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의 취미로 손꼽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테리어, 즉 집 꾸미기입니다.
과거에는 소위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로 생각되었던 인테리어에 왜 밀레니얼 세대들이 푹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요?
1. 미래보다 중요한 지금
2019년 말, 1인 가구의 비중은 29.8%로 부부+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비중을 처음으로 추월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1인 가구 전성시대가 되고 있는 셈이죠.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1인 가구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데요, 청년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1인 가구 중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1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 중 내 집을 가지고 있는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90% 사람들은 모두 남의 집에서 여러 형태의 세를 들어 살고 있는 것이죠. 밀레니얼 세대들은 계속해서 올라만 가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소유 격차 또한 집 꾸미기에 대한 흥미를 북돋았습니다. 내 집 마련이 매우 어려움과 동시에 내 집 소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렸다간 아주 긴 시간을 내 취향에 맞는 집에서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그래도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셋집을 꾸미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달라진 부동산 현실에 밀레니얼 세대들은 '미래에 내가 소유할 집' 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초점을 맞추어 집을 본인의 취향대로 꾸미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unsplash
2. 집, 그 이상의 의미
과거의 집은 휴식이라는 의미가 컸지만 현재는 이를 뛰어넘어 멀티 플레이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홈카페, 홈트레이닝, 홈쿠킹 등의 트렌드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집이 카페가 되기도 하며 헬스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레스토랑이 되기도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집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심리적 안정감도 느낄 수 있는 멀티공간인 것입니다.
이처럼 집은 단순히 거주공간이 아닌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집돌이, 집순이의 인식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포럼 엠의 빅데이터에 따르면 '집돌이/집순이'의 연관 감성어가 과거 '심심하다'의 부정적 표현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즐기다', '행복' 등의 긍정적인 표현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집돌이/집순이에 대한 이미지는 50대 이상 남성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높은 반면 20~30대 세대에서는 '집에서 할 것이 많은 사람',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 '집에서 자유를 느끼는 사람'의 이미지가 높다고 합니다. 집은 나만의 '멀티플렉스'로, 집순이/집돌이는 이러한 콘텐츠를 잘 즐기는 사람으로 인식이 변화한 것입니다.
또한 스마트폰과 유통업의 발달은 밀레니얼 세대의 집 사랑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소비, 새벽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쇼핑, 맛집 음식 배달 등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집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길어지게 만들었죠. (물론 최근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고요)
밀레니얼 세대는 이처럼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집에 투자하게 되고, 자연스레 집 꾸미기에 관심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3. 확실한 소확행
집 꾸미기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비용이 큰 리모델링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몇 가지 소품 등으로 집의 분위기를 다르게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또 언제든지 본인의 취향대로 다시 바꿀 수도 있고요.
이러한 부분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경쟁적인 현실에 부딪히고 돌아왔을 때 내 스타일로 꾸며진 집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집을 꾸미면서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집 꾸미기를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하는 것이죠.
또한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의 취향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집 인테리어를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집을 어떻게 꾸몄느냐가 곧 나는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되었고, 인테리어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온라인 집들이/룸 투어 또한 인기 콘텐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출처 : 오늘의 집
이러한 관심을 보여주듯 인테리어 플랫폼 앱인 오늘의 집은 가입자 7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2019년 거래액은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처럼 집 꾸미기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확실한 만족을 줄 수 있는 놀이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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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집을 선택한 밀레니얼 세대들, 앞으로 1인 가구의 성장과 더불어 이를 위한 어떤 산업이 달라질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요약
1) 내 집 마련 어차피 못하니 지금 있는 곳을 꾸미자
2)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을 꾸며 삶의 질을 높이자
3) 집은 곧 나, 집을 꾸미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