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 : 극장에 혼자 오는 분 있던데. 대체 영화 혼자 어떻게 보나요?
답변자 :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영화를 누구랑 같이 어떻게 보나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질문+답변입니다. 영화 혼자 보는 것 신기하다는 (커플로 보이는)질문자에게 (솔로로 보이는)답변자는 오히려 함께 보는 게 힘들다고 답하는데요. 이 답변에 ‘좋아요’가 수십 개였습니다. ‘영화관 데이트는 영화에 대한 모독이다!’ ‘둘이 보면 몰입이 안 된다’ 등 답변에 동조하는 댓글 또한 수십 개였죠. <함께 영화 VS 혼자 영화> 대결은 혼자 영화의 압승!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겠다는 자세는 사실 요즘 Z세대의 기본 태도입니다. 영화만이 아닙니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커(혼자 카페 가기), 혼술(혼자 술)까지 갖가지 나홀로 문화가 있습니다. 실제로 칸막이로 나눠 홀로 식사하도록 한 식당도 생기고요. 홀로 책 보며 맥주 마시는 북맥 술집도 꽤 생겼습니다.
Z세대가 이렇게까지 홀로 즐기려는 이유는 뭘까요? 어릴 적부터 혼자 노는데 비교적 익숙한 덕도 있고요. 무엇보다 Z세대가 한국 특유의 끈끈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부분이 큽니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장점보단 무리한 부탁, 일방적인 감정 노동으로 대표되는 부작용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죠. 3040 여러분도 만나면 ‘기 빨리면서’도 억지로 만나는 사람 있을 텐데요. Z세대는 그런 지점에 좀 더 예민하고, 대응은 합리적입니다.
그렇다고 Z세대가 외톨이란 의미는 아닙니다. 온라인을 통해 취향에 맞는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그런 만남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집니다. 러닝 모임, 독서 모임 등 학연, 혈연 하나 없이 취향 하나로 누구든 쉽게 친구가 됩니다. 이런 트렌드를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누구하고든 친구가 된다는 의미로 ‘후렌드(who + friend)’라 명명했죠. Z세대는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가. 이번 뉴스레터에 담았습니다.
1. 싫으면 헤어질 수 있는 느슨한 관계 추구
Z세대의 소통 범위는 과거 세대보다 넓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해 일상을 공유하고,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혹은 페친(페이스북 친구)들과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소통하죠. 취향별 모임도 활발합니다. 게임, 맥주, 아이돌 등 주제별 커뮤니티엔 하루에도 게시글과 댓글이 수십 수백 개씩 올라오고, 게임 팬들끼리 모여 ‘직관(게임 대회 현장 직접 관람)’가는 현장은 마치 십년지기를 만난 듯 화기애애하죠.
이런 Z세대들의 만남엔 ‘느슨한 연결’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취향이 바뀌거나 불편하지만 언제든 안 만날 수 있는 관계란 뜻입니다. 느슨한 관계라고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취향으로 뭉친 이들의 열정은 어마어마하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펭수’, 팬들이 직접 핸드폰 케이스까지 만든 것 아시죠? 느슨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유로울 때 더 열정을 폭발시키는 Z세대들의 특징. 마케터분들이라면 꼭 챙겨놓아야 할 펙트입니다.
-> 내가 선택한 느슨한 관계 속에 산다. 책으로 보는 2020 트렌드 (경향신문 기사)
2. 온라인 관계도 부담감은 쏙 빼기
느슨한 온라인 관계라 해도 관계엔 어려움이 따르죠. 온라인 활동에서도 가능한 관계 부담을 덜려는 게 Z세대의 심리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런 심리를 알고 있죠. 인스타그램은 각 게시물의 ‘좋아요’ 개수가 표시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 게시글에 달린 좋아요가 1개든 100개든 나만 확인할 수 있죠. 자기가 올린 게시글에 좋아요 적게 달리면 Z세대(여러분 역시)는 크게 부끄럽거든요.
24시간만 노출됐다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활용하는 Z세대가 점점 늘고 있는데요. 내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부담감을 줄이려는 목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인스타그램은 스토리가 ‘친한 친구(본인 설정)’에게만 노출되는 기능도 만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인친이 되긴 했지만 생활을 공유하긴 싫은 이들을 배제하는 조치죠. 아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올 10월 진행한 Z세대 SNS 이용실태 설문결과입니다.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지난해 같은 시기 조사 자료와 비교해보셔도 좋겠습니다.
-> 2019년 10월 Z세대 SNS 실태 조사 -> 2018년 10월 Z세대 SNS 실태 조사
20대연구소 PICK
Z세대가 사랑한 브랜드 순위 보고서
두둥! 2019년을 빛낸, Z세대에게 사랑받은 브랜드 순위가 발표됐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아무런 편견이나 지원 없이)올해 7월 전국 19~3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브랜드 인지도, 충성도, 이미지를 종합해 점수를 매겼습니다. 20개 분야나 되기에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로 확인해주시고요.
몇 개만 미리 말씀드리면 일단 편의점 선호 1위는 GS25입니다. 2위 CU와 브랜드 인지도는 비슷하지만 충성도에서 크게 앞섰습니다. 특히 Z세대 여성들의 충성도가 높았는데요. 아마도 GS25 전용앱 <나만의 냉장고 어플>과 인기 PB상품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쇼핑 시장을 뒤흔든 새벽배송 서비스. Z세대 소비자들이 뽑은 1위는 쿠팡 로켓프레시입니다. 마켓컬리가 1위 아니냐 따지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여성 소비자들엔 마켓컬리가 1위가 맞습니다. 30~34세 소비자 역시 마켓컬리가 1위이지만 어린 남성 소비자들이 쿠팡에 몰표를 주었습니다.
제게 제일 충격적인 순위는 햄버거/샌드위치 분야입니다. Z세대에겐 OOOO가 1위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궁금하시죠?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 )
대학내일 소식
못 간 분들을 위해 준비한
대학내일 2020 T-CON 후기
대학내일이 단순히 잡지사가 아닌 MZ세대 타깃 마케팅 기업이란 걸 여러분들도 이미 아실 텐데요. 디지털 캠페인, 취업 프로그램, 리서치 등등 브랜드와 Z세대 사이를 잇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대학내일엔 마케터, 에디터, 연구원들이 있고, 그들이 몸소 겪은 1년의 경험을 착즙기처럼 짜내 엑기스로 만든 것이 바로 트렌드 컨퍼런스, T-CON입니다. 2013년에 시작한 컨퍼런스가 벌써 6년째이죠.
올해 T-CON은 11월 15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됐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으로 유료 판매했던 입장표는 일주일만에 매진됐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참석을 원했음에도 부득불 모시지 못한 분들을 위해 T-CON 발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전해드립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고, 혹시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면, 대학내일이 만든 트렌드 책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를 요기서 구입해주세요.
Q. 이 단어는 무슨 뜻?
처돌이
처돌이는 1020 사이에선 매우 흔히 쓰이는 신조어인데요. 단어만 보고 ‘ㅊ돌았다’ 같은 나쁜 뜻을 상상하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돌이는 무언가를 매우 좋아한다는 긍정적인 뜻입니다.
걔는 진짜 꽃무늬처돌이야 = 그 친구는 꽃무늬를 정말 좋아해
기생충 보고 박소담처돌이 됐어 = 기생충을 보고 박소담 팬이 됐어
처돌이는 원래 치킨 브랜드 처갓집 양념통닭의 캐릭터였습니다. 2016년부터 처돌이 인형을 판촉용으로 만들었는데 당시엔 인기가 없었다고 하네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시면 여길 클릭해주세요. 그런데 올해 초 한 블로그가 브랜드 치킨 리뷰를 하면서 “처갓집치킨의 맛은 처 돌았지만 처돌이는 처돌지 않았다!”라고 쓴 말이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며 처돌이 인형 품귀 현상을 낳았고, 지금의 마니아(mania)의 의미까지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논리적으론 말이 안 되는데 팩트니까 어쩔 수 없군요. 여하튼 직장인 여러분도 상사에게 신조어를 써보면 어떨까요? “부장님도 국밥처돌이신가요? 점심 먹으러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