 마케팅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배달의 민족에게도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시도하는 것마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배달의 민족이지만. 김봉진 CEO가 ‘배민 브랜딩 8년의 회고’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글은 배민의 브랜딩 전략의 성공률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담고 있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더 많은 시도를 했고 더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를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용 가능할 정도로 작은 예산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우리의 성공률은 20%도 안 되는 거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 성공률이 20%밖에 안되는데도, 배민은 저런 성공적인 브랜딩을 할 수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계에 대한 이해와 오늘 소개하려는 책 어댑트에 대해 들어본다면, 80%의 실패가 얼마나 영리하고 대단한 전략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복잡계
책 어댑트
이처럼 이 세상은 간단해보이는 토스터 기계를 만드는 것 이상의 복잡성을 내포한 문제들을 마주하는 복잡계라는 것을 언급합니다. 복잡성을 내포한다는 것은 하나의 상황이 등장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상호작용, 다시 말해 인간이 파악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쳤음을 의미합니다.
만약에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우리가 5Forces 등으로 세우는 경영전략, 경영기획은 생각보다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수많은 요인 때문에 발생하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답이 없는것일까요?
이 책은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무의미한 이 복잡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전략을 분석하고, 여기서 찾아낸 공통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은 시행착오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걸출한 리더나 전문가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래를 예측하는 실험에서 전문가들은 일반인보다는 조금 나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에 그칠 뿐, 이들 역시 현실화된 전망들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팀 하포드는 단순히 전문가에 의지하는 전통의 방식으로는, 오늘날 복잡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복잡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던 중, 생물학에서 말하는 '진화'에 주목하게 됩니다. 수 많은 개체들, 특성들 중 불필요한 것은 도태되고 성공한 것들만 남기는 진화의 아이디어에서, 시행착오를 통한 생존전략이라는 복잡계에서 필요한 기업의 전략을 발견하게 됩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숙고가 필요하리라는 것이 우리의 본능적인 신념이지만, 당혹스럽게도 해결책은 전혀 계획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타난다.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의 몇 가지 이형을 시도해본 다음 실패작을 솎아내고 성공작을 모방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단순한 프로세스로부터 믿기 힘든 복잡성이 등장한다. 변이와 선택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p.28 어댑트
변이, 선택 그리고 생존 가능성
어떻게 보면, 시행착오는 '뻔한' 답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걱정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욱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려고 하고, 통제할 수 있는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런 준비는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할 뿐만 아니라,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행착오 전략은 실패해도 끄떡이 없을 정도로 자본이 탄탄한 기업만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일까? 이 책에서는 팔친스키의 3대 원칙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인 시행착오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팔친스키는 소련의 공학자로 탄광사업에 대해 실사를 나가서 조사한 뒤, 성공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본 다음 소규모 공사를 시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팔친스키의 예상처럼 이 공사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소비에트의 실패 원인은 다름 아닌 병리적 실험 불능성 pathological inability to experiment이었다. 이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다양한 접근법을 용납하지 못했고, 무엇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 판단하기 어려워했다. p.43
팔친스키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다양한 변수들이 개입 가능성을 항상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복잡계에 대해서 이해를 한 팔친스키가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시했던 사항들을, '팔친스키 3대 원칙'이라고 말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것.(변이)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실패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로 시도할 것.(생존 가능성)
피드백을 구하면서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을 것.(선택)
특히 2번째 원칙인 생존가능성은 작은 기업들도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디지털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들이 사용하는 광고비를 살펴보면, 큰 기업이 하루에 사용하는 예산이 작은 기업이 한달에 사용하는 예산인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적은 예산으로도 이런 시도를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체, 타겟, 메시지 등을 기준으로 다양한 광고세트를 만들고 이를 적은 예산으로 테스트를 합니다. 그리고 성과가 좋은 광고가 있다면 거기에 비용을 조금 더 집행해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둡니다. 이런 시도를 통해서 작은 규모의 기업들도 처음에 목표로 잡은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KPI를 달성하는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행착오를 위해 필요한 것들
이런 시행착오에 대해서 이해한다고 무조건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한 것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는 시스템과 유연한 조직구조입니다. 이 책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중앙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보다 현장에 있는 실무자를 통해서 시행착오를 경험할 때 더 효과적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관리자 또는 중앙에 존재하는 시스템에서 얼마나 이들의 의견(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습니다.
작가는 또한 유연하지 못한 조직구조는 원자력발전소와 같다는 비유를 제시합니다. 원자력발전소는 안전에 대비하기 위해 엄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 시스템이 마치 도미노와 같아서,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전체가 손쓸 도리가 없이 무너진다는 말합니다. 두 가지 사항들을 종합하면, 리더가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와 함께, 그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구조가 구성될 때, 시행착오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실패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성공을 추구하는 이런 전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특히 돌이켜보면 개인의 삶과도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경영전략도 경영전략이지만 저 역시 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에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 분이라면, 당장이라도 실패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도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 <어댑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실패가능한 범위에서 말이죠.
글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