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미의 매거진

작년, 두 번의 도전 중 두 번째

박유미

2020.03.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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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작년, 두 번의 도전 중 첫 번째』 글에 이어 창업팀에서 겪은 일과 마주하게 된 또 하나의 도전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창업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더 자세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을 테니 간단하게 작년 4월부터 7월까지의 일을 요약해보려고 해요. 교수님께 창업을 해보겠다고 말씀드린 이후, 2명의 팀원을 만나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셋 다 관심사가 한류 산업이어서 방향은 케이팝 팬덤 대상 서비스로 정했어요. 그리고 아이디어를 셋이서 자유롭게 내보기도 하고, 팬들 대상으로 인터뷰도 해보면서 팬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이때 팀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팬’이었어요. 그들이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서비스가 있으면 더 즐겁게 팬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사실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제가 아이돌 팬으로 4년동안 지내면서 ‘수익’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팬들에게 더 이상 피로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서비스의 중심을 잡고, 세부 사항들도 의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 팬들 길거리 인터뷰도 해보고, 법률 자문도 받아보고, 판교로 창업 교육도 들으러 가고. 

창업 그리고 앱 서비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에 부족한 점을 채우며 나아가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학교 지원 사업에도 합격하고, 공모전에서 상도 받는 등 노력을 인정받을 기회도 종종 있었죠. 

 

그렇게 팀원들과 바쁘게 지내면서 제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팀에서 창업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면서 진로의 고민도 깊어졌어요.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모르면서 각자 진로도 제대로 탐색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각자 진로 탐색도 하면서 팀을 운영해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혹시 인턴 뽑으세요?

저는 그때 실무 경험이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습니다. 어떤 직무가 있는지, 그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고민만 하려니 풀리는 게 없었어요. 또 한 번의 변화와 성장이 간절해졌습니다. 창업팀 활동을 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기도 했고 폭넓게 경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스타트업 인턴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팀에서 창업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드렸던 스타트업 대표님께서 흔쾌히 사무실로 초대해주셨습니다. 창업에 대해 이런저런 인터뷰를 하다보니, 대표님의 사업적인 가치관이나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마침 제가 관심있는 케이팝 관련 사업이기도 했고, 비전이 인상깊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더 질문이 없냐는 대표님의 말에 저도 모르게 혹시 인턴 뽑으시냐는 말이 튀어나갔어요. 이력서를 들고 간 것도 아니고, 특별한 스펙이랄 게 없는 상황에서 나간 말이라, 스스로도 좀 당황했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어떻게 여기에서 일을 하고 있지?’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 감사했다는 인사와 함께 정말 인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시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근데 정말 며칠 뒤에 한 번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답장이 온 거에요. 정말 이렇게 채용을 하셔도 되나 싶은 생각에 얼떨떨했어요. 심지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들고 오라는 말씀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의 미팅을 더 한 후에 진짜 채용이 됐어요. 8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 정도 마케팅과 운영 일을 담당했습니다. 가끔 아침에 출근해서 회사 책상 앞에 앉아있을 때,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어떻게 여기에서 일을 하고 있지?’ 라는 얼떨떨함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더라구요. 낯선 사람에게 말도 잘 못 거는 성격인데, 창업팀부터 이어진 일련의 경험을 보면 성장에 대한 간절함에 앞뒤 재지 않고 덥석 달려드는 면이 숨어있었나봐요. 

 

약 5개월 동안의 시간은 나에 대해 더 파고들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으로 가득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내 능력의 한계를 무의식적으로 정해놓는 게 많이 깨졌다는 것. 어려운 툴을 다루는 업무들은 아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대표님과 동료들의 신임을 얻으면서 잘해내고 있더라구요.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기도 했어요. 이미 사회생활을 몇 년간 하고 계시는 동료분들과 얘기하면서 다양한 미팅에 참여하면서 학교에 다닐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나를 믿는다는 것

창업팀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당시의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능력이나 스펙을 떠올렸다면 대표님께 절대 인턴을 하고 싶다고 얘기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냥 이제 막 새로운 경험과 성장을 하고싶어 하는 대학생일 뿐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능력이 그렇게 하찮지 않더라구요. 자격증과 학점, 대외활동 경력 등 문자로 된 스펙들이 표현할 수 없었던 능력이 내재되어 있었던 거에요. 지레 겁먹지 말고 나를 믿고 앞으로 다가온 기회를 잡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 용기가 나를 새로운 일이 가득한 곳으로 어떻게 데려다주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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