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좀 길게 하다보면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겪게되죠.
왕꼰대, 가혹한 사이코패스, 감정이 널뛰는 미친 인간 등 유형도 다양합니다만, 오늘 이야기해보려는 사람은 ‘저렇게 무능력한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갔을까?’라는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 특정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재밌는 건 이 사람을 어느 정도 가까이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라진다는 점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세련되고 나이스하며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상사 눈에는 좀 부족한 면도 있지만 열심히 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죠.
하지만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겐 정말 분노의 대상입니다.
하나의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것처럼 전혀 다른 이미지로 인식되는 이 사람들, 이하에서는 이들을 관종형 무능력자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만 이들은 그냥 단순히 일을 못하는데 운이 좋아 승진했거나, 한 두 분야에서 부족한 사람들을 의미하는게 아닙니다. ‘자기중심적 행동으로 똘똘 뭉쳤고, 얄팍한 잔머리와 윗사람에 대한 지극한 충성, 그리고 공허할 정도의 부족한 지식 및 능력’으로 정의되는 한 종류의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사람들을 지칭하는 심리학 분야의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아주 눈에 띄는 집단이죠. 실제로 만나게 되면 ‘아 저런 인간을 의미하는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확 보입니다. 제가 관종형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입니다.)
회사든 학교든 공공기관이든 조직이라는 건 어느 수준의 효율성이 있어서 임원이나 교수 정도가 되면 그래도 나름 한 칼 하는 영역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 관종형 무능력자들은 조직의 필터링 과정에서 희한하게 걸러내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높은 자리에 오른 후에야 자신의 ‘완벽한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냅니다. 그리고는 조직을 박살내버리죠.
능력있는 사람들은 다 떠나게 만들거나 의욕상실하게 만들고, 자기 혼자서는 제대로 일도 못하면서 윗사람에게는 기가 막히게 아부떨어서 결국 완전히 망가지고 난 뒤에야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하는 이들.
이 사람들에 대해 이제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무능력자들은 특징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심각한 관종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관종이라는 겁니다.
공개된 모임이나 회의석상 같은 곳에서 어떻게든 관심의 중심에 서려고 합니다.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현합니다. 그러다 자기가 던진 주제가 중심에 오르지 않으면 새침해지고, 삐집니다. 반대로 자기 주제가 논의에 오르면 극적으로 반전하며 에너지가 넘칩니다. 화려하고 멋진 아이디어나 사례를 가져와서 그 주제를 포장합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그 주제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그걸 통해 관심이 자기에게 쏠리는 걸 즐기는게 보입니다. 하지만 원체 세련되게 행동하기 때문에 처음 한 두 번엔 그저 아이디어 좋고, 수완있는 사람으로만 보입니다. 실체는 천천히, 주로 밑의 사람 눈에 보이기 시작하죠.
2. 감정의 분출이나 말의 표현이 극적이다.
이들이 말하는 걸 보고 있자면 마치 드라마 주인공 같습니다. 격정적이고, 감성적이며, 감정의 기복도 큽니다.이런 분출을 할 때는 나름 설득력도 있고, 특히 윗사람의 기분이나 원하는 바를 아주 잘 읽어내서 그것에 맞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죠. 실제로 광고, 마케팅, 브랜딩 쪽에서 일하다보면 이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물론 한꺼풀 벗기면 아무것도 없죠. 내용이나 실제 생각은 없고 그저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추구하는 것이니까요.
3. 겉보기 스펙이 아주 화려하다.
학벌이나 패션 등의 겉보기가 화려합니다. 학벌로 치면 최상급은 아닌데, 바로 그 밑의 등급 정도는 됩니다. 걸어온 이력이나 커리어를 봐도 일부러 저렇게 이력을 모으려고 해도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화려합니다. 그리고 이 스펙의 화려함은 보통 외모에서도 드러납니다. 눈에 띄는 옷과 매무새, 그리고 평소 오랫동안 관리해온게 분명한 피부와 몸 등.
4. 낯선 사람이나 권력자에게 아주 아주 잘한다.
이 사람들은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거나, 윗사람이 새로 오면 엄청 잘합니다. 세련되고 멋진 외모에 초기에 사람들의 욕구를 아주 잘 파악해서 이에 맞추기 때문에 정말 괜찮은 사람 같습니다. 또 초기엔 의견 개진도 곧잘 하기 때문에 능력도 있어보입니다. 사람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한 보스의 경우엔 자기가 부하직원 복이 좋다고 생각할 지경입니다.
5. 그와 동시에 쥐고 흔들려고 한다.
하지만 좀 익숙해지면 슬슬 무리한 부탁을 하기 시작하거나,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유의 ‘이기’적인 태도라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위치와 이미지만 중요시하는 의미의 이기적 태도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얄팍한 권력을 활용해 주변 사람을 흔들려고 합니다. 대등한 관계에서는 ‘호의를 권리’처럼 사용하려고 하고, 부하직원들에겐 평가나 승진, 업무 기회 등을 마치 미끼처럼 사용해 낚시질을 합니다. 직원입장에서 한 두번은 견딜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사람들은 만족을 모른다는 겁니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계속 건드리면서 교묘하게 사람을 쥐고 흔들어 댑니다.
6. 말과 생각이 화려하지만 공허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다.
말과 행동이 화려하고, 많이 배운 것 같은 스펙을 자랑하기 때문에 처음엔 능력자처럼 보입니다만, 좀 자세히 보면 제대로 알고 있는게 없습니다. 관련된 학위가 있거나 관련 분야에서 10여년 이상을 일했는데도 제대로 알고 있는게 하나도 없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이들이 내뱉는 말도 처음에나 멋있지 좀 지나면 공허하게 들립니다. 마치 예고편은 멋있는데 막상 본 영화를 보면 아무 재미 없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일이나 지식만 그런게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주는 감정도 뭔가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 열정 등의 감정은 정말 겉과 속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섬뜩할 때도 있을 정도죠.
7. 위기나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되면 무책임하게 회피하거나 동정에 호소한다.
실력도 없고, 생각도 없고, 그저 멋있고 화려하게 보이는데 집중하는 사람이니 막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면 책임을 질 수가 없죠. 어떻게든 피해나갑니다. 부하직원에게 책임을 떠 넘기거나, 갑자기 병가 등을 내면서 회피하거나, 아니면 윗사람에게 가서 불쌍한 척을 합니다.그리고는 상황이 호전되면 언제 약한 척 했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입니다.
이들은 조직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 관종형 무능력자들은 전체 인구 기준으로는 대략 2% 내외라고 합니다. 50명 당 1명이니 별로 만날 일 없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게 기업체 환경으로 넘어오면 비율이 확 올라갑니다. 5%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고, 임원들 수준에 오면 더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임원 중 20%가 사이코패스라는 조사 결과보다야 덜 충격적이지만, 험하게 말해서 사이코패스같은 보스는 실적을 만들어내기라도 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주기라도 하죠.
하지만 이 무능력자 그룹은 공허한 그들의 말과 생각만큼이나 결과도 공허합니다. 멋진 말을 던지지만 거기서 멈추죠. 그리고 자기를 위해 일한 직원들을 헌신짝처럼 버립니다. 타인을 이용해먹기만 하고 나몰라라 하는거죠.
때문에 이 관종형 무능력자들은 완전히 조직 파괴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건 아주 잘합니다. 이들이 조직에서 유일하게 잘하는 일입니다. (하나 더 있네요, 이들은 생각보다 승진 잘합니다. 윗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하게 잘하고, 부하직원 중에서 능력은 어느 정도 있는데 강단이 조금 약하거나, 약점이 있는 친구들을 엄청 잘 부리거든요. 아, 일의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면피를 위해 잘 부린다는 겁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서 사람들의 관심이 그 사람에게 쏠리면 뒷담화하고 없는 말 만들어내고, 어떻게든 태클거는 사람들도 이들이고, 자기의 공허한 아이디어가 채택되게 하려고 아이디어의 설득력과 내용을 보강하는게 아니라 인간관계에 호소해서 채택되게 하고, 그렇게 해서 책임자가 되고, 이후에는 자기자신의 욕구를 위해 타인을 이용해먹거나 무리하게 부려먹고 버려버리는 사람도 이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윗사람에게는 자기가 모두 책임을 질 것이고, 자기가 부족해서 제대로 결과를 못냈다고 우는 소리를 해서 살아남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하직원의 희생쯤은 관심도 없죠.
딱 하나의 직종-산업에서는 이들이 능력자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창조성’이 조직관리나 협업 등보다 훨씬 상위의 역량인 산업에서 그렇습니다.
보통 브랜드 마케팅이나 광고업계, 디자인, 방송 및 예술 분야가 이 카테고리의 대표일 것 같습니다. 조직의 규칙과 책임이 엄격한 제조 등의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수입니다만, 아무래도 창조성이 강조되는 산업 분야에는 이들의 비율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내 상사나 동료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1. 안만나고 안엮이는게 최선입니다.
상사나 동료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을테니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정말 평생 안만나는게 최선인 사람들입니다. 성격상의 문제이니 치료도 잘 안되고, 시간이 지난다고 바뀌지도 않습니다.
이 관종형 무능력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무조건 윗사람이거나 아랫사람이죠. 윗사람에게는 아부하면서 설설 기고, 아랫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부려먹고 책임을 돌립니다.
안엮이는게 베스트지만 정 어쩔 수 없다면 최대한 공식적인 관계만 유지하면서 거리를 두길 권장합니다. 다른 동료에게는 안된 소리지만 거리를 두면 만만한 먹이감을 찾아 자기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을 찾거든요. 하이에나 가까이 둬봐야 물리기밖에 더하겠어요?
뭐, 거리둘려고 해도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고 호시탐탐할 겁니다만.
2. 강하게, 최대한 당당하게 나가세요.
이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합니다. 이건 이들에겐 본능적인 일입니다. 귀신같이 착한 사람을 찾아내서 이용해먹으려 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딱딱하고, 당차고, 똑 부러지게 대응하세요.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게 이들을 떠나보낼 수 없을 때의 대응 원칙입니다.
3. 그들의 말과 행동를 들어주고 봐주되, 절대 그 말대로 하지 마세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건, 업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아닌 이상 다 들어주세요, 하지만 절대 그대로 하지 마세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은 분명 업무와 업무가 아닌 일을 구분하지 않고 당신을 이용해먹으려 할 겁니다. 그들의 이런 요청 자체를 아예 들어주지 않으면 분명 분노할겁니다. 하지만 듣는 시늉은 하되 그대로 하지 않으면 처음 몇 번 투덜거리겠지만 곧 다른 만만한 상대를 찾아 떠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의 감정은 들키지 마시구요.
4. 아부나 좋은 말 해주는게 짜증나시겠지만, 도움됩니다.
모든 상황에서 통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여러분의 자존감에 생채기가 나는 느낌도 있으시겠지만, 때론 아부나 칭찬도 도움이 됩니다. 필요 이상의 갈등이 생기거나, 힘든 상황이 되면 적당히 립서비스하고 빠져나오세요. 머리가 단순해서 생각보다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커리어에서 이런 악당들은 안만나시길 정말 기원합니다만, 회사에서는 대략 20명 중 한명 정도는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고 하니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하나 더,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가 이런 사람이라는 거 인지 못합니다. 남 욕하기는 쉽지만, 혹시나 자기는 이렇지 않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