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아줌마 오종현의 매거진

마케팅 꼰대 탈출하기

오씨아줌마 오종현

2017.12.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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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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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란 위키백과에서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이다. 즉, 말도 안통하고 답답한 올드보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꼰대는 회사에 여러방면에서 존재하지만, 마케팅의 영역에서도 꼰대가 존재한다. 특히 꼰대가 마케팅의 팀장이나 부장 등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다면 더 골치아프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내가 꼰대인지 자신은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몇몇 업체에서 발생한 꼰대의 특징을 분석하고,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자가진단할수 있는 글을 마련했다. 지금 부터 하나씩 체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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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일단 만들고 노출시켜보면 답이 나오겠지!”

 

한 쇼핑몰 회사가 있었다. 직원은 3명, 마케팅에 할당된 인원은 단 1명이다. 회사 사장님은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곳 저곳에 마케팅 강의를 많이 들으러 다닌다.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회사의 마케팅 채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블로그, 카페, 지식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포함해서 “밴드,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유튜브, 카카오tv, 빙글, 핀터레스트, 디스코…” 등 뭔가 이슈가 있고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이라면 바로 채널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길 요구한다.

 

꼰대사장님의 마케팅 전략은 이것이다. 일단 만들고 노출시켜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할당된 마케팅 인원이 1명인데 이 많은 채널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1차적으로 말이 되지 않고, 설령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각각 채널에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정도 채널이면 대기업에서도 운영하지 못할 양이다. 결국, 만들기만 했지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탓에 운영되지 않는 유령계정들만 수두룩하게 있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마케팅채널 들을 모두 운영할 필요는 없다. 만드는 건 어떻게든 만들어보겠지만, 운영에는 정말 답이 없다. 마케팅 꼰대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회사가 처한 현실을 빨리 파악하고, 해야 할 마케팅 채널과 하지 말아야하는 마케팅 채널을 꼭 체크해야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인원을 배정하고 콘텐츠를 생산해야한다. 다시 말하지만,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지 많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02. “오늘 방문자 몇명이야? 오늘 구독자 얼마나 늘었어?”

 

한 대형자격증 회사의 마케팅팀이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고객의 상담소스를 많이 만드는 것이 마케팅팀의 주요 역할이었다. 고객의 상담소스가 인센티브가 되어 월급에 더하여지니, 팀원들은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2~3개씩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이 회사의 마케팅 성과는 고객의 상담소스를 많이 많는 것이었다.

그런데, 팀장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운영평가는 달랐다. “오늘 방문자 몇명이야?” “오늘 구독자 얼마나 늘었어?” 이것이 평가지수가 되었다. 많은 방문자가 유입되면, 그 방문자 중 자격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팀원들의 블로그 방문자와 페이스북 구독자를 매일 체크했다. 그러다보니,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매출과 상관이 없는 방문자만 올리기 쉬운 글들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번주 개봉영화 TOP3” “프로야구 선수 연봉 10위까지” “슈퍼맨이돌아왔다 대박이 귀여운 표정 총정리!” 등 고객의 소스를 모으는 것과 상관이 없는, 방문자를 모으기 위한 혹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숫자만 늘리기 위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방문자를 모으기 위한 글 들에만 집중하다보니 두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첫째, 방문자를 모으기 위한 글꺼리만 찾다보니, 정작 매출을 올릴수 있는 콘텐츠을 기획하고 생산할 시간이 줄게 되었다. 결국 방문자의 질적저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둘째, 현재 검색알고리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C-rank 알고리즘은 특정주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포스팅을 할 때 검색 상위노출에 유리한데, 방문자를 모으기 위해서 이것 저것 인기있는 소재만 찾다보니 블로그의 주제도 분산이 되고, 결국 상위노출이 힘들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 할수록 블로그의 노출순위는 낮아질수 밖에 없다.

 

마케팅 꼰대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방문자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단순히 방문자수와 좋아요수의 증가는 팀장의 기분을 좋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방문자의 질적 수준을 낮추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고, 현재 검색트렌드에도 전혀 맞지 않다. 결국, 내 방문자가 유입되고 고객으로 변화할수 있는 콘텐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 없는 방문자는 매출에 전혀 의미가 없다.

 

 

03. “질 좋은 콘텐츠 작성해봐” “내일 까지 검색상위에 노출시켜 놔”

 

A쇼핑몰의 팀장은 팀원들에게 항상 “좋은 콘텐츠를 작성해봐”라고 명령을 한다. 그러다보니, 업무일지를 작성할 때도 “질 좋은 콘텐츠 3개 작성하기”와 같이 매우 추상적이고, 의미없는 문장들이 직원의 업무일지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명령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를 작성해봐”가 아니라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콘텐츠 구성을 어떻게 해야할까?” “공유를 늘리기 위해서 어떤 소재로 글을 작성해야할까” “콘텐츠 내의 링크 클릭수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의 구체적인 명령이 들어가야 한다. 구체적인 명령을 통해서 콘텐츠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들을 이끌어 내야한다. 세상에 그냥 “질 좋은 콘텐츠”를 존재하지 않는다. 뒤에서 매우 치열한 마케터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다. 단순히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만들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B쇼핑몰의 팀장은 팀원들에게 “내일 까지 OOO검색어를 상위에 노출시켜놔”라고 한다. 이런 마케팅 꼰대의 특징은 어디서 이것저것 검색해서 들은 정보가 많고, 이를 자신이 이해하는 선에서 단순화 시켜버린다. 예를 들면 “블로그 상위노출 대충 제목에 키워드 넣고 본문에 키워드 몇 번 반복하면 되는거 아냐?” “광고대행사 문의해서 다음주까지 블로그 상위노출 시켜놔” “상위노출된 블로그 콘텐츠 대충 베껴서 쓰면 우리도 상위노출 할수 있는거 아냐?” 이렇게 쉽게 말한다. 그러나 상위노출 알고리즘은 굉장히 복잡하게 움직이다. 특히 최근에 네이버 검색알고리즘이 고도화 되면서 상위노출이 과거에 비해서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광고대행사들 역시 블로그상위노출은 굉장히 힘들고 아예 불가능한 키워드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즉, 마케팅 꼰대가 이야기하는 것 처럼 내가 상위에 올리고 싶다고 검색 상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 보다는 최근 검색알고리즘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게 콘텐츠를 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그냥 단순히 “상위노출 시켜놔!”라는 것인 네이버 사장의 아들도 못하는 일이다.

 

정리하면 마케팅 꼰대는 디테일에 약하다. 그러다보니 눈에 쉽게 띄는 수치 혹은 추상적인 개념만 주장하게 된다. 만약 마케팅 꼰대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하고 디테일은 마케팅 트렌드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을때만 얻어질 수 있다. 마케팅 꼰대들이여, 가만히 있지 말고, 공부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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