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사람의 감정을 담은 캐릭터, 카우스의 성공 법칙

최연미

2019.07.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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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어울리는 장난스러움 

 

지난 1월 19일 대만 국립 중정 박물관 앞에 10층 높이의 무려 36미터 크기의 공기 인형이 설치되었다. 미국 아티스트 카우스(코즈, Kaws)가 만든 이 인형은 세계를 누비고 있는 Kaws; Holiday 전시 시리즈 중 하나이다. 매번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이번 전시물은 지금까지 설치물 중 가장 큰 사이즈라고 한다.

 

대만의 중정 박물관을 등지고 마치 뒤로 털썩 주저앉은 것 같은 자세를 하고 특유의 X자 눈과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국립 중정 박물관은 대만의 총통이었던 장세스를 기리는 건물로 그의 본명인 '중정'에서 이름을 따와 지은 것이다. 근위병 교대식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광화문 경복궁과 같이 대만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은 랜드마크이다.

 

 


  
(왼쪽) 현장에서 공기를 주입하는 모습 (오른쪽) 완성된 모습

 

 

이번에도 홍콩 아티스트 ARR(All Rights Reserved)와 함께 작업을 하였는데, 특히 대만 전시는 싱가포르 뮤지션과의 협업을 통해 특별한 오프닝 행사를 가지기도 하였다. 저녁부터 시작된 오프닝 행사에서는 완전하게 어두워진 시간에 맞춰 중정 기념관과 카우스의 작품 위로 레이저쇼와 음악을 입혀 대만의 밤을 밝혔다.

 

 

KAWS: HOLIDAY TAIPEI 오프닝쇼


석촌호수에 전시된 이미지 

 

'카우스'작가의 피규어와 대형 벌룬 설치물은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품이다. 지난해 롯데와의 협업을 통해 잠실 석촌호수에도 대형 벌룬이 오래 떠 있었다. 석촌호수에 떠 있었던 대형 컴패니언 인형은 이제 대만으로 건너가 또 다른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진지한 공간에서 유머를 만들어 내는 비슷한 사례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룸펜스의 태권브이 프로젝트가 특히 기억난다. 2014년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룸펜스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 위에 맵핑 프로젝션을 통해 로봇 태권브이가 출격하는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국회의사당 태권브이설을 맵핑 프로젝션 영상을 통해 재미있게 보여주었을 때 뭔가 통쾌함이 있었다. 무겁고 진지하고 권위적인 것을 상징하는 건물에 아무런 별도 설치물 없이 건물 위로 비치는 영상을 통해 친근하고 재미있게 치환시켰던 프로젝트였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친근한 표정과 감정

 

컴패니언 피규어와 대형 설치물을 만든 사람은 '카우스(코즈)'라는 예명으로 더 알려진 브라이언 도넬리(Brian Donnelly)라는 작가이다. 뉴저지에서 태어나 활동하던 그는 원래 그라피티 아티스트였다. 당시 뉴저지에는 길거리 그라피티 아트가 유행하였는데 브라이언도 길거리 그라피티 작업에 열중하였다. 그라피티 작업물 중에서 카우스 KAWS라는 글자와 지금의 X자 눈을 한 캐릭터 컴패니언의 초기 모습을 조금씩 만들게 되었다고한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 광고판이나 옥외광고판 광고물 시안 작업을 통해 특유의 난해하면서도 기발한 상업 광고물을 만들어가 가게 되었다.

 

 

'카우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브라이언 도넬리 작가

  
초기 그래피티, 옥외 광고물 작업


 

 

 

하늘을 채우는 사람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은 한정된 자원에서 꽤 신선한 연출을 만들어냈다. 출연료를 별도로 받지 않는 뜻깊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하여 공연을 했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 들어가는 의상비, 숙식등의 비용도 부담스러운 규모였다고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연진을 최소화하는 대신 360도 매핑 프로젝션을 통해 넓은 규모의 빙상장을 다양한 영상으로 화려하게 채우고 그 위에 다양한 의상과 공연을 펼치는 출연진들이 무대를 이끌어 나갔다.

 

전체적으로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고구려 벽화를 재현한 듯한 인면조와 의상은 선명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한국 신화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한 새'라는 인면조가 갖고 있는 특유의 기괴하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잘 살렸다. 시각적인 신선함과 충격으로 여러 화제를 낳기도 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인면조

 

'카오스(코즈)' 작가의 대형 풍선 설치물 작업의 시작은 메이시스 백화점과의 협업이었다. 미국의 오래된 백화점 메이시스 백화점의 86주년 기념행사로 길거리 퍼레이드 인형을 만들어 줄 것을 의뢰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지금도 매년 추수감사절에 맞춰 대형 풍선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당시에는 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즐겁게 하늘을 나는 모습이나 사람들을 향해 밝게 웃는 모습의 인형들이었다. 카우스는 기존의 다른 인형들과 약간 다르게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모습이 바로 얼굴을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인형이었다. 뭔가 부끄러움이 많은 모습으로 하늘을 둥둥 떠 다니는 인형을 보며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즐거워했다. 마치 나와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쑥스러움', '부끄러움'의 정서는 '밝음', '경쾌함'보다 더 큰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그 다음부터 컴패니언의 표정과 동작들은 사람의 움츠러든 감정이나 소심한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귀여움'과 '공감'을 찾아낸다.

 

 

      

 



 

 

익숙하지만 다른 모습

'카우스'의 컴패니언 캐릭터는 원래 작은 피규어 인형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친근한 미키 마우스, 심슨 가족, 세사미 스트리트, 스누피, 스머프, 피노키오 등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하여 특유의 표정과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카우스는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업적인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지극히 미국적이고 대중적인 정서에 일본 특유의 키치한 정서가 더해져 익숙하면서도 특이한 피규어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특히 일본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지금의 컴패니언 캐릭터 세계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사이즈의 피규어에서 조금 더 큰 사이즈의 피규어를 만들게 되었고, 그 후 점점 더 단단한 소재로 만든 대형 설치물로 이어지면서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 길거리의 허름한 벽면이나 버려진 공간을 낙서처럼 채우던 그라피티 미술에서 점진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대형 설치물 작가가 되었다. 작품 크기와 대조적으로 너무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공연하고 있다.

 

 

  

 

카우스가 특히 단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바로 그 익숙한 모습에 우리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얼굴을 푹 가리고 움츠려 앉아 있는 모습,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있는 축 처진 어깨라든가, 축 늘어져 누군가에 안겨 있는 모습은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표정을 알 수 없는 X자 눈 모양이라든가 유명한 그림에서 본듯한 포즈는 여러가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귀여움으로 패션쇼를 무장해제시킨 카우스

카우스는 여러 도시에서의 전시회뿐만 아니라 나이키, 유니클로, 슈퍼슈프림, 꼼데가르숑, 아디다스, 도스 에끼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활발하게 해왔다. 농구화, 스니커즈, 티셔츠, 맥주병 디자인 등 카우스 특유의 색감과 X 패턴을 넣어서 장난스럽고 유니크한 제품 디자인을 내놓았다. 여러 협업 중 특히 눈에 띄는 대형 협업은 지난 크리스찬 디올과의 협업이었다.

 

가장 상징적인 피규어 'BFF'를 무려 7만 송이 장미와 작약으로 장식했다. 6만 송이 꽃을 사용하여 거대 BFF를 만들고 꽃이 시들거나 상할 경우 다시 바로 교체할 1만 송이 꽃을 여분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무슈 디올의 강아지였던 바비 강아지를 한 손에 들고 있는 귀여운 거대 설치물은 압도적인 귀여움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 BFF작품은 바로 모델들이 걸어 다닐 컬렉션의 무대가 되었다.

 

 

 

 

6만 송이 생화로 만든 크리스찬 디올 컬렉션에 세워진 BFF 인형 

 

 

 

  
(왼쪽) 한정판으로 고가에 팔린 디올X카오스 BFF인형 (오른쪽( 컬렉션에 참가한 VIP고객에게 나누어준 디올 옷을 입고 있는 인형

 

미국, 중국, 네델란드, 한국, 대만 등에 이어 또 다음에는 어떤 공간에서 엉뚱한 웃음을 우리에게 안겨줄지 궁금하다. 대만 전시는 2019년 1월 27일까지라고 하니 곧 끝나겠다. 카우스의 귀요미 인형이 탈 다음 비행기 티켓은 어느 도시의 어떤 공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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