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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미의 매거진

당신의 CTA는 안녕하신가요

남미미

2020.01.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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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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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에서 사이트를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이트 방문자의 전환, 즉 ‘가입’을 유도해야 하는 최종 목적을 가진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운영자의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보여 심히 부끄러웠습니다. 왜냐면 사이트의 운영 담당자가 바로 저였거든요. 제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 유도하는 버튼이 떡하니, 그것도 가장 중요한 ‘가입하기’ 버튼보다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과거의 저를 한대 치고 싶기도 했습니다.

 


(...)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답은 간단합니다. 사이트의 존재 이유를 잊고 단타성 목표만 쫓아 내달렸기 때문이죠.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쭉 달려가는 게 아니라, 뒷걸음질도 치고 옆으로 빠지고 뒷구르기도 하고 그랬던 겁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갈지자로 뛰면서도 맞는 방향으로는 가고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이번 업데이트 이후에는 일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프로젝트 시작 시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이 바로 ‘사이트 최상위 CTA를 딱 하나로 설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CTA를 적어둔 포스트잇을 눈으로, 마음으로 되새김질했죠.

 

 

CTA란 무엇인가

CTA(Call to Action)는 하나의 프로덕트, 더 들어가서는 프로덕트 내의 각 기능들이 존재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궁극적으로 취했으면 하는 행동이 바로 CTA입니다. 결국 사용자에게 이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웹 사이트를 오픈하고, 앱을 업데이트했을 테니까요.

그래서 어떤 앱이나 서비스의 업데이트 공지를 찬찬히 읽다 보면 사용자인 나한테 얻고 싶어 하는 게 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 이 앱은 결국 이런 앱이 되고 싶어 하는 거구나, 하는 본질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업데이트를 볼 때는 놀랍고 재밌습니다.

 

 iOS에서는 각 앱을 길게 누르면 나타나는 특정 액션 버블이 있는데, 이것을 이 앱의 CTA로 보아도 손색없을 듯합니다.

 

프로덕트의 각 페이지는 서로 다른 CTA를 가질 수 있지만, 하나의 프로덕트에 속한 모든 CTA들은 결국 가장 최상위 CTA로 수렴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쇼핑 앱의 최상위 CTA는 ‘구매하기’입니다. 그러나 이 쇼핑 앱에 속한 각 페이지의 CTA는 다를 수 있습니다. 상품 상세페이지의 CTA는 ‘장바구니 담기’ 일 것이고, 개별 판매자 샵의 CTA는 ‘찜하기’이겠죠. 단 ‘장바구니 담기’든 ‘찜하기’든 결국 앱의 최종 CTA인 ‘구매하기’로 가기 위한 예비 단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획자에게 CTA는 보물섬으로 가는 지도와 같습니다. 수많은 이해관계들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우리가 얻고자 하는 사용자의 최종 행동, 즉 CTA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방향키를 올바르게 고쳐 잡을 수 있으니까요.

 

 

CTA는 어떻게 설정하는가

자, 우리는 쇼핑 앱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들을 위한 정보 사이트를 오픈해야 합니다. 판매자 교육팀, MD, 광고팀 등 다양한 부서가 이 사이트를 통해 판매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광고팀은 광고 상품에 대한 안내를(그래서 광고하게 되기를), MD는 매출을 내기 위한 각종 마케팅 툴에 대한 이야기를(그래서 MD에게 연락을 취하기를), 판매자 교육팀은 회사의 정책에 대한 가이드를(그래서 문의 전화가 줄어들기를) 홈 화면에서 보여주고 각 팀의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하죠. 자, 여러분이 이 웹사이트의 기획자라면, 이 중 무엇을 가장 상위의 CTA로 잡고 홈 화면에서 보여줄 건가요? 이런 상황은 현업에서 왕왕 일어납니다. 하나의 프로덕트를 각기 다른 골을 가진 사업부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 비즈니스에서 사이트가 가지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이 사이트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이 사이트를 만들고자 했던 목적은 무엇인가요? 사이트의 성과(KPI)는 추후 무엇을 기준으로 측정되나요? 넓은 시각에서 사이트의 존재 이유를 조망해보면, 가장 중요한 CTA는 의외로 쉽게 도출할 수 있습니다.

 

다시 앞의 예시로 돌아가 볼게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판매자 정보 사이트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판매자들의 매출 성장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 즉 우리 사이트의 콘텐츠를 계속 보게 만들어야겠죠. 이것이 이 사이트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래서 콘텐츠 기반 사이트의 CTA는 ‘뉴스레터 구독’ 등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Shopify Blog

 

개인 온라인 샵을 만들어주는 서비스 Shopify의 Blog는 이용자들에게 비즈니스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입니다. 이 역시 CTA가 ‘Get lesson(정보 받아보기)’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CTA는 Blog 내 어떤 메뉴, 어떤 글을 보더라도 따라다니면서 사용자가 구독을 신청하고 정보에 계속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설득합니다. 아래 노란 동그라미들처럼요.

 


 

개별 메뉴 페이지에서도, 각 아티클 하단에서도 계속 보이는 'Get Lesson'

 

흥미로운 점은 Blog 최상단 메뉴바 우측의 ‘Start Free Trial’ 버튼(위 이미지의 빨간 동그라미)입니다. 이 CTA는 Blog가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위, 즉 Blog가 속한 최상위 위계인 Shopify 공식 사이트의 CTA입니다.


Shopify 공식 사이트

 

Shopify 공식 사이트 홈을 보면 Learn 메뉴 아래에 Blog가 종속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Blog에서는 총 2개의 CTA, 즉 최상위 레벨 CTA인 ‘Start Free Trial’과 ‘Get lesson’이 함께 보이는 것입니다. 최상위 사이트인 공식 홈에서는 당연히 ‘Start Free Trial’만 보여주고 있죠.

 

 

자주 하는 실수들

CTA를 잘 구성해 둔 사이트나 앱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자의 행동을 이끄는데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반면교사 삼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CTA 설정 및 구현 시 자주 하기 쉬운 실수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너무 많은 CTA


 

위 화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건 사이트 가운데에 있는 검색 창입니다. 서비스를 검색해서 구매하는 것이 사이트의 핵심 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장 중요한 CTA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측 상단의 [무료회원가입] 버튼에 달린 ‘1만원 혜택’ 버블과, 화면 하단에 계속 따라다니는 고정 배너가 시선을 분산시킵니다. 물론 최대한 많은 방문객을 사이트 회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최종 CTA(검색 후 서비스 구매)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하지만 꼭 사이트의 얼굴과 같은 첫 화면에서 가장 중요한 CTA인 서비스 검색을 방해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오히려 사용자가 더 빠르게 원하는 서비스를 검색하게 하고, 이후 적절한 단계(예를 들어 검색 결과에서 서비스 상세 보기를 클릭하는 시점)에서 회원가입을 독려하는 게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2. CTA가 명확하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


 

대목 중의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구매하게 해야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다만 메인 배너가 어중간하게 두 레이어로 나누어져 있고, 그 마저도 똑같이 블랙프라이 기획 페이지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배너 아래에는 또다시 블랙프라이데이 상품을 카테고리 딜 단위로 나누어 두었는데, 이는 클릭을 분산시키기만 할 뿐입니다. 차라리 보다 큰 하나의 배너로 통합하여 블랙프라이데이 수요가 있는 사용자(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구매할 의사가 있는 사용자)를 별도의 페이지(블랙프라이데이 특집 페이지)로 보내고, 이후 카테고리별로 나누는 게 어땠을까 싶습니다.

보다 중요한 건 사이트에서 가장 잘 보여야 할 상품 검색창, 즉 최상위 CTA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시즌 행사가 중요하다고 해도, 사이트의 본질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죠?

 

3. CTA에서 이어지는 동작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이탈)

예를 들어 이런 경우입니다. 특정 쿠폰 혜택을 보고 들어간 쇼핑앱에서 쿠폰을 다운로드하으려고 했더니 가입 창이 뜹니다. 쿠폰을 위해 이름, 주소,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가입을 했더니, 아뿔싸, 그냥 앱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버리는 겁니다. 내가 아까 봤던 쿠폰은 다운로드가 된 건지, 아니면 새로 받으려면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당연히 사용자 이탈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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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들 하죠. 내 배 아파 낳은 자식과도 같은 프로덕트에 대한 욕심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때로는 부모의 과욕이 자식을 망치듯,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프로덕트를 산으로 가게 만들기도 합니다. 서비스나 제품이 의도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명확한 CTA를 세우고 끊임없이 복기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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