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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콘텐타

2020.06.0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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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 모두가 힘겨워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과거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 1997년의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2012년은 유럽 재정위기였다면 지금은 실물 경제 위기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하루아침에 위기를 체감했고 그 여파는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식당을 이 패닉 상태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능력자들도 있다. 그들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버리는 전략은 무엇일까?

 

 

한 미국 빵집의 발 빠른 피벗

 

피벗이란, 사전적 의미는 ‘선회하다’라는 뜻으로 기존의 사업 아이템/비즈니스 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트업 쪽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식당 사장님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식당이 피벗을 한다니 조금 생소하긴 하다.

 

애런 캔들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에서 ‘MR. Holmes Bakehouse‘라는 이름의 베이커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업 영역에서 매출이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긴급사태를 선언 시점 이후 60개에 이르는 거래처로부터 300만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약 36억 원 규모의 홀세일 주문이 모두 취소되었고, 또한 연매출 약 24억 원 규모의 미국내 매장 운영과 240억 원 규모의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도 모두 중단되었다. 수많은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로선 예측 불가능했던 환경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 대안으로는 예상하듯이 온라인으로의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미국 국가긴급사태 선언 후 치솟는 “how to make bread” 검색 트래픽)

 

 

엄밀히 말하면 확장이라기보다 방향의 전환이었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사업으로 확장한 것이었다면 매장에서 팔던 빵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팔거나 배달 서비스를 추가하는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확장은 판매 채널이 바뀌었다 뿐이지 기존 비즈니스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피벗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하다. 그 와중에도 그는 새로운 트렌드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1)트렌드: 집에서 격리되어 있던 사람들은 너무 지루한 나머지 생애 처음으로 직접 빵을 굽기 시작

2)문제점: 하지만 마트의 제빵 재료 공급이 턱없이 부족

 

시장 흐름의 변화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곧바로 ‘브레드 스타터 키트(Bread Starter Kit)’ 개발로 이어졌다. 그간 거래하던 공급처에 제안해 사람들이 집에서 더욱 간편히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먼저 거래처들과 거래 협상을 진행했고, 이커머스 사업에 관한 경험이 전무해 곧바로 비즈니스 구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스트와 밀가루를 담을 포장 박스를 디자인하고 온라인 판매를 위한 랜딩페이지도 며칠 만에 빠르게 구축했다. 또한 기존에 LA의 크로와상 공장으로 사용하던 곳의 용도를 변경해 패키징을 위한 물류 창고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론칭 후 2주 간 25 달러짜리 제빵 키트는 47개 주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베이커리 가게를 운영하면서 쌓아 온 단골들과 121k 명의 인스타 팔로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여세를 몰아 빵 외에도 쿠키, 스콘, 파스타 키트도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음 달(2020년 5월)까지 일매출 10만 달러(약 1.2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insta@mrholmesbakehouse)

 

 

성공적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이러한 성공적인 피벗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고 보이진 않는다. 애초에 경쟁력이 없었다면 위기 상황을 기점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동안 경쟁력이 없었다면 충분한 자금 확보가 되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업방향의 전환을 위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러한 위기가 터졌다면 또다시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대로 사업을 접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미스터홈즈의 경우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에 피벗의 성공 확률이 높았다고 보인다.

 

개인적으로 눈에 띈 점은 리더의 혼돈의 상황 속에서도 트렌드를 재빨리 잡아내 문제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원래 경쟁력 있는 가게였다고 해서 그 경쟁력이 위기 속 어떤 보증수표가 될 순 없다. 애런 캐들 대표는 평소에 발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은 물론이고 트렌드를 읽어낼 줄 아는 안목이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훌륭한 운영 시스템이다. 아무리 리더가 뛰어나더라도 그를 지지해주는 훌륭한 직원들과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만큼 운영 시스템 구축을 잘해두었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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