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의 매거진

현장에 답이 있었...

김동신

2020.06.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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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대학교 축제에서 비트윈 종이컵을 브랜드 아이템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평범한 제품 홍보 방법에서 벗어나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브랜드 아이템을 제공하고자 했다. '썸띵 스페셜한 축제를 만들어주는 비트윈 고백컵' 이란 타이틀로 종이컵을 만들어 배포했다.  

Credit
마케팅 : 김동신, 장정아, 박민주
디자인 : 김한샘, 나람, 연지윤

Ideation 
'대학생 타겟으로 ‘우리.. 비트윈 할래?’를 자연스럽게 어필 할 수 없을까?' '요즘도 단체 미팅 많이 하는데, 그때 활용할 수 있는 소개팅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술 게임은 어떨까?'등등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다 축제를 타겟팅 하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곧 봄 축제 시즌이었다. 축제때 비트윈 브랜드를 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보통 하듯이 제휴나 부스를 운영하면서 하는 이벤트 말고, 게릴라마케팅 방법으로 접근해서, 학생들이 축제 현장에서 놀면서 우리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없을까? 

"축제때 가장 많이 즐기는게 뭐지?"

"당연히 술이죠. 술마시고 공연보고"

"아 그럼 '비트윈 술잔'을 만들어서 주면 어때? 종이컵으로 마실텐데 그 종이컵을 우리가 제공하는거야. 종이컵 제작하는데는 많은 예산이 들지도 않을거구, 축제 준비하는 학생들도 종이컵 구하는거 아낄 수 있으니까 좋지 않을까?" 

"내 머리속의 지우개 포장마차 씬을 활용하면 어때?"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대신에 “이거 마시면 우리 비트윈 하는거다?”를 종이컵 앞면에 넣고, 뒷면에는 "그래~ 우리 비트윈하자"나 "그냥 안 마실래" 이렇게 승락, 거절하는 메시지를 넣는거야. 그래서 썸타는 애들끼리 술마시면서 눈치게임? 이런걸 할 수 있게 해주는거지" 

"그건 너무 촌스럽고 억지스러워요. 그리고 요즘 애들이 그 대사를 알까요? 너무 올드해요. 그런데 다양한 메시지를 주는건 좋은것 같아요." 

그렇게 내 아이디어는 가차없이 까였다.

우린 술마시면서 자연스러운 고백게임을 할 수 있는 ‘비트윈 고백컵’을 만들기로 했다. 총 4세트의 멘트를 정했다. 



앞면
- 나랑 비트윈 할래?
- 우리 오늘부터 비트윈 할래?
- 우리 오늘부터 비트윈 할레~? ㅎ
- 이거 마실래? 나랑 비트윈 할래? 


뒷면 
- 응~ 너랑 비트윈 할래
- 비트윈? 2028년쯤 어때?
- 저 삐삐 써요.
- 저 술 못마셔요, 없어서 못 마셔요. 


앞면 카피

뒷면 카피

카피는 앞뒤로 쌍으로 이루게 했다. 거절하는 문구도 가볍게 전달하고자 했다. 썸타는 관계던, 친구던, 연인이던, 기분좋게 술을 마시면서 썸타는 재미를 느끼고 재밌게 놀게 하는것이 목적이었다.


Execution
1. 2만개를 제작한다. 최소 15-20 팀에 배포하는것을 목표로 했다. 
2. 비트윈 앱내 지면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이벤트/홍보를 진행하고, 나눠준다. 
3. 그러면 축제 현장에서 우리가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술마시면서 종이컵을 사용하고 즐길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 교육부에서 축제에서 '학생들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 한것이다. 

당시 관련 기사


이미 종이컵 제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것은 아니니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반발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힘이 많이 빠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2. 이벤트 참여율이 저조했다. 2만개를 다 제공하는것도 어려워 보였다. 
최소 20개 학교에서는 참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11개 학교에서 참여했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우리는 배포만하고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나름대로 활용하게 하는데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최소 수량도 배포가 쉽지 않아 보였다. 


저조한 이벤트 참여율 원인
1. 축제까지 남은 기간이 촉박했다. 이미 축제를 준비하는 총학생회나 각 동아리는 관련 물품 준비가 대부분 끝난 상황이었던 것이다. 
2. 사전 홍보가 부족했다. 비트윈 앱내 홍보정도면 충분할것이라고 생각한 내 실수였다. 예산을 더 들이던 대학생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 할 수 있는 채널을 미리 계획했어야 했다. 

그래도 협성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에서 신청을 했다. 총학에는 5000개를 제공하고 나머지 10개 학교에는 1000개씩 제공했다. 5000개가 남았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현장으로 직접 가보기로 했다.  축제로 가장 핫한 홍대에 가기로 했다. 현장에는 분명히 수요는 있을것이라고 판단했다. 

홍대에 도착했다. 일단 축제 준비가 한창인 현장을 돌아보면서 분위기를 살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종이컵을 싣고 오는 용달차가 너무 늦어진 것이다. 낮에 학생들이 축제를 준비하고 있을때 종이컵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이러다간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인산인해속에서 정신없이 진행하게 된다. 결국 차량은 축제를 즐기러 홍대 정문을 가득채운 학생들과 함께 도착했다. 

팀원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일단 내가 뒤쪽에서 상자를 들고 팀원들이 한창 부스를 준비중인 학생을 찾아서 설명했다. 약간 꺼려하던 학생들도 설명을 듣고는 좋아해주셨다. 그러다 한 팀원이 주류를 판매하는 곳으로 가서 사장님과 뭔가 이야기를 했다. 그 옆에서 같이 있다가 주류를 구입한 학생들에게 종이컵을 서비스로 제공하는것이었다. 학생들이 주류 판매를 못하게 되면서 주류를 구입하기 위해선 모두 이곳으로 오게 됐다. 길 목을 잡고 있을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곳에서 주류를 구입하는 학생들에게 10개씩 고백컵을 제공했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은근슬쩍 테이블에 종이컵을 셋팅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아주 편하게 했다. 비트윈 종이컵을 한테이블당 10~20개씩 쌓았다. 내 눈에는 그냥 하얀색 일반 종이컵과 비교해 비트윈 컵이 확실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 그렇게 이뻐보일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컵 배포를 마칠 수 있었다. 고생한 팀원들을 보냈다. 나는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현장으로 왔다.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이 종이컵을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했다. 우리가 기대한 대로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밤 8시가 지났다. 축제 열기는 점점 높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술자리를 돌아다니며 살펴봤다. 마음은 비밀조사하는 경찰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비트윈 컵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떤 여학생은 우리 컵을 곡예하듯이 안고 술자리로 뛰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고, 퍼져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분위기 자체가 종이 컵에 쓰여진 문구에 관심을 갖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자 모든 관심은 그곳으로 쏠렸다. 비트윈 컵은 운동장 바닥에 굴러다녔다. 많은 발에 밟혔다. 어둠이 가득찬 이 공간에서 종이컵의 카피에 관심을 가질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참이슬이던 처음처럼이든 카스든 가릴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완전한 오판. 이 분위기에는 뭔가 끼려고 한것 자체가 실수였다. 절정에 달한 클럽에 들어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는것이었다. 

차라리 단가가 비싸도 '야광 컵'을 만들었다면 이 분위기에는 훨씬 잘 맞았을것이다. (실제로 하반기에 GMF에에 참가해서 보니 맥주 브랜드에서는 야광컵에 맥주를 팔고 있었다.) 또한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을때를 택했어야 했다. 역시 경험을 해봐야 한다. 축제를 제대로 즐겨본적이 없는 내 한계였다.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불금이 끝났다. 

그래도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는것은, 비트윈 팬들은 고백컵을 그냥 좋아했다는 것이다.고등학교 여학생들도 있었다. 축제라는 상황에만 적용하려고 했던 한계가 보였다. 일반 비트윈 팬들 대상으로 상황,장소의 가능성을 열고 실행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것이었다. 

Lesson Learned
1. 현장을 미리 경험하자. 아니면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자. 
2. 현장에 꼭 함께하자. 부딛히면서 예상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예상 못한 실수도. 
3. 언제나 그렇듯 다른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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