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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업계획서를 써봅시다

심두보

2020.02.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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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를 처음 쓸 생각을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뭔가 거창 하단 생각을 지우기 힘들죠. 속살을 드러내 보이는 마음에 꺼려지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럽기도 해요.

 

하지만 사업계획서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업자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생각을 문서로 정리하는 작업은 사업을 하면서 내내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구겨버리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점이 오기도 합니다.

 

구글에서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을 찾아보면 수십, 수백 개의 콘텐츠가 나옵니다. 비슷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때론 특이한 조언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여기선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Sequoia)가 제안한 사업계획서의 구성을 기본으로 사업계획서를 쓰는 방법을 설명하려 합니다.



 

세콰이어式 사업계획서

1972년 설립된 세콰이어는 초기 단계뿐 아니라 다양한 여건의 스타트업에 오랜 기간 동안 투자했습니다. 투자업계에서 이 업체를 모르면 안 됩니다!) 에어비앤비(Airbnb), 애플(Apple), 시스코(Cisco), 드랍박스(Dropbox), 구글(Google), 인스타그램(Instagram), 링크드인(LinkedIn), 페이팔(PayPal), 야후(Yahoo!) 등이 모두 세콰이어의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①회사의 설립 목적(Company Purpose)

회사(혹은 사업)를 한 문장으로 서술해봅시다. ‘채용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추천인과 피고용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회사’와 같은 서술은 피해야 합니다. 

추천인과 피고용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스타트업이 원활하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 채용 전문 기업’이란 표현이 듣는 이로 하여금 더 명확히 업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하죠. 

 

 

②문제점(Problem)

해결해야 할 문제(Pain point)를 잘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부터 더 많은 고통을 받을수록 사업의 가치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회사 설립 목적과 함께 회사의 존재 이유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핵심 내용이 됩니다.

그 문제를 고객들이 현재에는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개괄적인 그림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이 내용은 사업계획서의 다음 내용인 해결 방법과 연결됩니다. 

 

 

③해결방법(Solution)

고객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회사의 가치 제안을 보여줘야 합니다. 현재 해결방법을 실제 세계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함께 서술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하드웨어를 제조할 계획이라면 대략적인 설계와 기능에 대해서 밝히는 편이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편리합니다. 그리고 구상 중인 서비스와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고객의 삶에 영향을 미칠지 실제 사례를 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겠죠. 

 

 

④시기(Why now)

이 항목이 창업자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사업을 왜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당위를 입증할 명료한 근거는 쉽게 얻을 수 없기 때문이죠. 많은 사업이 ‘타이밍의 문제’로 망합니다. 끝내주는 아이디어였지만 너무 일찍 시작한 경우가 늦게 시작한 경우보다 더 많습니다. 

 

전반적인 시장 트렌드나 사용자의 임금 수준의 변화, 특정 산업의 최신 경향 등을 반영해 시기를 설명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⑤시장 규모(Market Size)

타깃으로 한 고객을 식별하고 정의한 다음 그들이 존재하는 시장 규모를 파악하게 됩니다. 시장은 크게 TAM, SAM, SOM 등 세 개로 분류할 수 있죠.

 

TAM(Total Addressable Market = Whole or potential market)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용 가능한 전체 시장 수요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에게 TAM이란 스트리밍 산업 전체의 수요가 TAM에 해당합니다. 이 단위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수천 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할 수 있죠.

전체 시장 규모는 비교적 추정이 어렵지 않습니다.(물론 케바케) 공개된 자료나 보고서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SAM(Serviceable Addressable Market = Reachable market)

 

 

하나의 작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거대 기업도 TAM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기업이 TAM 중 공략하려고 하는 지역 범위 내 시장을 SAM이라고 합니다. 국내 스타트업은 대개 한국 시장 혹은 서울시(더 좁게는 강남구)를 초기 시장으로 정하고 서비스를 준비합니다. 이 경우 한국의 특정 서비스 혹은 제품 시장 규모가 SAM이 됩니다.

 

SAM을 추정하는 것은 TAM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추정에는 여러 논리적인 가정이 필요해요. 특히 사업 아이디어가 혁신적일수록 비교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죠. 이질적인 두 산업의 요소가 섞인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도 기존 자료가 빈약하므로 시장 크기 추정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SOM(Serviceable Obtainable Market = Sales/SAM)

 

SOM은 SAM 중 스타트업이 포착한 일부의 시장을 말합니다. 즉,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 크기입니다. 다만 초기 단계에선 SOM를 (또!) 추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SOM을 제대로 발견했는지 여부는 향후 투자 유치와 직결되기도 하죠. 거점시장의 지배력을 확보해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일정 규모의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SOM의 상위 시장인 SAM과 TAM의 의미도 사라져 버립니다. 이 SOM은 TAM와 SAM과는 달리 스타트업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영업력과 서비스 범위, 내부적인 여러 자원 등은 SOM을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죠.

 

TAM-SAM-SOM으로 이어지는 시장 규모를 조사하고 파악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숫자 채우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거죠. 이러한 접근법의 목적은 초기단계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생존 시장을 발견하고 이를 숫자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스타트업이 도대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기도 하죠. 이 시장 규모는 결코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고무줄처럼 줄어들고 늘어나요. 스타트업이 기존 사업 중 일부를 폐쇄하거나 사업 목적을 추가할 때도 TAM, SAM, 그리고 SOM은 함께 변화합니다. 

 

 

⑥경쟁자(Competition)

창업자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경쟁을 맛보게 됩니다. 상도덕은 교과서의 말일뿐 걸리지만 않는다면 불법도 거침없이 저지르는 경쟁자도 있죠. 내 옆에 죽을힘을 뛰는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안일한 짓일 겁니다.

 

가능한 많은 경쟁자 리스트를 만들어봅시다. 그들에 대해 조사하면서 당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리스트를 만드는 데에서 그치면 안 되겠죠? 각 경쟁자에 대해 당신은 어떤 비교우위가 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⑦서비스 혹은 제품(Product)

서비스나 제품의 객관적인 정보에 대해 설명한다면 사업계획서를 읽는 이가 좀 더 신뢰를 지니고 당신의 사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구체적인 개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능과 특징, 설계, 지적재산권에 대한 내용이 이 항목에 포함됩니다. 

 

⑧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10가지 사업계획서 항목 중 몸통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챙겨야 할 내용도 많죠. 

 

 

 

수익모델(Revenue model)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사업계획서의 핵심(core)입니다. 다이어그램(Diagram)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수익모델은 간단할수록 좋지만, 이는 비즈니스 모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수익모델이 복잡할수록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이 필요합니다.

 

 

가격 책정(Pricing)

경쟁사의 서비스 혹은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더하거나 줄여야 하는데 그 폭이 애매하기 그지없죠. 당신은 아직 시장의 검증을 완벽히 받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의 변화폭이 누구에게는 합리적일 것이며, 다른 누구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수치일지 모릅니다. 

 

 

가격은 각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보단 높아야겠죠? 그래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이는 이론일 뿐. 때론 비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만 하는 상황도 많습니다. 1조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여전히 적자를 보는 것은 당장의 수익보단 고객 및 브랜드 가치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래의 거대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가격을 낮춰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야 할지, 아니면 비용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도 되는지는 사업의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격 책정은 어떤 특정 수치를 정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가격의 층위를 어떻게 만들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핵심-옵션 가격 모델(Core-Option Pricing Model)을 참고하도록 합시다. 핵심 서비스 혹은 제품은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자동차의 경우, 공장에서 나온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핵심 제품이 됩니다. 여기에 다양한 옵션이 붙을 수 있죠. 각 옵션마다의 가격을 따로 정해봅시다. 선루프는 500만 원, 후미 센서는 100만 원 등과 같이 정하면 됩니다. 핵심 제품과 옵션의 가격을 모두 더한 것보다 싸게 제품을 판매한다면 일부 소비자는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굿-베터-베스트 가격 모델(Good-Better-Best Pricing Model)도 있습니다. 이 모델은 다양한 서비스에서 발견할 수 있죠. 굿(Good)에 해당하는 옵션은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구성을 지닙니다. 그런데 어딘가 불편하고 부족합니다. 베스트(Best) 옵션은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가장 높은 할인율이 적용됩니다. 베터(Better) 옵션은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서비스 구성과 가격대로 구성됩니다.

 

 

 

평균 고객 가치와 고객 생애 가치(Average account size and/or lifetime value)

케이블 TV 업체는 각 고객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계산합니다. 이는 고객이 어디에 사는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등에 따라 이 가치는 달라지죠. 보통 강남구의 고객당 가치는 다른 지역보다 높습니다. 강남구의 고객은 더 많은 돈을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지불하기 때문이죠. 케이블 TV 업체 간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고객당 가치를 기준으로 인수 금액이 추정됩니다.

 

고객당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면 한 명에게 쏟아부을 수 있는 마케팅 비용도 역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에 있어 중요하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지 아니면 보수적인 입장에서 입 소문을 기다려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객 생애 가치는 고객이 평생에 걸쳐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흐름에 대한 현재가치입니다. 이 개념은 1988년 출간된 로버트 쇼(Robert Shaw)의 저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서 처음 소개되었어요. 고객 생애 가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단기적인 이익 창출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고객과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의 바탕이 됩니다.

 

고객 생애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선 1인당 평균 매출과 평균 비용, 고객 유지 비율, 고객 획득 비용, 그리고 미래가치를 현재로 환산할 때 필요한 할인율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매출과 고객 유지 비율은 높을수록 좋고, 평균 비용과 고객 획득 비용, 그리고 할인율은 낮을수록 좋겠죠.

 

 

 

유통 모델(Distribution model)

서비스와 제품을 어떻게 유통할지는 마진율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더 많은 타깃 고객에게 쉽게 노출시킬 수 있는 유통 경로를 선택할수록 마진율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홈쇼핑, 소셜 커머스, 온라인 광고, 오프라인 광고, 방문판매 등 다양한 방식의 유통 모델이 존재하며, 이 유통 모델을 차별화함으로써 기존 경쟁자와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매장에서만 판매되던 고가의 가전제품을 방문판매로 유통하기로 했다면,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충성도 높은 신규 고객을 유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객 파이프 라인 리스트(Customer/pipeline list)

경쟁자 리스트를 만든 것처럼 누가 고객이 될 수 있을지 정리해보도록 합시다. B2B 사업이라면 당신의 서비스와 제품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명단을 추리면 됩니다. B2C 사업이라면 당신의 서비스에 관심이 있을 법한 타 서비스의 이용자가 고객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⑨팀(Team)

수익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사업에 도대체 투자자는 뭘 믿고 돈을 대는 걸까요? 팀은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장 크게 보는 요소입니다. 모든 것이 모호한 초기 스타트업에서 팀만은 실체가 있는 그 무엇이죠. 그래서 스타트업은 언론 인터뷰나 자사 홈페이지에서 얼마나 훌륭한 인재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이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지점이죠.

 

그러나 이력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기록하는 우를 범하진 맙시다. 조금 더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했다가 회사가 단박에 망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신뢰란 목숨과 같아요. 신뢰를 상실하는 순간 스타트업은 모래성처럼 힘없이 무너지게 됩니다.

 

 

⑩재무(Financials)

쓸 숫자가 부족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써넣어봅시다. 손익(P&L)과 대차대조표, 현금흐름은 모든 기업이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수치입니다. 투자사도 이 숫자는 당연히 빈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10개 항목에 이르는 사업계획서를 누가 보더라도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입니다. 초기 사업 단계이기 때문에 도무지 써넣을게 부족한 항목도 여럿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항목마다의 내용을 채우기에 급급하면 안 됩니다. 있는 그대로, 건조하게 사업계획서를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미사여구로 채워진 사업계획서는 오히려 독이 될지 모릅니다.

 

심두보 aka 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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